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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6  박사가 사랑한 수식  
2005/12/05  라빠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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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3  T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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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30  The Core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앞에 있는 옛 화양극장(현 드림시네마)이 영웅본색 1(8월), 영웅본색 2(추석), 첩혈쌍웅(크리스마스)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가 너무 늦게 알았군)

...........

어릴 때 신문 영화광고를 보면 어린 눈에도 좀 B급이다 싶은 영화들에는 꼭 '화양'과 '대지'가 같이 붙어있었다. 그게 극장이름이란 걸 알게 된 건 조금 뒤였고, 관계회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그보다 조금 더 지나서였다. (두 극장 외에 가끔 '명화'도 따라다닐 때가 있었다)

거의 10년 전쯤이었나, 신사역 부근에 클래식전용극장을 표방하며 '시네마 오즈'가 개관했던 게. 멋진 취지라는 게 꼭 상업적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런지 좋은 개관취지를 지키지 못하고 일반 개봉관이 되었다가 이제는 아예 문을 닫아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영웅본색 1, 2편과 첩혈쌍웅을 영화관에서 본 것은 시네마 오즈의 개관이벤트가 처음이었다.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던 오덕(?) 대학생이었던 나와, 내 웹사이트를 통해 만난 몇몇 사람들, 그렇게.

지금은 웹하드만 뒤져도 영웅본색, 첩혈쌍웅 같은 것은 금세 찾을 수 있기에 과연 영화관에서의 재상영 이벤트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회의가 들긴 한다. '기술복제시대에서 파괴되는 예술 속 아우라의 비극'을 갈파했던 벤야민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1986년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남자 중고등학생들이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이라는 걸작을 영화화된 카운터스트라이크(게임)처럼 미끈한 건샷무비로만 소비하는 게 아닐까 지레 못마땅해할 수도 있다. (촛불집회의 10대에 대한 386들의 칭송이란 사실 20대에 대한 환멸과 거울상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삐딱한 시선을 '세월'로 돌려보자면, 절대불멸일 것 같았던 이 영화들이 결국 이렇게 '클래식'이라는 미명 하에 추억마케팅, 실버마케팅의 소재로 '전락'했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나'도 늙었구나...하는 다소간의 비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어떤 소회도 동일한 전제 위에 서 있다는거다. '영웅본색, 첩혈쌍웅이란, 의리, 우정, 낭만과 같은 모든 수컷적 가치들을 현현한 궁극의 마스터피스'라는 지독할 정도의 로열티. 유감스럽게도,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였던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

오늘 스티브 카렐이 주연한 코미디영화를 조조할인 끊어 보러갔더니 오우삼의 '적벽대전' 예고편이 나오더라. 오우삼이야 예전부터 중화의 고전을 대서사시로 그려보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으니 결국 이 영화가 나오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너무나 값싼 인건비와 풍부한 자원을 마음껏 써먹는 바람에 그만큼 희소성이 떨어진, 고만고만한 중국식 블록버스터 중 하나가 돼버리는 게 아닐까 안쓰러운 마음 여전하다. 오우삼이 사실 대하역사물이라든가 대규모 전투씬이라든가 하는 큰 스케일을 절묘하고 치밀하게 활용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물론 나는 여태동안 중국식 블록버스터를 한번도 안봤지만, 평이 어떻건 '적벽대전'을 보러 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옛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당신, 그동안 어떻게 지냈소... 당신의 작품을 보기 위해 다시 스크린 앞에 앉았다오...' 하는 마음에 가까울 것이다.

그 친구와 내가 가장 친하고 의기투합했던 호시절은 시대를 잘못 태어난 무사들이 총을 들고 聖과 俗을 넘나드는 그 비장하고도 아름다운 영화들의 시기였지만, 나는 한때 그와의 좋은 친구였던 까닭에 내 입맛에 맞는 작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가 변했다느니 배신이라느니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는 길이 어떻든 그가 가는 길, 성장하는 방식을 인정해주는 것이 진정한 팬의 길, 친구의 길이 아닌가 한다.
2008/06/22 12:55 2008/06/2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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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만씨  | 2008/06/26 22:36
보러가장~
  | 2008/06/30 23:56
울 마눌님께서 싸나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실 수 있을라나 몰라?? :D
아첸 - 안지호  | 2008/06/30 00:12
같이 보러 가시죠?!
  | 2008/06/30 23:57
적벽대전은 조금 그렇고...영웅본색 재개봉 때 어떠신지요? ^^;
sk  | 2008/06/30 17:23
영웅본색 재개봉이라 극장에서 영웅본색의 감동을 느끼고 싶군요 ㅋㅋㅋ
  | 2008/06/30 23:57
자주 들러주시는 sk님 감사합니다. ^^; DP의 좋은 정보도 감사!
sk  | 2008/06/30 17:34
http://dvdprime.dreamwiz.com/bbs/view.asp?major=MD&minor=D1&master_id=22&bbsfword_id=&master_sel=&fword_sel=&SortMethod=&SearchCondition=&SearchConditionTxt=&bbslist_id=1337402&page=1

영웅본색의 2008년새로운포스터군요
챨리  | 2008/07/02 11:08
안녕하세여,,글을 잘보앗읍니다,,
화양하고 대지극장이ㅡㅡㅡ 그당시 같이개봉했져,,명화극장 같이여 보통 3극장 같이개봉했읍니다,,
3극장다,,같은 주인입니다,,
제가 그당시 명화극장 대지극장 간판을 그렸읍니다, 영웅본색,,..,아마 20년정도 넘은 거같읍니다,,
오랜만에 시간내서 앨범을 봐야겠군여,,이기사를 보니 오래전에 그린 그림이 생각납니다,
참고로 저는 그림생활울 마치고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살고잇읍니다,,
제블로그주소가,,http://blog.daum.net/lcy7595
유용욱  | 2008/08/10 03:34
오랫만입니다 현중님.

글을 보니 세월과 함께 내공 및 연륜이 느껴집니다. 저는 당시 몬트리올에서 학위 마치고 UCLA에 있다가 지금 귀국해서 다음 학기 부터 강사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연락이나 한번 주시지요. yongwook_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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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대학로에 가서 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제목은 '푸른 눈의 평양시민'(원제 : Crossing the line).
1960년대, 휴전선을 경비하다가 북한으로 넘어간 네 명의 미군병사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실 처음 보는 건데(동숭아트센터도 처음이었다, 이런 미개인...;;;) 꽤나 재미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여러가지 의미다.

그것은 가장 반미적인 국가 속에서 사는 미국인의 삶에 대한 아이러니함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것에 대한 호기심 그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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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키 190cm에 몸무게 100kg을 넘는 파란 눈의 미국인이 평양사투리로 대화를 하고 조선인식으로 사고를 한다는 '낯섦'에 대한 재미일 수도 있다. (그는 고교중퇴인 자신과 달리 자기자식이 대학을 다니고 외교관을 꿈꾼다는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긴다. 다름아닌 조선인들의 높은 교육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 재미가 무엇이든간에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감독이 이 '푸른 눈의 평양시민'에 대해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거다.

"모든 판단은 관객이 할 것이다" 라는 상투적인 결론보다는, "왜 이 영화를 보면서까지 '판단'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가?"라는 마음이 들게 된다.

거대한 (국가)조직 내에 사는 한 개인의 삶에 집중해보고 싶었다던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냉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냉전시대에 벌어졌던 하나의 에피소드 속에서 그 에피소드를 실제로 겪어냈던, 개별성을 가진 한 개인에 대한 무색무취한 영상기록인 셈이다.

