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책 2003/09/04 18:55
구내서점에서 최근에 나온 고승덕 변호사 책을 읽었는데
미국유학간 얘기 초엽까지만 봤음에도
그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던가
그의 삶이 얼마나 ('영예'라는 비물질적) 보상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었던가를
수긍하게 되었다.
물론 그의 삶이
'소시민적 행복'의 관점에서
결코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다.
굳이 실패한 결혼생활을 들지 않더라도
항상 거대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거기에 자신을 내던지는 그의 삶은
일반적인 우리가 보기에
'왜 그러고 인생을 사냐'라는 핀잔을 주기에 딱 알맞은
그러한 고리타분함마저 느끼게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그를 '출세와 영달에만 관심을 가졌던 세속주의자'라고 폄하하거나
'사랑의 의미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 따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의 삶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못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가 걸어온 길이 비록
일부 다른 고시합격자들의 그릇된 행위로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코스로 비칠지 몰라도
그에게는 그 매순간순간의 도전이
항상 겸손한,
어쩌면 '구도'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그러한 길이었다.
공부가 좋아서도 아니고
공부를 잘해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도 아니고
공부를 해야하니까 해야하는 것도 아닌,
'다른 잘 하는 게 없으니까' 하는 것이지만
기왕 하는 거라면 '제대로',
거기에 약간의 오기와 1% 미만의 자존심,
그러나 타인들에 대한 우월감은 전혀 없이 공부하는 것이
그가 공부를 하는 의미였다.
오히려 공부를 하는 '순수함'과 '정화(淨化)' 본연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고나 할까.
물론, 수험에 관한 전략을 잘 세우는 영리함은 기본이었다.
- 솔직히 그의 수험기를 읽으니
요즘의 시험들과는 많이 다르다거나
운도 적잖이 작용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시험이라는 것은 어느 학원강사의 말처럼
'운이 없어 떨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운이 있어서 붙는 경우는 없'다 -
보수적인 법조계의 관행에 반감을 표한 부분이나
고시3관왕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자신을 '도전'에 내맡겼던 역정을 보면
(미국유학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이 '시험괴물'의 인간이
오히려 더 '사람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나더러 천재라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는지는 알려하지 않는다.'
이 미쳐돌아가는 사회에서
일신의 영달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고시'라는 관문을
3개나 통과한 고승덕은
정우성이 고소영과 데이트를 한 뒤 카드를 내놓는 일과 동의어가 되어버린
바로 그 '능력'의 화신처럼 여겨져왔는지 모른다.
그러한 천박함의 셀로판지를 걷어내면
그에게서는 오히려
목표를 향한 저돌적인 매진과
'없는 길은 자신이 길을 만들겠다는' 쉼없는 도전정신만이 보일 뿐이다.
돈과 영예, 출세라는 잣대로 그를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그와 같아질 수 없다.
ISBN 899528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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