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간단한 술자리가 있었는데...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몸에 안 받았던 것 같다. 밤까지만 해도 괜찮았지만, 자정이 넘어가면서부터 속이 좋지 않고 척추까지 아파 새벽 3시경 어렵사리 눈을 붙였다.
하지만 눈을 붙인지 몇시간 되지 않아 척추와 위장의 극심한 고통에 깨어나게 됐고 새벽 5시부터 전날 먹은 모든 것을 다 토해내고 쏟아내고...그랬다.
척추마저 극심한 통증으로 제대로 침대에 누울 수도 없었고 쓰린 속을 달래느라 마신 한 모금의 물도 몇분뒤 모두 게워내야 했다. 정말 이런 일이 없었는데... 호텔방에서 혼자 괴로워하며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다.
그 시간, 내가 제일 사랑했던 한 명의 정치인이 쓸쓸히 유서를 남기고 뒷산을 걸어올라 몸을 던졌다.
그의 고통을 공유하기 위해 하루종일 극심한 육체적 통증에 시달렸던 것은 아니겠지만, 서울로 오는 길에서 나는 육체적 통증과는 또다른 마음의 공허함으로 괴로워해야 했다.
.... 2002년 겨울, 그때 나는 캐나다에 있었는데 주인집 눈치를 보면서 부모와 친구들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무척 열심히 홍보했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대북송금 문제나 이라크 파병문제, 한미 FTA 추진 등등의 문제에서도 대통령의 고뇌와 견해를 가급적 방어하려는 쪽이었다. 하지만 항상 나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의 당당한 논리(또는 입장)에 '노빠' 소리를 들으며 밀리기 일쑤였고, 괜히 그런 자리를 어색히 만들기 싫어 입을 다문 적도 많았다.
박연차 문제에 대해서도 나는 그를 열렬히 방어하지 못했다. 물론 공식브리핑도 아닌 '지엽적 사실'들을 언론에 흘리는 검찰의 저열한 행태나 그걸 받아 히히덕거리며 추측기사나 사설 따위를 써대던 하이에나 언론들의 작태에 분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내가 사랑한 정치인에 대한 적극적 방어로 나간 것도 아니었다.
오늘 나는 나의 그러한 부작위들이 그를 얼마나 외롭게, 그리고 힘들게 했을지 슬프고...또 아프다.
3당 합당을 거부한 댓가로 감내해야 했던 연이은 국회의원 낙선, 우여곡절 끝의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계속된 기득권세력의 물어뜯기식 공격들, 그리고 탄핵... 정말 그를 '죽이려는' 시도는 너무나 많았고, 그는 그걸 혼자서 다 짊어져왔다. 그가 검찰의 마지막 칼날에 힘들어할 때도 그 주위를 지킨 것은 문재인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직접적인 살인자들은 청와대와 권력의 주구들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투표를 하지 않고, 노무현도 잘못했던 점이 있다면서 거짓 중립을 지키는 듯 하던 수많은 비겁자들도 그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
난 어차피 '이상'이라는 것은 믿지 않으니까, 정치라는 건 결국 차악(次惡)을 선택해야 하기에 권력에 오르는 순간 지지자들을 배반해야만 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니까, 그가 고민했던 모든 실존적인 문제들과 고민의 결과들을 끝끝내 방어해야할 책임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닭이 울기전 3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와 같이 나의 침묵이 그를 아프게 했을 거라는 생각에 몹시 괴롭다.
그가 한평생 지향하고자 했던 양심, 상식,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라는 가치만큼은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 뒤늦게나마 그가 나를 용서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