아직도 냉전적 사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에겐
이 영화의 이러한 관찰자적인 태도가 불만스럽겠지만,
어차피 정치건 역사건 뭐건간에
모든 것은 '인간'의 삶의 방식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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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영화의 촬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이 영화를 통해 체제우월성을 홍보하고 싶었던 북한당국의 속마음을 생각한다면,
냉전적 의도의 냉전적 도움을 통해
'중요한 것은 개인이고, 삶이다'라는 결론을 얻어낸 것 자체가
어쩌면 사실, 한편의 블랙코미디일지도 모른다.
2007/08/25 23:59 2007/08/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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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nextagri  2007/08/27 12:53
토요일에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푸른 눈의 평양시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이 영화는 [대니얼 고든]감독의 '북(조선인민공화국)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붉..
from.By Gagamell  2010/01/10 17:09
너무나도 유명한 격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아리스토 텔레스의 말을 과연 한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이 있을까? 1920년대 실제로 인도에서 늑대에 의해서 키워지다 발견된 7,8세의 2마리 ?
현만이  | 2007/08/27 23:04
드레스녹씨는 북한의 대외선전용영화에 출연하고 북한에 사는 미국사람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데도 일정량의 식량을 배급받았다고 합니다. 드레스녹씨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고 또 그덕분에 그럭저럭 안락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보호해주고 보장해주기 때문에 북한사회에 동화되어 사는 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정치적 의견이라는 것은 자신의 이익과 동일한 방향을 향하는 것이니까요.

저또한 이 영화를 보며 감독의 산뜻한 터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에게 친근함을 갖게되지요. 어떤 식으로든 더 설명하려했다면 감동이 오다가도 달아나고 영화는 또 그 멋을 잃어버렸을 것입니다.

당신의 글에서 옳고 그름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자유로움이 느껴져 좋습니다.
nextagri  | 2007/08/29 11:34
어제는 시간이 없어서 덧글을 못봤네요..ㅎ 저도 토요일 20:40분에 봤었는데 그때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요^^
라이방  | 2008/11/09 07:36
저도 이 영화 인상깊게 봤습니다.
하지만 제 눈엔 의견을 제시해놓은 것 처럼 보이더라구요. 저 푸른눈의 시민과 고국으로 돌아간 친구의 갈등을 통해..
물론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 건 맞는 것 같습니다. ^^
박혜연  | 2010/05/03 01:14
제임스 드레스녹이 왜 월북할수밖에 없는이유를 알수있습니다! 그는 20년동안 미국에서 태어나 살면서도 단 한번도 행복을 누려본적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어린시절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위탁가정에서 학대를 받고자랐으며 첫아내의 외도로 이혼당하고 암튼 그의 일생은 조국에 있었으면 아마 비참하게 살았을겁니다!
  | 2010/05/03 13:03
그렇죠. 남한에서 월북하는 사람들도 비슷하잖아요. 드레스녹의 경우는 '상품가치'가 있다는 측면에서 훨씬 더 융숭한 대접을 받았겠죠. 아무리 영화가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더라도 그 밑에 깔려있던 이러한 이유들이 무시될 수는 없을 겁니다.
박혜연  | 2010/05/16 01:13
지금 북한의 모습을 보면 특히 평양시를 중심으로 보자면 평양에 거주하는 중산층가정집내부를 보면 울나라의 1960년대~1970년대수준을 방불케할정도죠! 평양의 부자들이 사는집도 집평수만 넓지 분위기는 아마 구소련이나 중공냄새가 팍팍나더군요?
  | 2010/05/25 00:38
북한내에서도 특권층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평양에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회 자체가 획일적이고 계획경제체제인지라 집들이 자본주의 사회만큼 예쁘지(?) 못하죠.
박혜연  | 2010/06/03 00:45
맞습니다! 김정일의 자택들이 무려 수십여개내지 수백여개나 되는데 김정일의 측근들은 김정일처럼 초호화자택을 살수도 없는처지니... 참 슬픕니다!
헐... 생각 좀 하고 살자  | 2010/06/29 00:09
북한에 대해서 정말 잘 아시나 보내요..
이 영화를 보고도 북측체제가 어쩌니 남한보다 좋니 못하니 하며 비교하는건 대체 무슨 사고인지 잘 모르겠네요...
우리가 아는 북한이 정말 북한 맞을까요?
우린 그저 정부와 기업과 밀착된 대중매체에 의해서만 정보를 듣는다는거는 다 아시죠?
그리고 김정일 자택이 수십여개든 몇개든 간에 우리나라
비리 정치인들 보다는 깨끗할 것 같습니다.
어떤 체제든 간에 사람이 사는 곳이고 우리보다 좀 더 가난하다 해서 비난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무역이 막혔는데 무슨 재주로 부를 누립니까? 이제까지 버틴게 신기하네요... 자본주의 좋아하시는데 여긴 식량이 넘쳐나도 돈 없으면 굶어 죽어요... 단지 우리가 어릴때 부터 배워온 빨간 딱지 사람들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들이다 란것만 세삼 확인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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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시리즈의 끝없는 변주, 의미없는 욕설로 점철된 저열한 대사와 상황처리.
한국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취향은 확고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너무 재미있다.

박용우와 최강희의 발견도 쏠쏠하지만
포복절도할 대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당신에게 지난 20세기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이 감독, 정말 천잰가봐...^^
2006/09/24 23:28 2006/09/2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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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6/09/23 20:49

잘 생겨서 손해를 보는 배우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 '성장'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 그 자신의 노력이라고 보는데, 정준호, 차인표와 같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발전한 게 없어 보이는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그나마 차인표는 연기력의 부족을 사생활에서의 '모범생' 이미지로 많이 상쇄하는 케이스 같다) 장동건, 정우성처럼 한국의 미남배우들의 대다수는 예쁜 여자배우들과 달리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조류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배우가 있었다면 나는 단연 차승원을 꼽겠다.

'모델' 출신으로 영화판에 뛰어든 '출신성분'의 문제 때문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강해보이는 이미지가 도리어 역효과를 냈기 때문일까, 한국 영화계는 엉뚱하게도 그의 이미지를 비틀어 코미디 영화의 주연으로 써버리는 데 힘을 쏟아왔으니 말이다.


요새 들어서야 '박수칠 때 떠나라', '혈의 누' 등을 통해 그에게 조금씩 정극연기의 기회가 주어지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사람들이 그의 초기작 중 '리베라 메'와 '세기말'과 같은 이질적인 작품들에 왜 주목하지 않았을까 못내 아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 달리 차승원의 '진지한' 영화들은 그다지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 '국경의 남쪽'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감독이 MBC 출신의 유명 드라마 PD였기 때문일까. 영화 자체는 별다른 갈등이나 파국이 없다. 마치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 같은 단막극의 냄새를 띤다. (다소간은 '이것이 인생이다'와 같은 휴먼다큐멘터리의 분위기도 나는데...)

하지만 안 좋았던 흥행, 밋밋한 구성과는 별개로, 이 영화에서 차승원이 보여준 호연은 그가 '배우'로서 어떠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듯 하여 만족스럽다.


솔직히 '탈북자의 엇갈린 인연'이라는 주제의 영화가 개봉된다고 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또는 '뻔하겠구나' 하는 거였다. TV 단막극 등에서 꾸준히 다뤄지던 주제의 영화화라고나 할까. 드디어 영화계가 남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을 '멜로'에까지 넓혔구나 하는 일말의 의심도 약간.


