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음악 2003/05/17 12:29
신승훈, 윤상이라는 뮤지션은
적어도 내게는
'대중의 인기와는 별 관계 없이 그리 매력있지 않은' 가수임에 분명했다.
단발적인 곡들이
가끔 매력적으로 들리는 경우는 있지만
신승훈이라는, 개인으로서의 뮤지션이 펼쳐온 음악역량을 점검해볼 때
그의 곡들은
'신승훈표 발라드'라는, 지극히 고유명사적인 카테고리로 수렴될 수 있다는 것뿐
그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드러나보이지 않았다.
(윤상이나 김동률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사랑'의 뜻하지 않은 성공 이후로
갑자기 커져버린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과연 그의 음악적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정말 불필요한 걱정을 내게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
한국에서 소위
'국민가수'라는 타이틀을 갖는 공식은 아주 간단하다.
10대는 물론, 4-50대에까지 어필하면 되는 것이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그러했고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 그러했다.
김종환과 노사연처럼 4-50대 공략엔 성공했지만
10대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면
'성인가수', 조금 나쁘게 흐르면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분류에 놓이게 된다.
......
이렇게 신승훈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지극히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나지만
이 '그 후로도 오랫동안'만큼은
무척 즐겨듣는 노래 중 하나이다.
'비'라는 개체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나
곡 전체를 관통하는 '투명한 느낌'은
내가 왜 이 곡에 빠질 수 없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시해준다.
- 이곡이 수록된 신승훈 4집의 표지 역시
'투명하게 푸른' 신승훈의 얼굴이 찍혀있었다.
가끔 신승훈의 곡(발라드)들은
그러지 않아야할 곳에서 그래버리고 마는
감정과잉의 약점을 노출하는 경우가 있다.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취향이란 건
그렇게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달려버리는
그러한 성질의 것은 아닌 것이다.
약간은 체념한 듯이,
그래도 '청승'으로 보이지는 않으면서
섬세하고 세련되게, 그리고 투명하게,
감정의 기복은 크게 요동치지 않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곡이 끝난 뒤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그러한 곡을 나는 좋아한다.
'그후로도 오랫동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고 있는
투명한 키보드 연주는 그런 느낌을 과장 없이 잘 이끌어주고 있다.
그 흔한 기타솔로 한 소절 없는 것 또한
그러한 감정의 절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렇게 담담한 연주 위를 타고 흐르는
소녀적 감수성의 보컬은
과연 신승훈의 보이스컬러가 지향해야 할 점이
어디인가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비가 올 때 가장 듣고 싶은 곡으로
남들이 다 생각하는 '비처럼 음악처럼'이 아닌,
그리 크게 관심이 있지 않은 신승훈이라는 가수의
이 '그 후로도 오랫동안'이 생각난다는 것은
나에게 조금 당황스러운 - 그러나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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