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대학교는 주(州) 내에 여러 곳의 캠퍼스를 갖고 있는데, 이 중 샌디에고에 설치돼있는 게 UCSD(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다.
내가 다니는 Extension 코스는 일종의 '평생교육원, 사회교육원' 같은 과정이어서 설치된 과목별로 학생층이 다양하다. 지역내 영감님들도 많이 다니고 UCSD 학부생들도 가끔 이 과정을 (특정과목 중심으로) 듣는 것 같다. 물론, ESL 과정을 듣는 한국, 일본 등의 어학연수생이 가장 많지만.
가르치는 과목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프로그래밍, 의료보험 실무, 꽃꽂이, 경제/경영/회계, 기초과학, 어학 등등... 과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충 3개월(8~9회)을 기준으로 150~250달러 정도를 받는다. 한 과목당 10~20명 정도가 수업을 듣고 강의수준도 일정수준 이상은 된다. 물론 우리 회계과목 선생이 수업 첫날 실토한 것처럼 이 Extension 과정이 (주차비와 함께) 대학의 크나큰 돈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 중에서도 Certificate Program인 Business Management 과정을 듣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과정이 이 과정이다) 총 2쿼터, 6개월을 수강하는데, 앞의 3개월은 공통과목, 뒤의 3개월은 전공과목이다. 전공은 인사(HR), 마케팅, 금융, Pre-MBA 등 4개로, 우리회사 연수자들은 대개 (짧은 영어 때문에) 금융을 선택한다. 나 역시 별다른 고민없이 금융을 고르긴 했는데 지금 보면 모두 (비영어권 학생들이라) 영어실력 뻔한 마당에 관심분야인 인사나 마케팅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Business Management 과정은 International Student를 위한 패키지과정으로, 1쿼터(3개월)당 4~5개 과목을 묶어서 진행되며 학생구성도 큰 변동 없이 '같이' 간다. 경우에 따라 간혹 별도수강생들이 함께 듣는 과목도 생기긴 하지만, 대개는 개강 첫날 만난 동급생들이 쿼터 끝까지 수업을 같이 듣는다.
6월말 ~ 9월초까지 진행되는 1쿼터는 앞서 말한대로 공통과목이다. 회계원리, 조직행동론, 인사관리기초, 상법, 마케팅 등 5과목에 프로그램 디렉터가 진행하는 특별수업 등 총 6과목을 듣는다. 하루에 1~2과목씩 주 4일 수업이며, 목요일 하루는 윗 동네에 있는 별도 캠퍼스에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차를 몰고 나간다. (보통은 학교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학교 학생증을 제시하면 무료탑승이 가능하다. 버스간격이 20~30분에 달하는 게 문제지...)
학생들은 나를 포함해 16명 정도다. 브라질과 일본학생들이 각각 5명, 4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외에 인도가 둘, 한국, 프랑스, 터키, 덴마크, 슬로바키아 등이 각각 1명씩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심모씨한테 포르투갈말 좀 배워둘 걸)
나처럼 회사에서 보내줘서 서른 넘어 노구(老軀)를 이끌고 온 사람은 없고, 자기 나라에서 2~4년 정도 직장생활 하다가 퇴직하고 공부를 더 하러 온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경력 있으려면 30대 훌쩍 넘길텐데, 다들 많아봐야 20대 중반이라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들이 그만 둔 직장이 ABN AMRO나 Bear Sterns, IHI 같이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은 더 놀랍다. (그만큼 노동유연성이 높아서 그런 건가?) 뭐, 이들도 모국 돌아가서 직장 새로 잡을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는 건 마찬가지긴 하지만.
다들 수업을 비슷하게 들어서 그런지 1개월 보름쯤 지난 지금은 다들 친하다. 특히 브라질 학생들은 덩치도 크고 자기네들끼리 잘 뭉쳐다녀서 처음에는 가까워지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역시 성격이 화끈하고 유쾌해서 그런지 요새는 잘 지낸다.
그래도 가장 편한 건 아무래도 일본 학생들이다. 언어구조가 비슷해서 그런지 어설픈 내 영어를 가장 잘 알아듣는게 그들이고 사고방식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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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가 수업 간 동안 집에만 있던 집사람도 얼마전부터는 Extension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저녁에 있는 Drawing 수업을 듣는데 나는 월요일 수업이 없기 때문에 집사람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차를 몰고 데리러 간다. 어두컴컴한 UCSD 캠퍼스 내 주차장에서 라디오 하나 켜놓고 집사람 기다리고 있노라면, 십 몇년 뒤, 내 자식이 학원 다닐 때 밤늦게 차로 데리러 가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상상하곤 한다.
이 Drawing 수업이 중반에 접어드는 8월쯤부터는 집사람도 강의를 하나 더 듣는다. 일본식 꽃꽂이인 Ikebana라는 것인데, Drawing과는 달리 이 분야는 완전 초보자인지라 꽃만 죽이는 게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된다.
이 Extension 프로그램 외에도 집사람은 낮시간에 이것저것 많이 하며 시간을 보낸다. 빌라 내 공용시설인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오늘 같은 수요일 저녁에는 클럽하우스에서 요가수업도 듣는다. 가끔 물어볼 게 있으면 빌라사무실에 가서 애쉴리와 졸리라는 이름의 상담원들과 수다도 떨고 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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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중 하루는 내가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위해 둘 다 집에 있곤 하지만, 가급적 가까운 곳에라도 많이 다니면서 오복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둘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하다못해 밤에 노트북 컴퓨터로 영화라도 보면서 재미있게 지내려 한다.
샌디에고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즐겁고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다. '내 인생에서 그런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되뇌였던 선임자들 말을 하루하루 실감하며, 구름 한점 없이 파란 샌디에고의 평화로움과 International Friends와의 유쾌한 시간들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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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충성해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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