하지만 이 영화에서 심각한 '악의'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70억이라는 거금의 제작비는 '그림'을 잘 잡아내기 위한 우직한 정공법의 산물이지 자기만족이나 자기미화의 꼼수는 아닌 거 같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유를 잃어버린채, 옛 약혼자가 밉다는 듯 저 멀리서 말 없이 돌만 툭- 툭- 던지는 연화(조이진)의 모습은 이제까지 잠시 잊고 있었던 아련한 '순수'의 원형(原形)을 되밝히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이미지에 취해 그녀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찾아간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2006/09/23 20:49 2006/09/2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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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게으르고 싶어서
그동안 다운 받아 놓고 보지 않았던 영화 중 하나를 골라 봤다.

일본영화...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가끔 '오버하는' 감정이 부담스러워 잘 보지는 않는데,
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數式)'이라는 영화는
수학 때문에 이과를 가고 싶어했을 정도로 수학을 짝사랑했던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교통사고로 기억력이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 수학자와
그 집의 가정부로 들어온 젊은 미혼모,
그리고 그녀의 10살 된 아들... 이렇게 세 명의 맑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가정부의 생일인 2월 20일(220)과
자신이 대학생 때 발표한 논문으로 받은 기념시계의 일련번호(284)가
'우애수'(자신을 제외한 그 수의 약수들의 합이 서로 일치하는 수)임을 설명하는 박사.

박사에게 '수(數)'란, 사랑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유별난 박사와 소통하게 되는 가정부...


정수리가 납작한 가정부의 아들을 보고
박사는 '루트'(제곱근)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너는 루트다... 어떤 수도 마다않고 자신 안에 감싸준다... 실로 관대한 기호, 루트다...'

..............

영화 속에서 박사는 수학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수와 수학이 왜 아름다운지를 이야기한다.
학창시절에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들에게는 블랙유머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마치
내가 짝사랑했던 대상의 아름다움이 진실로 어떤 것이었는가에 대하여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타인의 입을 통해 듣는 것과도 같이
아련하고도 공감이 가는 대사들이었다.

이렇게 영화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생각이 하나 들었다.

곱해서 -1 이 되는 허수,
두께도, 면적도, 질량도 없이 무한히 뻗어가기만 하는 직선...
이렇게 수학이 우리의 '상상력의 정수'라는 것까지는 익히 수긍해왔던 바이지만,
영화 속의 박사는 거기서
'(그러한 수학과 마찬가지로) 진실이란 우리 마음 속에 있다'라는
'소통의 의미'를 읽어내고 있었던 거다.

..............

수학을 좋아했지만, 내가 결코 수학이 전부라고 나의 사랑을 다 주지 않았던 것은
이 세계란 근본적으로 불균질한 것이어서
'점, 또는 개체들'에 불과한 '숫자'들로 해석될 수만은 없다는,
다분히 인문학적인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입시수학에 조금 관심이 있었던 데 불과하면서
수학에 대해 섣불리 어설픈 결론을 내려버린 나와는 달리,
수학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박사는
'숫자'가 아닌 숫자들의 '관계'를 통해
세상과 진실에 소통하는 법을 읽어냈다.

... 특별한 관계로 묶인 두 개의 수를 '우애수'라고 이름붙인 것을 보고는 수학자들, 그들이 진정한 로맨티스트라고 느꼈습니다.... (오가와 요코, 원작소설의 작가)
생각해보면,
영화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 오가와 요코의 말처럼
'우애수'나 '완전수'와도 같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로맨틱한 단어들을 작명했던 데서 알 수 있듯,
수학과 수학자들은 항상
'완전하고 순수한 소통'을 갈망하는
순수한 학문, 순수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처럼 모든 것이 '소통'으로 귀결된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바로 이처럼 아무런 티끌도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숫자'들이 엮어내는 완벽한 순수의 아름다움이었을 테다.
2006/08/26 23:42 2006/08/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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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12/05 01:32

주말에 서울에 안 올라가면 집에서 영화 한 편씩 보곤 하는데
이번 주에는 엄쓰가 추천한 '라빠르망'...!
최근에 조쉬 하트넷 주연으로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만들어지긴 분위기도 한몫했고...

.......

워낙 할리우드 영화의 문법에 익숙해져서일까.
보는 내내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이라든가 불충분한 설명 등으로 따라가는데 헉헉거리긴 했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같았으면 무릎을 치며 기발하다 싶었을 퍼즐을 맞추듯 교묘하게 짜여진 씬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말의 압박 속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아...내가 나도 모르는 새 너무 미국편향적이 된 건 아닌가...)

하지만 할리우드 리메이크에서는 들어내어버렸다던,
시니컬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결말,
쉽게 말하자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결말은 나한테도 썩 마음에 들었다.

리사 - 뮈리엘 - 알리스의 세 여자를 왔다갔다 하던 막스.
영화 내내 추적하던 리사를 버리고 알리스를 택하는구나 싶다가
결국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상대, 뮈리엘을 끌어안으며
유리창 너머의 알리스를 향해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지는 막스의 마음은
주류 영화들에서 보이는 '이상화된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벗겨내고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피식- 웃으면서도 가슴이 서늘해졌다는 건
나 역시도 그런 인간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겠지.

관객의 주의를 모두 끌어와놓고 끝에 가서는 허무하게 사라지는 리사보다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이 영화의 모든 꼬임을 야기시킨 알리스의 음험함(?)에
더 끌렸던 것도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알리스의 등장이 중반부터였다는 건
캐릭터 배분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닐까...?)

알리스에게 이용만 당하면서도 그걸 모른채
자신과 알리스가 서로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루시앙(막스의 친구)도
우리 주변에서는 많이 볼 수 있지 않나...?
사랑이란,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하거늘,
그렇지 못한 일방적인 마음씀을 스스로 '아픈 사랑' 정도로 미화시키는
'사랑지상주의자'들이 많이 보이니까.
(너무 시니컬하군. ㅎㅎ)

좀 머리는 아팠지만 결말의 비전형성만으로도 썩 괜찮았다.
그래도 이 영화를 끔찍이도 좋아하는 여성동지 여러분들처럼
이 영화의 퍼즐맞추기 같은 애매함이나 몽롱함 같은 분위기를 100% 공감하기에는
내가 아직 '예술영화 애호 취향'이 없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난 역시 쌈마이야...^^
2005/12/05 01:32 2005/12/0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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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07/28 03:04
크리스천 베일
-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먼처럼 여기서도 미국 액센트 구사하느라 공들였군.

마이클 케인
- 호리호리한 알프레드만 보다 이 대배우가 연기한 알프레드를 보니 좀 어색.
드레스드 투 킬처럼 갑자기 반전을 일으킬 것 같은 조마조마함도 조금.

리암 니슨
- 항상 선한 역만 맡았던 이 배우가 악역을 연기했다.
콰이곤 진 할 때의 검술이 도움이 되었을까?

게리 올드만
- 역시 끝까지 선한 역으로 출연하여 당황스러웠지.
이 남자는 편집증적인 역을 맡아야 돋보이는데 좀 아쉽네.

모건 프리만
- 역시 흔들림 없는 큰 나무 같은 저력을 보여준 배우.
백인이었다면 알프레드 역도 괜찮았을 듯 싶은데.

그리고 룻거 하우어까지...
- 이 남자 쪄도 너무 쪘네... (거의 미키 루크 수준?)
블레이드 러너 때의 히스테릭한 모습은 어디 가고...
이젠 살찐 크리스토퍼 워큰이라 해도 믿겠다.

