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음악 2002/07/28 03:48
동생이 윈앰프에 걸어놓고 듣고 있던 곡이 마음에 들어
가수와 곡명을 알아낸 뒤
동생보다도 더 열심히 듣고 있는 곡이
바로 이 Last Scene이다.
벌써 3집을 냈다고,
한 고등학교 후배가 자주 쓰던 구절이던
'일상다반사'가 그들의 2집앨범 제목이었음을 뒤늦게 알고선
무릎을 치기도 했다.
2.
나는 베이스 소리가 참 좋다.
처음 밴드스코어들을 보았을 때
대체 베이스는 뭐하러 있는 악기일까 하고
경멸했던 적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뒤로 악기를 따로따로 분리하여 듣는 훈련이 되면서
베이스라는 악기의 음 진행에 상당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뒤에서 나서지 않으면서 둥둥- 튀기는, 그 '줄 뜯는 소리'가
썩 든든하게 들렸다.
합창할 때에 주 멜로디라인을 맡는 것보다는
그 3도 아래의 알토를 부르는 것이
더 무게있게 들리고 나름대로의 쏠쏠한 재미도 느껴지는 것과 같은,
그러한 이유라고나 할까.
3.
난 6~70년대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뮤지션이야 스스로 나른해져서 그런 소리를 내는지 모르겠지만
손가락이 네크를 휘저으며 화려한 멜로디를 펼쳐주기로 기대되어 있는 기타를 갖고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하며
'자, 나의 나른한 세계에 동참하라'는 것처럼
청취자에게 꼬리치는(?) 것은
결코 편하게 들어줄만한 그런 음악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기타가 아닌 베이스와 하우스비트가
그러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져버린 기타'의 자리를 대신한다면
나는 그런 몽환의 세계에 기꺼이 다이브해줄 생각이 있다.
(사실 이것은 청취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적합한 악기'이냐 아니냐라는 '능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건 이 롤러코스터의 Last Scene을 듣고 있자면
세 남녀가 벌려놓은 이 몽환의 세계에
어느새 스스로 빠져들고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공무도하가의 백수광인이 물에 들어갈 때도
아마 이런 몽환의 경지가 아니었을까.
몽환으로의 초대장을 보내는 주역은
아무래도 위에서 말한 '베이스'이겠지만
여성보컬의 그 독특한 보이스칼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단순한 드럼 프로그래밍의 서포팅을 받아
전혀 기복 없는 짙은회색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구성은
아무래도 기본인 것 같고...)
4.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노래가 가진 가사의 합(合)분위기성이라고나 할까.
트로트에서나 쓰일 법한
'-다'의 각운으로 끝나는 가사는
여성보컬의 노래를 매 문장마다 평서형으로 끝내버림으로서
그렇지 않아도 극도로 감정을 절제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더더욱 중화시켜버린다.
간혹 그녀가 가사의 내용에 따라
약간의 텐션을 걸고자 시도하는 듯 하더라도
'-다'로 종결됨으로써
허무하게, 아무 내용 없다는 듯 무덤덤한,
아니 제3자가 서술하는 듯한 객관적인 시점으로 이동됨으로써
텐션으로 조금이나마 고조되었던 청자의 긴장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버리고 만다.
이와함께 일상적인,
그러나 섬세한 관찰로 얻어진 인간행동들을 나열하는 문장들 또한
'-고'라는 각운으로 계속됨으로써
청자들이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차단하며
'-다'로 문장을 끝낼 때까지
청자의 의식의 흐름을 쥔 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고'와 '-다'라는 단조로운 문장종결(또는 연결)형태는
기존의 가요들이 한 노래 안에서도
멜로디나 발음의 한계 등으로 인해
다양한 종결어미 또는 호격을 구사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노래들은 -다, -요, -죠, -해 등을 섞어쓴다)
청자의 의식이 복잡화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면서
그 반사적 효과로서
자신(노래)에게 몰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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