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서머타임제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희한한 것은 이걸 건의한 곳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라는 점이다. (정식 건의한지는 꽤 된 듯) 국무회의까지 갔으니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모양.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 ··· 3Dnewsis
이 소식을 듣고 '참 뜬금없네' 싶어 썩 마음에 안 들던 차에 mmzone에서 관련 포스팅이 올라왔길래 좀 흥분해서 관련글을 달았더니 냅다 비공개처리 -_-;;; Blocking 당하기는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긴 한데 그게 사이트 정책이라면 뭐...
어쨌거나, 다시 서머타임제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노동시간만 늘어날 거다'라는 주장에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어차피 시계를 1시간 일찍 돌리는 거라서 하루가 24시간이라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는 거지. 아무리 사악한 상사라 하더라도 서머타임 실시 전의 시각을 따져 근무시킬 머저리는 없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서머타임 해제 되는 당일에는 좀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정부의 서머타임제 도입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이 정도는 인정해놓고 논의를 출발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토론이 될 것 같다)
내가 참 마음에 안 들었던 건 다른 게 아니다. 이걸 괜시리 '녹색성장' 대책이랍시고 갖다 붙이는 수사(修辭)과잉이 경솔해보였던 거다.
대통령이 8.15 기념식에서 뜬금없이 녹색성장이라는 걸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그 취지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8.15 기념식용 1회성 이슈가 아니었을까 싶긴 한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처럼 태양열, 풍력발전이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고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높아지며 에코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인가? 하고 기대를 했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온갖 갖다붙이기에 조금 가졌던 관심마저 접은지 오래되었다.
하다못해 이제는 서머타임까지 '녹색성장'으로 분칠을 하고 22년만에 소환이 될 정도인데... '뭔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라는, 신생 위원회의 스트레스와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른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작품 치고는 너무 humble한 거 아닌가? 차라리 '가정마다 10% 전기 줄이기' 같은 old-fashioned 캠페인이 더 설득력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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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을 '에너지 정책'으로 거칠게 치환하는 것을 정부의 '무능'이라고 몰아붙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녹색성장'의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지식경제부'(이름이 뭐 이래...)를 되짚어보면 그 뿌리가 동력자원부까지 닿는데, 이쪽은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쪽에 방점이 찍혀있을 뿐, 그 너머를 '상상'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물론 고급 직업관료들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2~3년마다 순환보직을 해야하는 한국의 시스템 안에서는 그러한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
결국 한국정부가 '녹색성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좀더 섬세하게 정책으로 디자인해내지 못하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인식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한계' 때문인 것 같다.
이 분야의 선구자라 할 수있는 독일의 경우, 환경부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의 녹색성장 10대 비전을 발표하며 국가적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라는데 그 내용이 음미해볼만 하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 ··· %3D50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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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은 '포장을 줄이자'라는 캠페인을 펼치던데, 줄여야할 포장은 이마트에만 있는 게아니다. 한국의 정책들도 그 내용에 비해 포장과 화장이 과도하다. 대통령이 닌텐도 DS를 보고 '우리도 이런 거 개발할 수 없겠냐' 한 마디 한 걸 갖고 며칠 뒤 '한국형 닌텐도 만든다'와 같은 수사과잉의 홍보자료를 뿌려대는 건 스스로를 경박하게 만드는 일이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 ··· 31699004
http://blog.korea.kr/app/log/hellopolicy/40590554
이해한다. 위에서는 대책 내놓으라고 조이지, 전문성은 부족하지, 상사 눈에는 들어야지... 결국 제목이 '섹시'하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런데말이다, 가끔은 그렇게 포장과 화장을 시킨다 하더라도, 그 결과물을 한번쯤 멀찍이 떨어져서 볼 필요는 있는 거 아닐까?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뭐라고 할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거지.
정말 파다파다 끝까지 가서 '서머타임제'까지 불러내온 것은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치자. 그래도 답으로 '서머타임제'를 써낼 요량이었다면 적어도 이게 '녹색성장'이라는 질문에 그럴듯 해보이는 답인지를 한번쯤 생각해봤어야 하는 거 아닐까? 도통 어울리지 않는, 아방가르드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대뇌 전두엽을 살짝살짝 마사지 해주는 기분은 정말 나만 느끼는 걸까?
...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 '서머타임'은 혼자 올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22년전 '올림픽'과 함께 와야했던 것처럼, 2009년에도 '녹색성장'이라는 낯선 친구를 부르지 않고서는 올 수 없었던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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