(케이티 홈즈는 모르니까 패스)

그리고 그 음울하고 묵시적인 영상과 빛.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수퍼히어로영화.
강추다.
이걸 영화관에서 못봤던 게 천추의 한이로군.
2005/07/28 03:04 2005/07/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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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06/19 14:50

2, 3편 후속편이 이어지면서
'80년대 강한 미국의 상징', 적어도 액션영화의 대명사가 되긴 했지만
그 첫번째 원작을 보고 나니
이 영화 시리즈에 붙은 그러한 평판들이 다소 걸맞지 않은 걸로 느껴진다.

오히려 일본만화 '에이리어 88'처럼
전쟁이 끝난 후 사회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퇴역군인의 상처...뭐 그런 주제로 더 읽히는데다
연기 못하기로 소문난 실베스타 스탤론의 어눌한 말솜씨도
그러한 맥락에서 영화 속에 더 잘 녹아들어가는 것 같다.

- 예전에 어느 서양 영화잡지에서 '잘 생기고 연기 못하는 배우'로
실베스타 스탤론을 뽑았다고 한다.
그때 당시, 잘 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에는 로버트 드니로,
못 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는 더스틴 호프만이 선정됐다 -

원작소설은 람보가 자살을 하는 등 더 비극적이라고 하는데
그 우울한 내용을 걷어내기 위해 람보를 살려두는 바람에
후속편들로 가면서 이 영화가 어쩔 수 없이 '마초영화'의 대명사라는 평을
얻게 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CSI: 마이애미의 호레이쇼 반장역을 맡은 데이빗 카루소가
신참내기 보안관 미치(Mitch)로 나온다.
주름도 없이 풋사과 같은 것이 어이구~ 소리 절로 나온다...^^

** M60 사고 싶어~~~~

*** 찾아보니 3편 이후 18년만에 람보 4편이 제작된다는군.
스타워즈도 그렇고 인디애나 존스도 그렇고
고전(클래식)은 역시 사람들이 다시 찾게 돼있지만
터미네이터처럼 허접해지지는 말았으면 한다.

근데...람보 2에 보면 람보가 47년생이라던데,
2006년에 개봉되면 60살이잖아.
아무리 고전이라도 그렇지 60 먹은 주인공이라...흠흠...
2005/06/19 14:50 2005/06/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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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 세가지.
시간과 존재, 그리고 기술.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꼈던 답답함의 큰 부분은 분명 나의 모자람의 탓으로 돌려야겠지만 공교롭게도 영화의 주제와도 같이 일정부분은 시간과 존재, 그리고 기술의 탓이기도 했다.

근 40년전에 만들어진, (시간)
원작소설부터 난해하기 그지없던, (존재)
그리고 21세기 컴퓨터그래픽의 홍수에 젖어버린 내 눈에 도저히 찰 것 같지 않은 아날로그적 특수효과들. (기술)

유인원이 하늘로 던진 뼈가 미래의 우주선으로 화하는 장면에서처럼 아예 감탄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내가 이해하고 몰입하기에는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속도와 기술이 그러한 인내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인류가 달에 도착하기도 전에 제작된 우주의 묘사나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공의 흐름을 그려내는 장면이 쏟아내는 시각적 충격,
이 영화를 '걸작'으로 평가받게 만드는 많은 부분은
내가 40년전에 살던 소박한 국지인(局地人)이 아니기에
영영 느낄 수 없이 흘려보내야하는 아쉬운 것들이었다.

결국 포스터마저도
감독의 세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이 영화를 일반영화처럼 보이게 하는
conventional한 것으로 고를 수밖에 없었다.
2005/06/14 11:33 2005/06/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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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14 11:37
끊임없이 늘어나는 제작 비용과 기간 때문에 MGM의 고위층이
'대체 2001이 영화제목이냐 개봉년도냐'라며 분통 터뜨렸다는 일화가 있다. (이 영화의 개봉년도는 196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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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빼놓는 도입부의 우주전쟁씬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광선검 대결씬은 참 볼만했다.
특히 후반부 20분에 걸쳐 펼쳐지는
오비-완과 아나킨, 요다와 다스 시디어스의 혈투는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CG의 과잉이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도 많았음에도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 미덕이라 함은
단순히 '28년 여정의 마지막 한 고리'라는 의미 외에
이 영화가 가진 암울한 분위기,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둠에 포섭될 수밖에 없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 - 다스 베이더의
추락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다른 에피소드들이 선악과 피아의 구별이 태생적이고 명확했던 데 비해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 아나킨이 어둠의 유혹에 빨려든 이유는
그가 너무 '인간적'이었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추락하는 이 아나킨의 모습에서
오이디푸스 같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이나 멕베스를 읽어내는 평론가들이 있다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는 부끄럽게도 건담의 지온공국과 샤 애즈너블이 생각났다...하하)

정신적 성숙도에 비해 너무 큰 능력을 지녔던,
그리고 엄마를 잃은 뒤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겠다며
파드메를 지키기 위해 어둠의 유혹을 받아들였다는 설정은,
숭고하기는 하지만 현실에선 존재하기 어려운 수도자와 같은
다른 제다이 기사들에 비해 훨씬 더 인간적인 모습 아니었을까.

네(세상)가 그걸(돈) 필요로 한다면 좋다, 가져주지...라며
수능 대리시험 제의에 응했던 어느 가난한 여대생의 이야기처럼
아나킨의 추락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흡입력 있게 다가오는 거다.

단순히 선악구도 명확한, 성공한 SF프랜차이즈에 불과해보였던 스타워즈에서
이런 어둡고 우울한 내러티브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즉, '테크놀로지'가 아닌 '전통적인 영화적 서사'라는 관점 하나만으로도)
이 에피소드 3의 가치는
같은 시리즈의 그 어떤 에피소드들보다도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돼야 할 것 같다.
2005/05/26 11:16 2005/05/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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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05/20 10:36
킹덤 오브 헤븐, 혈의 누에 이어 창원에 와서 본 세번째 영화관 영화.

'단순한 극지액션영화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송강호의 말에서부터 짐작했듯이 이 영화는 극지의 극한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원초적 광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무식한 나조차 눈치를 챌만큼 영화는 이 흐름 속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고 정말 남극의 하얀 설원처럼 아무 변화 없이 흘러간다. 2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 늘어진 기분.

가끔 관객을 놀래키는 미스테리성의 장면들도 이 영화의 완전한 심리극적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인 것 같다. 미끼를 던졌으면 해소를 시켜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리베라 메'의 초반부에서 최민수에게 구조되었던 유지태는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도 송강호에게 구조를 받아 경험 적고 그나마 광기에 덜 물들지 않는 '팀의 막내'라는 캐릭터를 여기서도 이어간다.

날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 송강호의 연기는 여기서도 버릴 것이 없지만 자신이 보여주는 광기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시나리오가 너무 상투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다 그 광기의 표출 역시 몰입도가 떨어지게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어 배우의 공력을 시나리오가 뒷받침해주지 못한 나쁜 사례로만 기억될 것 같다.

오히려 팀 내에서 가장 차갑고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서서히 미쳐가다 파멸해가는 과정을 제일 설득력있게 그려나간 부대장역의 박희순이라는 배우의 연기에 더 주목하고 싶을 뿐이다. 탐험대원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안경'이라는 소품이 이 영화 속에서 주는 그 이질적이고도 기괴한 분위기는 영화 속 80년전 영국탐험대가 남긴 '남극일기'라는 일기장보다도 더 성공적인 도구였던 것 같다.

