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느와르의 악역 전문배우인 성규안(成奎安, Shing Fui-On)이 지난 8월 28일(한국시간) 향년 54세로 타계했다. 사인은 비인암.
한때 영웅본색, 첩혈쌍웅에 관한 트리뷰트 웹사이트를 운영하긴 했지만, 그때도 누누히 밝혔던 것처럼 나는 홍콩느와르의 바로 그 시대를 살았던 팬은 아니었다. 재개봉관에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영웅본색을 십수여회 섭렵하고 성냥개비를 씹으며 트렌치코트를 휘날리고 다녔던 1980년대 중후반의 정통 홍콩느와르 팬들과 달리 나는 그것을 1990년대 초반, 초등학생 시절 비디오로 접했을 뿐이고 뒤늦게 그것의 낭만에 공감하여 몇 개의 대표작들을 찾아본 것이 전부인 거다.
그래서 나는 성규안의 필모그래피도 줄줄 꿰지 못하고 그가 홍콩영화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했던 배우였는지 분석할 능력도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내가 즐겨봤던 몇 편 되지 않는 홍콩느와르 영화에서조차도 그는 영화의 '정형성'을 강화시켜주는 악역으로서 자주 등장했었고, 그것이 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더 크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그 역할을 반드시 성규안만이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성규안이 출연함으로서 그 역할을 영화 속에서 더 빛낼 수 있었던 배우. 성규안은 내게 그런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
영웅본색에서는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지만 영웅본색2에서는 비교적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했다. (마지막 저택결전 장면에서 도끼를 들고 일본도를 든 적룡과 싸우는 악당이 바로 성규안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우리 한국팬의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역할은 아무래도 첩혈쌍웅의 악역 '자니 왕'(王海)이었을 것이다.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삼촌인 '토니 왕'을 암살했으나, 킬러였던 제프가 경찰의 추격을 받자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티며 영화 속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한다.
"너는 사람이 아닌 개처럼 보일 때가 있다"
"... 인간보다 나은 개도 있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시드니(주강 扮)의 비극적인 모습도 악역을 맡은 성규안의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연기가 아니었다면 그토록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첩혈쌍웅의 마지막 씬. 성당으로 몰려온 경찰 앞에 투항하려 하지만 친구를 잃은 슬픔으로 분노하고 있는 이수현의 총탄에 무릎을 꿇고 만다. 첩혈쌍웅의 줄거리상, 그의 죽음으로 모든 갈등과 안타까움이 치유되지는 못하지만, 그는 이 순간에도 그의 역할에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성규안 주로 주윤발 적룡 공동주연영화중 하나인 시티 워 다음으로 나온 시티 워 2에서는 주윤발과 적룡 대신 주인공으로 나왔다 하네요. 시티 워 2에서는 한 꼬맹이의 가족이 총격을 당할때 꼬맹이를 구한 뒤 해어진다음 20년뒤에는 성규안이 불구가 돼어 복수를 다짐하고 꼬맹이는 어엿한 청년이 돼었다하는 내용으로 성규안이 좋은 역할을 하는 영화 중 하나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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