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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에 갔다가 참 오래된 동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12월 대선에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후보이던 김대중의 지원연설자로 노무현(당시 부총재)이 나와 방송연설을 하던 동영상. 그때 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마루에서 다림질을 하시던 어머니와 이 방송을 보면서 누굴 뽑으면 좋을지 얘기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놀랍게도 이회창을 뽑기로 하는 데에 어머니와 의견일치를 본 상태였다. 초짜 법대생으로서 법치주의에 대한 바람이 컸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떠한 일이 생길지 이유 없이 두려웠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 후로 12년이라는 세월이 더 흐르면서, 나는 큰 테두리 안에서 지난 2대 10년 민주정부의 지지자가 되었다. 민자당과 그 후예들의 본질은 그 어떠한 경우에라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민주주의에 발딛지 않고 정권의 도덕성, 청렴함, 지도자의 식견과 철학이 없는 '경제만능주의'란 신기루와 허상에 불과하다는 믿음 또한 혹독했던 포스트 민주정부 2년간의 경험으로 더욱 강화되어 왔다.

하지만 그러한 강화된 믿음과는 별개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아무도 없다'는 현실은 내게 어쩔 수 없는 허전함과 애잔함을 가져다준다. 노이즈가 잔뜩 낀 저 동영상 주인공의 패기있는 모습도 이젠 저렇게 녹화테입으로만 남을 뿐이고, 죽는 날까지 역사의 발전방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민족의 운명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던 위대한 지도자의 혜안과 식견도 여기서 멈춰버리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가야할 사람들이 먼저 가지 않고 화해와 화합을 운운한다든지, 살아생전 고인을 물어뜯고 고인의 업적을 무너뜨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인사들이 고인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든지 하는 모습은 허탈한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고인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던 과거가 언제였냐는 듯, 위인의 죽음 앞에 바싹 엎드리며 애도를 함께 한다는 저쪽 세력의 놀라운 처세술(눈치)에는 괜한 불쾌감까지 들 정도이다)

과연 우리는 떠나보낸 사람들만큼의 철학과 고민,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또 가질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50년 동안 이어졌던 자민당 정권이 막을 내리고 민주당의 집권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한다. 2000년대 초에만 해도 일본은 여전히 정치 후진국이라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물론 시민사회의 성숙도 한국만큼 도드라져보이지 않는다고 가벼이 보았는데 이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나라당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모든 분야에서 착착 진행시켜나가고 있는, 이른바 '50년 집권프로젝트'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정치는 조만간 일본 자민당의 탄생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해버릴 것이다. (누구는 앞으로 민주정부가 재출범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3년 + 박근혜 5년 + 이재오 5년의 총 13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빛이 될 지도자를, 소위 '진보진영'은 가졌는가. 전직 대통령 둘을 모두 잃은 상태에서, 이제는 다선 국회의원도 찾기 어려운 인력 풀(Pool)에서 누구를 원로로 받들고 고견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인 동시에, 떠나보낸 사람을 더더욱 그리워하게 되는 이유이다.
2009/08/22 13:22 2009/08/22 13:22
http://morehj.com/blog/trackback/797
비밀방문자  | 2009/08/23 22:2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2009/08/24 15:35
매번 좋은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집사람에게는 항상 충!성!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혼자만의 생각이겠죠? 헤헤... IPMS 사진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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