그 외에도 '풍경'을 잡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시선 또는 감정'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 카메라와, '공각기동대'의 음악감독이었던 카와이 켄지의 인상 깊은 영화음악 역시 아쉬움 많은 시나리오를 보상받는 댓가로 충분히 즐겨볼만 하다.

* 도달불능점(pole of inaccessibility)이라는 드라마틱한 이름의 영화 속 장치는 사실 남극에만 있는 게 아니란다. 북극에도, 태평양에도, 유라시아대륙에도 있다는데 약간의 드라마틱함이 가미된 지리학적 용어에 불과하지,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것은 가십에 불과한 것 같다. 현재 남극의 도달불능점에는 소련탐험대가 세운 건물이 서있단다. (영화에서 나오는 두 채의 오두막과는 다른 건물 같다)

http://encyclopedia.lockergnome.com/s/b/Pole_of_inaccessibility

** 실제촬영은 뉴질랜드와 서울세트장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 인터넷 찌질이들이 올리는 '송강호가 범인'이니 '유지태가 범인'이니 하는 얘기는 영화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무시하고 보셔도 된다.
2005/05/20 10:36 2005/05/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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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쯤 된 거 같은데, 우리집 1층에 비디오가게가 들어와있을 때 비디오가게 문 앞에 이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가위질 다 된 한국출시판 홍보 포스터였지만 '인육만두'라는 제목만으로도 나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호기심에도 오랫동안 챙겨보질 않았던 것은 호러팬들에게도 워낙 악명 높았던 고어씬들 때문이었다.

이미 피칠갑에는 어느정도 면역이 되고 나름대로 그 '피의 미학'을 즐기는 편일 호러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무섭단 말인가.

화사한 주말 낮, 혼자서 봐도 안 무섭겠지 싶어 결국 오늘 보고야 말았다. 근데 각오했던 것에 비해 많이 무섭진 않더라.

악명 높은 씬들이 몇 개 있는데...

1. 주인공이 주방장을 죽인 뒤 내장을 꺼내고 살로 고기만두를 만드는 장면

- 칼을 내리친다든지 하는 중요한 순간에
항상 앵글이 돌아가버리는 간접화법(?) 때문에
오히려 여유를 갖고 피의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때, 카메라가 찍지 않는 부분의 장면을 생각하면 안된다.
공포란...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내는 공포가 가장 큰 법이니까.

2. 주인공이 여자경리를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

- 강간한 뒤에 음부에 젓가락 뭉치를 꽂는 장면이 있다.
물론 카메라는 여종업원이 누운 탁자 아래에서 앵글을 잡고
탁자 위에서 널부러진 다리 사이로 피가 흐르는 모습만을 잡는다.
이 장면 역시 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영화 속의 영상은 영상일 뿐이니까)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윤금이씨 사건을 생각한다면
현실에 비해 저 영화의 충격 수위는 다소 낮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3. 후반부...주인공이 팔선반점 전 주인의 일가족을 몰살하는 장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금기시 돼있다.
지킬 건 지킨다! 라는... 일종의 불문율인데
여기서는 그런 금기까지 거침없이 훌훌 벗어버린다.
특히 전 주인의 다섯 아이 중 네번째 아이였던가...를 살해하면서
돼지잡는 칼로 아이의 목을 단칼에 참수해버리는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왜 서양 고어/호러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것 역시 탁자 아래에서 앵글을 잡아 떨어지는 목을 보여준다.
실제로 목에 칼이 박히는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섯 아이 중에서 가장 잔인하게 죽는 것은 그 네번째 아이 뿐이고
나머지는 역시 간접화법(?)으로 죽기 때문에
각오했던 것보다 충격은 다소 덜한 편이었다.

4. 역시 후반부... 일가족 살해 후 토막내는 장면

엄청나게 널부러진 사지와 몸통, 머리들이
화면을 온통 시뻘겋게 물들인다.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시각적 흥미를 유발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저게 다 소품이다...라고 생각하고 봐서 그랬을까.
아니면 텔미썸씽부터 혈의 누까지 면역된
사지절단 영화들에 내성이 길러져서일까.
'(사지가) 많다'라는 느낌 외에는 크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

영화는 초반부에서 주인공이 두세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난 뒤에는
조금 지루하게 전개된다.

팔선반점 전 주인의 살해용의자로 주인공이 체포된 뒤
경찰들이 그의 자백을 받기 위해 구타하고, 고문하는
엉성한 블랙코미디가 영화 중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문과 구타에 이기지 못한 주인공이
팔선반점 일가족의 살해사실을 털어놓는 것이
악명 높은 후반부 10여분의 고어씬이다)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마카오경찰과
살인용의자의 자백을 받기 위해 다양한 고문방법을 동원하는
그들의 대책없는 수사수법이 블랙코미디로 펼쳐지는데
그 고문들에 못 이겨 괴로워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용의자(주인공)의 모습이
'과연 무엇이 잔인한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외국출시판의 dvd 커버에 적힌 'darkly witty'라는 평가 역시
마카오경찰이 용의자를 취조하며 벌이는
블랙코미디성을 뜻한 게 아닐까 싶다.

............

어쨌거나 각오가 단단했던 것에 비해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이긴 했다.

오히려 고문하고 자백을 강요하는 마카오경찰의 모습이
용의자보다 더 잔인한 것 아닐까...하는,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과 개인의 광기에 의한 살인,
그 둘 중에 무엇이 더 무서운 것이고, 무엇이 더 무서운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가...라는
감독이 그런 삐딱한 메세지를 심어놓은 게 아닐까 의심(?)해보는 재미도
쪼금 있기는 있더라.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찾아보려는 이유가
그렇게 밑에 깔려있다고 여길만한 전향적인(?) 작가의식보다는
피칠갑의 고어씬 때문이겠지만
내겐 그 고어씬도 그렇게 무섭게 보이진 않았다.

아무리 실화였다고 해도 이 영화 역시 영화일 뿐인 거고
이미 현실은 이 영화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일들로 가득찬 거 같았기 때문이다.

* 윤수일을 닮은 주연배우 황추생의 싸이코연기에 탄복하는 분들이 많더라.
(윤수일처럼 황추생 역시 아버지가 프랑스인이란다)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용호풍운'에서 만났을 뿐인 황추생보다
재소자로 나오는 성규안이 더 반갑게 보이더라.

** 능글맞은 수사반장으로 나오는 이수현의 모습은
첩혈쌍웅의 리(Lee)반장으로만 기억하고 싶은 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수현의 필모그래피를 쭉- 살펴볼 때
첩혈쌍웅의 과묵하고 영웅다운 풍모의 역할은 극히 예외적인 것 같다.
심지어는 큰 뱀이 나오는 홍콩 쌈마이 괴수영화에도 출연하곤 했으니까.
2005/05/15 16:52 2005/05/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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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04/13 16:24

되게 유치한 생각이긴 하지만
서양음악사에서 최고의 음악가를 뽑으라면 누가 될까?
아마도 모짜르트와 베토벤이 단연 투톱으로 뽑히지 않을까?

둘다 고전파와 낭만파의 중간에서
엄격한 격식과 자유분방함의 미를 균형있게 갖춘
'가장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든데다
지명도 또한 난형난제니까.
게다가 한 명은 모든 게 유복했던 세기의 천재이고
또 한 명은 유년기 아버지의 폭력, 노년기의 청력상실 등
역경을 이겨낸 '樂聖'으로서
그 현격한 대비가 보여주는 상품성(?) 역시 우열을 재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이 '불멸의 연인'을 보면서
'아마데우스'가 생각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핑계를 대본다.

