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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배가 많이 불러(예정일 9월말) 같이 여행다닐 수 있는 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되도록 많이 둘러보려 하고 있는데, 8월 첫번째 주말의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모형점'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형점 사진은 없다)

... mmzone 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LA에는 별다른 모형점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LA에서 남쪽으로(즉, LA보다 남쪽에 있는 샌디에고 입장에서 보면 LA 들어가기 전) 30분 거리에 있는 가든 그로브(Garden Grove)라는 도시에 괜찮은 모형점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이 바로 '브룩허스트 하비즈(Brookhurst Hobbies).'

예전에 LA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Brookhurst Street 몇 마일'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게 됐다. '브룩허스트라...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CAM Decals의 총판으로 유명한 '브룩허스트 하비즈'가 위치한 바로 그 도로였던 것이다. LA를 오가는 길에 꼭 들러보고 싶었는데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아쉽게 지나쳐야 했었고, 이제야 비로소 짬을 내어 가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먼 곳까지 가서 모형점만 둘러보고 올 수는 없는 일. 주변 관광정보를 찾아보니 모형점 가까운 곳에 '디즈니랜드'가 있었다. 당연히 1일 코스로 모형점 방문과 디즈니랜드 관광을 함께 하기로 결정.

... 또 열심히 차를 몰고 출발한지 1시간 30분만에 가든 그로브에 도착했다. 도시에 들어서는데, Korean District라는 간판이 보여 깜짝 놀랐다. 하긴, LA 말고 이곳 가든 그로브에도 한국인들이 꽤 많이 산다는데, 그런 지명이 붙을만도 하다 싶었다. 모형점 가는 길마다 한국간판이 심심치 않게 보였거든. (심지어 모형점은 태권도장 옆에 있었다!)

모형점은 규모가 엄청났다. 단순히 면적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용의 충실도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샌디에고를 비롯한 서양의 많은 모형점들이 RC쪽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스케일모형쪽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였다. 비록 워해머 같은 판타지물도 있었지만, 워해머 - 자동차 - AFV - 비행기 - 함선 등 스케일모형의 주요 다섯 장르가 골고루 다뤄지고 있었다. (특히 최근 복각된 Deal's Wheels 시리즈가 눈길을 끌었다)

정규키트는 물론, 페인트, 완성품 키트 등 부수재료(?)도 충실히 갖춰놓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은 것은 자료서적들이었다. 스쿼드론 In action 시리즈 몇 종 갖다놓고 생색을 내는 수준이 아니라 텍스트 위주, 하드커버의 본격 자료집까지 라인업이 충실했다.

아쉬운 점은, 데칼 같은 별매품 라인업과 공구류가 약간 빈약하지 않나 싶은 것이었는데, 특히 별매품은 디스플레이 케이스 안에 넣어놓고 판매원에게 요구를 해야만 볼 수 있어서 제대로 살펴보기가 곤란했다. 양은 많았으나 브랜드는 Aires, Eduard, LionRoar 같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내가 이걸 평범하다고 말할 수준이나 되나 몰라)

... 집사람이 모형점에 온 기념으로 하나 사주겠다고, 뭐든지 고르라길래 이것저것 살펴보긴 했는데, 마땅한 게 눈에 띄지 않았다. 심드렁해 있으니 다리가 아프다며 차 안에 가있겠다고 뾰루퉁해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것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규모로만 보자면, 캐나다에 있던 Fine Scale Models 보다도 더 큰 규모였는데도 고를 게 없다니...!!! 결국 빈 손으로 모형점을 나오면서도 당황스러운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이제 모형을 '사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단계는 벗어난 게 아닐까. 본질적으로, 모형을 '만드는 데서' 즐거움을 얻고 싶은 것이지, '사들여 쌓아놓는 데서'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는 표피적인(?) 단계는 졸업한 게 아닐까 싶었다.

차로 1시간 30분이나 되는 곳까지 가서 그토록 느끼고 싶었던 '모형의 즐거움'이란, 사실 부품을 붙이고 에어브러시를 휘두르고 무장을 붙이고 하는, 고군분투 또는 삼매경(三昧境)의 즐거움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뭔가를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사실 구할 수 있다면 PVD의 선반가공 Su-17/22용 피토관을 구하고 싶긴 했지만, 이제 이건 이 세상에 없어! -_-) 모형점에 가면 사고 싶은 게 생길 거라고, 그래서 그것으로나마 대리만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차를 몰고 디즈니랜드로 가면서 이런 소리를 중얼중얼 집사람에게 했다. 취미에서 얻는 즐거움이 좀더 고차원적인 단계로 발전한 것 같다는 식으로...

"잘 됐네. 바람직한 변화네"

...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 (더이상 돈 쓸 일 없어 바람직하다는 소리?)

(To be continued with Disneyland)
2009/08/03 15:45 2009/08/03 15:45
http://morehj.com/blog/trackback/794
뽀~*  | 2009/08/04 00:13
브룩허스트 하비스...예전에 잠깐 말한 그 모형점,
일단 양으로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듯하던데...

오옷~더 이상 살 게 없다...당신은 이미 오덕...^^;

취향이 전문화되니 웬만한 모형점에 가도
예의상 접착제 같이 간단한 것만 사들고 나오게 되더군요...

타향에서 수지 접착제로 스트레이트 빌딩으로 적적함을 달래던 때가
만드는 즐거움은 더 하지 않았나 싶군요.
물론 그땐 집에만 가면...이라고 벼르고 별렀으나...크~^^;;

유로화 강세 속에 체코제 별매품들이 고공행진을 하는 탓에
50% 세일을 해도 별 메리트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가끔 클리어런스 세일에서 흙 속의 진주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종종 들러보시길...ㅎㅎ ^^
  | 2009/08/04 10:59
아... 저도 그냥 색칠 안 하고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비행기나 사올 걸 그랬나봐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닌데, 그냥 지나치고 나니 후회가 드네요. ㅠㅠ 사준다고 할 때 그냥 눈 딱 감고 하나 사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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