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군의 핵심에서 일해온 엘리트 장교가 왜 이렇게 고난의 길을 자초하세요?
김영수 소령: 저희 사관생도 훈에 보면 그런 말이 있습니다. '귀관이 정의를 행함에 있어 닥쳐오는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가?' ...제가 3년 반 동안 이 사건을 가지고 투쟁하면서 느낀 것은 군 자체적으로 정화시스템이 중지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역사라는 것은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개혁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계기에는 항상 희생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
아주 어릴 때였지만, 지금도 이지문, 이문옥이라는 이름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의 양심선언이 무엇을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기억할 수 없지만,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너무도 절절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가 무서워 스스로 비겁해지고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차츰 손에 검댕이를 묻히는 법을 알게 된 것도 그 뒤부터였던 것 같다.
최근의 김이태 박사 사건에서 보듯,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한국조직의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서양에서도 크게 다를 일은 없는 것 같지만, 한국사회만큼 치졸한 방법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김이태 박사가 소속된 건기연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든 후 김박사에 대한 징계를 단행했다. 김박사는 최근 딴지일보가 수여하는 제1회 바보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내가 김영수 소령에게 놀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닥쳐올 가혹한 운명을 짐작하고 있음에도 담담한 표정을 잃지 않고 있는 것... 진정한 용기와 결의를 가진 자가 아니라면 도저히 내보일 수 없는 태도인 거다. 나처럼 하루하루를 비겁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물론이려니와, 심지어 그에게 징계와 처벌의 칼을 갈고 있을 비리연루자와 군 상층부도 그의 당당함과 초연함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대로 물러날 사람들은 아니지만)
내 손에 묻어있는 수많은 검댕이들을 부끄러워하며... 김영수 소령, 당신을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참군인으로 기억하려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그의 가족들이 가장에 대한 원망 없이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남자들이 비겁자의 길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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