'아마데우스'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MBC 주말의 명화에서 1, 2부로 나뉜 걸 보고
완전히 나를 맛가버리게 만든 그런 영화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만들어진 이 '불멸의 연인'은
고등학교 초년생 시절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별로다'라는 평가에 여태동안 감상을 미뤄온 영화였다.

10년이 흘러서야 비로소 보게 된 이 영화는
사실 베토벤이라는 소재보다는
게리 올드만에 빠져 찾아보게 된 경우다.

정말 뭐라 설명하기 힘든,
넘치는 광기를 보여주는 그의 연기가
베토벤의 피폐한 정신세계를 잘 드러낼 거라고
아주 좋은 캐스팅이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소 길고 야비해보이는 그의 얼굴선이
과연 심통맞아보이는 앙 다문 입의 고집불통 베토벤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싶은 것도 사실이니까.

어쨌거나 영화 자체는
미국이나 영국의 미니시리즈 사극 수준의,
'아마데우스'의 장엄함에 크게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게리 올드만의 뛰어난 연기는
'역시' 라는 말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베토벤이라기보다는 베토벤 분장을 한 게리 올드만만이 보일 정도로
그의 존재가 너무나 압도적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이건 사실 영화 자체가 부실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아마데우스'의 철없는 천재를 맡은 톰 헐스가
그 자신, 모짜르트의 이미지에 갇혀 그 이후로 별다른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불멸의 연인'이 베토벤의 영화로만 남지 않고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의 가치는 '재앙'에 가까웠을 테니까)
그나마 '게리 올드만'이라도 보여주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게오르그 솔티가 음악감독을 맡았다거나 요요마가 첼로연주를 했다는 얘기가
클래식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이 영화의 가치는
'종합적인 쇼'로서의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은 거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미니시리즈 사극, 딱 그 수준이다)

영화는 체코에서 많이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재미있게도 아마데우스의 감독 밀로스 포먼이 체코 사람이다.
'불멸의 연인'의 감독이 소피 마르소 주연의 '안나 카레리나'를 감독한 걸 빼면
그리 뛰어난 감독 같지는 않은데 비해
밀로스 포먼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든가 '발몽', '래리 플린트' 같은
걸출한 영화를 만든 대가라는 점이 이채롭다.

아참, 또 인터넷을 뒤져보니
게리 올드만의 또다른 영화 '레옹' 역시
'불멸의 연인'과 같은 1994년에 개봉했다.

그는 레옹에서 사이코 형사반장 스탠필드를 맡았는데,
영화 초반부에 마틸다네 가족을 죽이면서
'자네, 베토벤 좋아하나?'라고 물어보던 모습이 생각나 재미있었다.
레옹에서 그 대사를 하며 게리 올드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인터넷에 보니 이미 trivia로 도는 얘기군...)
2005/04/13 16:24 2005/04/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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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03/10 23:49
결국 네크로맨틱까지 보고야 말았다.
(이제 기니어피그만 남은건가...;;)

근데...근데...
네크로필리아(시체애호)라는 주제와 다르게
너무너무 웃기고 어이없더라.

시체를 처리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남자와,
그와 동거하는 여자친구가 주인공이다.
둘은 시체애호성향이 있어서 남자가 빼돌린 시체의 각 부분을 집에 보관하고
피로 목욕을 하는 등 변태끼(?)를 보여주는데
남자가 실직한 뒤로 시체를 구해오지 못하자 여자가 떠나간다.
(떠나갈 때도 시체를 훔쳐 달아난다 ㅡ 대책없다, 이 여자...)

실직한 남자는 이제 여자친구도, 시체도 잃은
완전히 nothing to lose의 삶을 살며 괴로워하는데
꿈속에서 벌어지는 환상이 가관이라.

스스로 시체처리용 검은비닐 안에 담겨있다가
시체의 모습으로 비닐을 뜯고 들판에 나온 남자는
어디선가 다가온 여인이 시체의 토막난 머리를 주며 웃음을 띤채 손을 내밀자
즐거움에 함박웃음을 짓고,
한술더떠 창자(?)로 보이는 내장을 한손으로 돌리며
유유히 들판을 뛰어다닌다.

(이걸 갖고 '의사소통의 부재'니 하며 애써 의미를 읽어내는 분들도 계시던데
상황에 도저히 안 어울리는 발랄하고 로맨틱(네크로+로맨틱)한 음악 등
이 영화의 허접성에 비추어본다면
머리를 이런 쪽으로 굴려 그런 거창한 메타포를 만들 정도로
감독이 문제의식이 뚜렷한 사람 같지는 않다)

1970년대 애마부인류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이 들판에서의 뛰노님과 창자돌리기의 미스매치는
언밸런스라든가 위화감의 수준을 넘어
웃김과 어이없음의 수준까지 발전을 하게 되는데
어쨌거나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이 황당하리만치 웃긴 어이없음은
1987년이라는, 20년전의 제작연도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리 잘 만들어도 어딘가 독일병정처럼 뻣뻣한 독일대중문화의 어색함 때문일 수도 있다.

인상 찡그린 유일한 부분은
토끼를 산채로 도살하는 장면 하나였는데
며칠전에 중국에서 모피 만드는 잔혹영상이라며 돌아다닌 동영상과
별로 다를게 없는걸 보면
그 모피반대동영상이 반향을 일으켰던 건
우리나라에 동물애호가가 많아서 그랬던 게 아니라
중국혐오자들이 많아서 그랬던 거라는 내 추측이 대충 틀리지 않았던 거 같다.
(난 중국이건 독일이건간에 동물도살하는 건 죽어도 싫다,
나 그래서 요즘 채식하잖아... (근데 왜 살이 안 빠지냐...OTL))

아무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얘기가 딱 들어맞는,
피에 굶주린(으흐흐...) 내 정신상태에는
그냥 웃기기만 한 영화였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시체가 되기로 결심한 뒤
칼로 배를 찌르면서 그 쾌감에 사정을 하여
정액과 피가 뒤범벅이 된채 죽어가는 남자의 라스트씬을 보고 있노라면
'쟤(감독이나 배우나), 저러고 싶을까?'하는
불쌍한 생각마저 들게 되더라.

그만큼 허접하다.
별 다섯개로 평점을 매긴다면 0.5개쯤 주고 싶다.
(그나마 그 0.5개도 '코믹성 내지는 어이없음' 때문에 주련다)
2005/03/10 23:49 2005/03/1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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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03/06 21:23
혼자 사는 건 가끔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도 이곳에 내려와서
호러나 스릴러, 심지어는 고어영화까지 다운받아 보는 심리는
나로서도 잘 설명하기 힘들다.

어젯밤에 잠들기전 다운 받은 영화는
브라이언 드 파머의 초기작품 '드레스드 투 킬'(1980)이다.

사실 많은 고전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그 명성에 이끌려 찾아보았다기보다는
캐나다 있을 때 반지하 하숙집 거실에서
혼자 소파에 누워 케이블TV를 돌리다가
끝나기 몇분 전 장면만 보고 말았던 게 원통(?)해서였다.

