수퍼마켓에 가도 와인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에도 그 정도는 갖추고 있지만, 세계 여러나라 와인이 고루 들어와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아무래도 캘리포니아 와인이 압도적으로 많이 진열되어 있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와인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다. 기껏해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그 이상 더 '배워' 보려는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굳이 핑계거리를 찾자면, 술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지 못하고 온갖 지식과 에티켓을 가르쳐가며 '이것이 High-Society에서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입니다!'라는 식으로 사람 주눅 들게 하는 한국의 와인문화에 반감이 깊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곳에 와서 수퍼마켓에 진열된 수많은 와인들을 보면서 '캘리포니아까지 와서 캘리포니아 와인 한번 못 먹어본대서야!!!' 하는 마음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에 조금씩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나의 탐험은 쉽게 시작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와인병따개가 없어서'였다. (-_-;;) 여기서도 겨우 3달러 밖에 안하는 물건이었지만, 한국 집에 와인병따개가 두 개씩이나 있는데 여기서 또 살 수 없다는 내무부 장관님의 명을 받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달런데...ㅠㅠ) 결국 아내 산후조리 관계로 태평양을 건너오신 장모님께 부탁하여 와인병따개를 서울에서 공수해올 때까지 나는 대체재인 맥주만 홀짝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ㅠㅠ)
와인병따개를 입수할 때 즈음,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나의 호기심에 기름을 부은 것이 또하나 있었다. 바로 수업시간 토의자료로 읽어야 했던 케이스 스터디 자료였다. 캘리포니아 와인산업의 선구자라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2008년 항년 95세로 사망)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와 세계 와인산업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32페이지짜리 자료였는데,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읽는 동안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더 커져갔던 것이다.
참고로, 로버트 몬다비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캘리포니아 와인산업의 선구자격인 사람이라고 한다. 1943년부터 캘리포니아 북쪽 나파 밸리(Napa Valley, 캘리포니아 와인의 본산지)에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 냉온발효법 등의 혁신적 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이다. 전세계 와이너리(와인농장)이 따라하고 있는 와이너리 투어(관광객들에게 와이너리를 공개하고 시음행사 등을 여는 것)도 이 사람의 아이디어라고.

어쨌거나 결국 최근 1~2주 사이에 저렇게 캘리포니아 와인들을 홀짝홀짝 마셔대고 있다. 물론 USDA Choice 등급 스테이크와 함께... (;;;) 왼쪽에서부터 Robert Modavi Winery (까베르네 소비뇽), Sterling (까베르네 소비뇽), 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 (피노 누아), 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 (리즐링) 이다. Sterling 만 빼고는 모두 몬다비 와인인 셈이다. 아무래도 자료를 읽고 관심이 갔던 브랜드여서 그렇겠지만, 20달러 안쪽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키느라 다양한 브랜드를 접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쉽다.
가장 왼쪽의 Robert Mondavi Winery(RMW)는 몬다비 와인의 주력 브랜드라고 한다. 와인은 보통 저그(jug, 3달러 이하), 프리미엄(premium, 중급), 럭셔리(luxury, 25달러 이상) 등 3개 클래스로 구분이 되는데 이 RMW는 프리미엄급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품종마저 까베르네 소비뇽이니, 평균 중의 평균인 셈이다)
프리미엄급은 다시 파퓰러 프리미엄(저가), 수퍼 프리미엄(중가), 울트라 프리미엄(고가)로 나뉘는데, 사진에서 세번째와 네번째로 보이는 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은 프리미엄급 중에서도 중간 단계인 수퍼 프리미엄급의 상품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말고 피노 누아(둘다 포도 품종의 이름이다)를 맛보고 싶었는데 껍질이 얇아 가공하기 어렵다는 탓인지 가격이 꽤 비쌌다. 결국 가격이 낮은 브랜드를 고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결정된 것이 Robert Mondavi Private Selection이었다. 즉, 포도품종은 고급을 고른 대신 브랜드 자체는 중저가를 고른 셈이다.
맛에 대해 얘기하면 좋겠지만, 와인잡지의 현란한 평론을 따라할 표현력도 안되는데다 그냥 집사람과 둘이서 즐거운 맛으로 홀짝거리는 수준이기 때문에 생략이다. (;;;) 그냥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샌디에고 생활 막바지에 캘리포니아 와인을 마시며 뒤늦게나마 와인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얘기를 전할 따름이다.

술 마시고 알딸딸해지면 자리에 누워 딸아이 뒤에서 저렇게 항공서적을 읽기도 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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