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도 기억 안 나면서
그냥 그 '분위기' 하나만으로
머리 속에 강렬하게 자리잡은 영화가
누구에게나 한둘은 있을 거다.
나에게 레이디호크 역시 그런 영화인데
imdb에서 알아낸 이 영화의 스탭들이 재미있다.
형사 가제트를 비롯하여
항상 '맹~한' 표정으로 나오는 매튜 브로데릭이
23살 때, 한창 뽀송뽀송할 때 이 영화에 나왔다고 하며
감독은 또 유명한 흥행사 리처드 도너다.
(그래서일까? 포스터의 분위기는
그의 예전 영화 '오멘'의 어두운 분위기와 흡사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거의 생각이 안 나지만
마법에 걸린 두 사랑하는 남녀가
여자는 낮에 매로,
남자는 밤에 늑대로 변해
서로를 볼 수 없다는...뭐 그런 설정이었던 거 같다.
오로지 해가 뜨고 지는 순간적인 찰나에만
서로를 잠깐 볼 수 있을 뿐인데,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성채의 망루 안에서
해가 지는 노을 아래에서 매에서 인간으로 변해
나신을 그대로 드러내보인 미셀 파이퍼가
드러누워 거적을 덮고 등만 보인채
뒤를 돌아다보는 장면이었다.
망루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금색 노을빛을 타고 카메라에 잡힌
미셀 파이퍼의 뒷 나신이라는 것은
어린 내가 느끼기에도 얼마나 에로틱하면서도 신비로왔던지.
물론 그때는 그냥 '아, 아름다운 장면이다...'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영상의 충격의 기저에는
에로틱함과 신비함의 혼재된 시각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미셀 파이퍼라는 대배우의
그 신비함 넘치는 외모라는 건
더 말해 무엇할까.
영웅본색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어떤 분께
예상치 않게 이 레이디호크의 OST를 받게 된 뒤로
음악을 통해 느끼게 된 영화의 환타지성은
'이야기'가 빠져도 '영상과 음악'으로 기억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의 강력함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줬다.
영화 크레딧을 보며 받은 서프라이즈는
이 OST에서까지 예외가 아닌데
메인타이틀의 키보드 연주가 귀에 익다 싶더니
역시 앤드류 파웰 작곡에 알란 파슨즈가 프로듀싱 한 거다.
근데 꼭 이렇게 기억에 좋게 남는 영화들을
2편을 만들어 초를 쳐야 하는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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