브라이언 드 파머의 초기걸작,
아니면 좀더 넓게 스릴러물의 a must-see라고 평가받고 있음에도
굳이 '챙겨봐야겠다'라며 끌리지 않은 건
내가 본 그의 영화들이
한결 같이 내게 잡곡밥을 씹는듯한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굳이 그의 성향과 특기에 대한 사전조사가 없더라도
미션 임파서블, 스네이크 아이즈, 팜므파탈 같은 그의 요즘 영화들에서
아, 저 감독은 화면분할과 음모, 반전, 현실과 상상의 교직(交織)에
취향(?)이 있구나...하는 걸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취향'이라는 것이
'잘한다'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게
내게 박힌 그에 대한 인상이었다.
어쩐지 '서사'의 힘딸림을
스타일로 만회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기걸작 중 하나라고 불리는 '언터처블'을 먼저 봤더라면
인상이 좋게 남았을지 모르겠다)

'드레스드 투 킬' 역시
그 명성에 걸었던 큰 기대를 그대로 내게 만족시켜준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여기서도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이나 개연성의 측면에서 헛점이 보이더라)
그러한 소소한 아쉬움과 단점들을 커버하고도 남도록,
제작된지 25년이 지난 작품으로서는 너무도 많은 부분에서
가히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는 수긍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의 허를 찌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오프닝 테마와 여주인공의 관능적인 샤워씬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마비시키고 스릴러라는 장르성을 은폐시켜
곧이어 벌어질 처참한 샤워실 살해장면의 충격을 배가시킨다.
(다 아시다시피 이 장면은 드 파머의 영원한 스승이라 불리는
히치콕의 '사이코'에 나오는 명장면에 대한 오마쥬다)

** 찾아보니 샤워씬에 나오는 몸매(?)는 중년의 디킨슨이 아니라
23세의 모델이 대역한 거라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

곧이어 나오게 되는
케이트와 낯선 남자의 미술관 숨바꼭질(?)씬 역시
많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듯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고,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 후 그 집에서 나오며
보비(살인마)에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살해당하는 케이트의 피투성이가 된 모습은
섹스와 스릴러, 미스터리가 중심이 된 이 영화에
어느 정도의 고어성까지 가미시켜주고 있어 흥미롭다.
(보비가 휘두른 면도칼에 쩌억- 갈라지는 케이트의 오른손이란...!)

특히 '드레스드 투 킬'에서는
거울을 통한 시선포착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살해씬, 엘리엇박사의 웃는 표정, 리즈의 샤워실 살해씬 등등)
우리의 인지체계를 거치게 되는 육안(肉眼)이 아닌,
거울이라는 사물을 통해 좌우가 뒤바뀌어 보이는 설정은
시선의 몰가치성과 면적적 협소성으로 인해
사건의 잔혹성을 더욱 크게 만드는 효과를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점들이
드 파머에게 따라붙는 '히치콕의 충실한 후계자'라는 호평 겸 비아냥대로
그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의 초기작인 이 '드레스드 투 킬'에서 절묘한 '최적의 조합'을 이뤄내며
이 작품을 '장르적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인터넷에 도는 2장짜리 파일들은
음모노출과 고어씬이 제거되지 않은 unrated판 같다.
영화의 관능성과 잔혹성을 충분히 즐기기 위하여
이 unrated판을 권하고 싶다.
2005/03/06 21:23 2005/03/0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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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5/01/03 23:24

애초부터 이 영화에 대한 악평과 조소가 극에 달해
'트로이'와 같은 오락성 사극영화를 기대하지 않고 가긴 했지만
3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에 아픈 엉덩이를 부여잡고(?) 극장을 나온 나에게
남은 생각은, 이만한 소재와 이만한 물량을 갖고
이러한 방향을 고집해 만든, 감독의 옹고집에 대한 경외 뿐이었다.

세계사와 전쟁사를 통해
불세출의 전쟁영웅으로 인식되어왔던 알렉산더 대왕의 신화에서
올리버 스톤은 '무엇이 그를 그렇게 정복에 집착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그러나 아무도 생각하려고 하지 않은 문제를 파고들면서
이 영화를 서사시가 아닌 한 인간의 심리드라마로 그려내고야 만다.

심리학에서
과장된 행동과 공격성은
종종 열등감과 콤플렉스의 외향적 해소방안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감독이 그려낸 이 영웅 역시
어머니의 욕망투사(投射; projection)과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그 유아기적 분노와 좌절을 정복/확장의식에서 찾아가는
미처 채 크지 못한 '대왕'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과연 실제의 알렉산더가 이런 의지를 갖고 정복전쟁에 임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세계인이 통합되는 코스모폴리스를 만들겠다는 그의 적극적 의지 역시
영화대로 이해하자면
(부족간의 융합이란 이상에 불과하다던 현실적인 老장군 프톨레마이오스의 내레이션과 대비되어)
거대한 부모(수퍼에고)의 그늘에 눌려 다 크지 못한채
섣불리 그리스 연합왕국의 왕이 되어버린 그의 유아기적 이상주의에 다름아닌거다.
그리고 그 이상주의는
절묘하게도 자신의 정상적이지 못했던 왕위계승에 대한 컴플렉스와
외부인들에게 이따끔씩 표출되는 분노에 맥이 닿아있는 것이고.

그래서 초반부의 가우가멜라전투와
종반부의 인도정복전쟁의 재연은
(영화잡지의 리뷰에서처럼)
최근 할리우드 오락성 사극의 '스펙타클'이 아닌,
감독이 플래툰 같은 전쟁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바와 같이
알렉산더의 깊은 콤플렉스를 펼쳐놓는 중간의 드라마와 연결되는
처절한 '리얼리티'의 영상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ㅡ 물론 이러한 이해도 그리스의 팔랑스(장창병밀집대형)와 '망치와 모루' 전략을
빼어나게 재현해낸 스탭의 노력에 감탄한 뒤에나 가능하다 ㅡ

결국, 역사의 재해석이라는 면에서
올리버 스톤은 자신이 가진 매력적인 소재와 거대한 자본의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또다시 자신만의 고집으로
'인간(개인)'의 내면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그가 '도구'로 썼을 뿐인 매력적인 소재와 거대한 자본을
'목적'으로서 기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독의 진지함은 너무 버겁고 영화의 3시간은 너무 길 것 같다.
2005/01/03 23:24 2005/01/0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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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에머리히

쌈마이 정신과 할리우드의 돈+기술이 결합했을 때
B급 영화가 과연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그의 할리우드 이후의 필모그래피를 주목해서 보라.

차마 'B급 영화의 진화'라고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7천원 아까운 생각은 안 들게 해주는
진정한 쌈마이.
2004/06/06 23:55 2004/06/0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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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4/06/03 15:00

할리우드의 막대한 돈과 서양문명사의 노스탤지어가 결합하는 일을
일부러 삐딱하게 볼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이러한 결합을 옹호하는 측면이 강하다.
뒤늦게 집에서 비디오로 <글래디에이터>를 보고 통탄하고
제대로 만들어진 삼국지 영화가 없음을 분노하며
김성수의 <무사>를 보고 고개를 내저으며 영화관을 나선 나에게,
이성과 윤리, 그리고 민주주의가 없는,
절대권력이 존재하고 그 아래, 수단으로서의 '군중'이 피를 튀기는
고대에의 향수는 결코 지워버리기 아까운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내가
<일리아드>를 읽으며 지루해하지만
<트로이>를 보면서는 흥분을 감출 수 없는 까닭도 설명해준다.

'무기'의 존재가 아직 인간의 '무예의 절륜함'보다 그 영향력이 덜했던 그 때의 전투야말로
문자가 아닌 영상으로 '감상'하기에 더없이 아름답기까지 한 순간이었을테고
한 명의 절대권력자의 명에 의해
수천, 수만명의 피가 튀기고 대지를 적시는
그 광포하고도 야만스러운 시대야말로
야수성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인간들에게
하나의 잃어버린 판타지로까지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할리우드 역사물의 미덕에 더하여 <트로이>가 가진 매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신화성을 배제한 현실적인 면에 있다.

판타지가 정말 판타지로 우리 앞에 펼쳐졌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콧방귀에 불과할 거다.
그러나 동생 메넬라오스의 명예를 지켜준다며 전쟁을 일으키는
아가멤논의 진짜 야심이 사실은 에게해의 패권에 있었다든지
항상 현명하고 지적인 명사로 그려지는 오디세우스가 중얼거리는
옛날이나 오늘날의 상황에 변함없이 들어맞는
'정치'라는 것에 대한 시니컬한 코멘트라든지 하는 것은
이 영화를 하나의 '신화의 재현'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신화'의 껍데기를 쓴 '현대'의 이야기로 들리게 한다.

이러한 비신화화 작업이 주는 결과는 다양하면서도 꽤 효과적인데
나로서는 영악한 관객들의 지적 취향을 훼손하지 않는 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 영화를 또하나의 <반지의 제왕>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즉 철저히 신화에 기반한 판타지가 아니라는 바로 그 점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만
<반지의 제왕>이 보여준 철저한 판타지성이 부담스럽고
<글래디에이터>의 지나친 개인서사시적인 면이 연약해보이며
예전 50-60년대 할리우드 그리스신화물들이 보여주었던 경직성에 따분한 하품을 흘려본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 <트로이>는 썩 흥미로운 2시간 40분의 오락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인물들 -

* 아킬레스

軍神과도 같은 인물로서 신격화된 아킬레스가
사실은 변덕이 심하고 통제불능이었다는 사실은
<일리아드>에도 잘 나와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아킬레스를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단한 미스캐스팅이군...했던 내 자신의 무식이 부끄러울 따름.

그렇긴 하더라도 영화 속의 아킬레스는
더더욱 통제불능이며 더더욱 뛰어나다.
그가 브래드 피트의 외모를 했을 때
근육질에 둘러싸였을 3천년전 불패의 전사 아킬레스는
군살 하나 없이 세련된 뉴욕의 여피족과도 같은 캐릭터성을 부여받는다.

* 헥토르

아킬레스가 神에 가깝다면
헥토르는 결코 신이 되지 못하는 '인간'에 그칠 뿐이다.
게다가 진짜 신은 변덕스러운 천재를 좋아하지
성실한 범재를 좋아하지는 않으니
그의 운명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그렇다 하더라도 모차르트를 시기하는 살리에리의 모습을 떠올리기에는
그는 너무나 점잖고 사려깊으며 가정적이기까지 하다.

* 오디세우스

선 굵은 외모와 달리 항상 교활한 악당역을 맡는 숀 빈이
이번에는 오디세우스라는 서양문학사의 영원한 히어로를 연기한다.
시니컬한 말투, 현실순응적이면서도 영민한 이 이타카의 왕이
통제불능의 늑대와도 같은 아킬레스가 존경하는 단 하나의 인물이라면 그 80%의 공은
교활한 악당이되 결코 교활하다는 이미지를 줘본 적이 없던
기품있는 이 영국배우의 멋진 연기에 돌아가야 옳을 것이다.

* 파리스

레골라스, 이번에도 역시 화살 하나로 거인을 쓰러뜨리다.
2004/06/03 15:00 2004/06/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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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3/12/27 10:57
이 영화는
폭력과 광기가 지배하는 '국가'의 시대에서 태어나
역사의 변화된 물줄기 속에서
- 그러나 그 변화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의 시대였다 -
개인의 삶과 가치가 억눌린채 폭발해버린
비극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앞의 1시간이 훈련장면으로 채워져있고
뒤의 1시간이 집단의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크게 나눈다면
내가 짐작한 영화와 감독의 의도는
후반부에 집중되어 전개된다.

강우석이 이 영화를 놓고
'The Rock' 같은 외국영화와 비교해달라고 말했다던
그 자신감은 분명히 전반부의 살인적인 훈련장면들을 두고 한 것이겠지만
촬영시의 '죽을고생'이
꼭 좋은 결과를 담보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강우석의 그러한 자신감은 성급했던 게 아닐까.

전반부의 훈련장면은
불안하게 예측했던 대로
단순한 에피소드의 나열식이 되어 힘을 잃고 있으며
후반부의 주요화두가 되는
'(개인의)이름'이라는 것은
The Rock에서 드러나던 '(군인의)명예'에 비하여
그 개념적 輕重을 떠나
영화를 지탱해주는 중심축으로써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스탭들이 The Rock을 의식했건 안했건간에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한스 짐머가 작곡한 The Rock의 음악들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도
이 영화의 '의욕과잉' 내지는 '도전정신과잉'의 언밸런스를 지적하는데 빼놓을 수 없다.

......

어느 외국작가가 한국작가더러
'너희는 식민지, 6.25, 독재, 민주화 같은
엄청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왜 문학의 소재궁핍을 이야기하는 거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영화를 통해
뚜벅뚜벅 우리의 현대사가 걸어나온다고 흥분하는
'역사과잉'의 매체들도 없진 않겠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한 역사, 매력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치밀하지 못한 터치로
(그 영화개봉을 통해 사람들에게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려준다는 의미에서의)
'역사영화' - 아니, 좀더 심하게 말한다면 '기록영화' -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뿐만 아니라 영화를 찍으며 죽을고생을 한 출연진과 스탭들의 노력을
nullify시켜버리는 대책없는,
그러한 영화가 있다면
이 영화 '실미도'가 바로 그러한 영화일 테다.
2003/12/27 10:57 2003/12/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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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영화  2003/11/30 00:18
예전에 커트 러셀이 주연했던
LA 2013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컴퓨터그래픽으로 떡을 친 영화가
얼마나 허접할 수 있는지 치를 떤 기억이 있다.

The Core 역시
외국에서의 흥행과는 조금 다르게
한국에서는 성적이 거의 '저주' 수준이었다고 하는데
막상 보면
그렇게까지 엉망인 건 아닌 거 같다.

이제까지 아무도 들어가본 적 없는
지구 내부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상당부분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되었지만
그 표현만큼은
상당히 '아름답게' 처리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마겟돈 같은 지구방위 재난영화의 공식에 충실하게
수명의 주인공이 '영웅적'으로 하나씩 죽어가는 것이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이런 것 갖고 영화 자체를 쒯이라고 하기엔
아까 말한 상상 속의 지구 내부의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내가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을 좋아해서 편견이 있는 건가? :)
2003/11/30 00:18 2003/11/3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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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 [모형인] 양대천.
  93. [모형인] 양동일.
  94. [모형인] 양성필 - Egloos.
  95. [모형인] 양성필 - Naver.
  96. [모형인] 양태준.
  97. [모형인] 오준호.
  98. [모형인] 왕조사.
  99. [모형인] 우보형.
  100. [모형인] 유철호.
  101. [모형인] 유철호 - Naver.
  102. [모형인] 윤영중.
  103. [모형인] 이경재.
  104. [모형인] 이경준.
  105. [모형인] 이기태.
  106. [모형인] 이대관.
  107. [모형인] 이상민.
  108. [모형인] 이석주.
  109. [모형인] 이성재.
  110. [모형인] 이영신.
  111. [모형인] 이인재.
  112. [모형인] 이주환.
  113. [모형인] 이중원.
  114. [모형인]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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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 [모형인] 장민성.
  117. [모형인] 장홍환.
  118. [모형인] 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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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 [모형인] 정동근 -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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