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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 ··· o%3D2594

연초에 시사주간지 하나 구독하자 싶어 시사IN을 정기구독 신청해서 보고 있다.
가끔 배달사고가 나서 이빨이 빠질 때가 있긴 한데... 반은 귀찮고, 반은 가뜩이나 힘든 기자들 난감하게 하지 말자 싶어 빠진 호는 인터넷에서 설렁설렁 읽곤 한다. (시사IN은 시사저널 해직기자들이 만든 잡지라 경영상황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위에 링크 건 기사도 배달사고 나서 잡지로 못 읽은 글인데 참 많이 공감이 되더라.

글쓴이는 예전에 한겨레신문 TV CF도 나오고 해서 한때 '당찬 신세대' 정도로 회자되던 김현진씨다.
학교와 불화를 겪어 고교를 자퇴하고 한국예종 영상원에 떠~억하니 붙은데다 외모마저 예쁘고 글도 잘 써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힘든 세상은 이 아가씨라고 피해가지 않는 법이어서, 이 아가씨, 스스로를 '88만원 세대'라고 인정하는 데 주저함 없이 '빡센' 사회생활을 지내다가 얼마전에 그나마 다니던 작은 회사마저도 그만 둔 모양이다.

내 공감을 깊이 불러일으킨 것은 그녀가 사표를 내고 다진 밑바닥의 각오(랄까?)였다.

'밥만 먹으면 된다'라는 것...

돌이켜보면, 오늘날 한국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은 사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왔다고 확신한다.

다들 돈에 미쳤다, 금전만능주의다...라고 하지만 그 '돈'이라는 교환가치가 드러내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멘탈리티는 어처구니 없게도 '굶어죽으면 어떡하지...'라는 거다.

검찰이 하루아침에 권력 앞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5년전 젊은 대통령 앞에서 혈기왕성하게 대들던 검사에게 그때의 혈기는 어디 갔냐고 쏘아붙이면 그 검사는 얼굴을 붉히면서 '거, 저희 사정 다 아시잖습니까... 그런 거, 저희 사정 좀 이해해주십쇼'라고 대답할 것 같다. (만약 그 검사가 '2MB야말로 한국을 구원할 메시압니다'라고 한다면 그 녀석은 확신범이니까 할말이 없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모습.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던 직장인을 상사가 자신의 방으로 조용히 부른다. 그리고 묻는다.

"이봐, 김과장. 애들 중학생 아냐? 한창 클 나인데... 제수씨도 생각해야 할 거 아냐?"

그리고 김과장은 하는 수 없이 상사의 지시에 따른다는 클리셰...
여기서 법치가 무너지고, 인간의 양심이 침해되며, 자유와 정의는 서랍속 깊은 곳에 처박히게 되는 거다.

한창 애들 돈 많이 들어갈 나이에 회사에서 짤리고 싶지 않은 김과장이나,
한해에 변호사 1천명씩 뽑아 개업변호사도 먹고살기 힘들다며 바깥사정을 두려워하는 젊은 검사.
모두 '밖에 나가 굶어죽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서 자신의 양심을 접는다.

조직의 위기를, 사람을 내보내 인건비를 줄이는 손쉬운 방법으로 극복해낸 사회답게,
그렇게 떨어져나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한 집 건너 치킨집과 식당을 여는 '음식점 국가' 답게,
하지만 정작 돈은 이마트와 롯데백화점이 다 쓸어가버리는 바람에
코딱지만한 파이를 갖고 OECD 최고비율의 자영업자 집단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지옥도가 펼쳐지는 이 사회에서, 조직 밖으로 나가 먹고 살 길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무의식 속에 깊이 박힌 트라우마일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욕심'과 '욕망'을 버리면 의외로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버스도 반액만 내는 10대에게 20~30만원짜리 운동화를 광고하고
돈 한푼 못버는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중형승용차를 광고하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며 더 높고 더 큰 아파트를 사라고 부추기는,
우리를 오로지 '소비의 객체'로만 보는 기업들의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초연해보라.

양주를 먹으며 하룻밤 질펀하게 노는 것이 남자답다며 월급의 10분의 1이나 되는 돈을 쓰지 말며,
세상의 모든 혜택을 누리겠다며 수많은 카드를 돌려가며 쓰지 말아보라.
그런 후에도 우리의 씀씀이가 예전만큼 클 수 있을까...?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욕망... (이것에 대해 말하기는 조금 자신이 없지만...)
과연 어릴 때부터 비싼 옷과 비싼 장난감, 영어유치원을 아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런지 나는 회의적이다. (이게 다 돈이다)

"옆집 애가 영어로 얘기하는 거 들어봐... 내 자식이 그런 거 못하는 거 보면 눈돌아간다"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당신은 당신 자식도 영어실력에 따라 예쁜지 못났는지 달라 보이느냐고.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욕심과 욕망 때문이라는 거다.

......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사실
빚을 내 소비하고 그로 인해 경제가 돌아가는 미국의 "욕망의 경제"와
그에 결합한 금융자본주의의 한계가 터진 것이라는 분석을 본 적이 있다.

자본주의가 기초로 삼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것은
기실 세상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바꾸려는 하나의 '합리적 動因'에 가까운 것인데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이 이기심을 '물질적 욕망'만으로 치환하여 남용해온 것 같다.

그러한 '물질적 욕망'의 덫에 빠져든 이상, 소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 소비에 맞추기 위해 소득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어느 선까지만이다'라는... 한계를 고민하지 않는 끝없는 순환 속에서 우리는 양심도 팔고, 영혼도 판다.
그리고 영리한 인간들은 그걸 역으로 이용하여 우리를 조종한다.

그런데, 정말
(나는 밥먹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밥만 먹으면 사람은 살긴 산다.

한번도 가난해본적이 없던, 잘먹고 잘살고 있는 부르주아의 배부른 오만이겠지만
(그런데 나는 정말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밥 말고도 다른 맛난 음식도 먹으며 살고 싶다는 게 문제다)
번듯한 아파트에 안 살아도, 내 자식이 영어를 좀 못하더라도
영혼이 없이 껍데기만 산다는 건
나로서는 참 재미없고 쓸쓸하고 그럴 것 같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여기저기 욕심을 부리며 양심을 더럽히고 타협하며
지금도 조금은 영혼 없이 재미없고 쓸쓸하게 살고 있긴 하다만.
2008/08/20 02:02 2008/08/20 02:02
http://morehj.com/blog/trackback/765
비밀방문자  | 2008/08/22 02:40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2008/08/22 12:57
삼성을 위시한 한국조직의 저열한 점이, 그렇게 사람의 가장 치졸한 부분까지 더럽혀서 자기 목적을 달성한다는 거 같아요. "이봐, 우리가 망하면 너희도 다 굶어죽어!!"라는, 한국사람들 무의식 깊은 곳에 박혀있는 굶어죽는다는 두려움. 이 두려움은 너무나 공평해서 자기주위에 삼성 다니는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 없이 똑같이 무서움에 떨게 만들죠.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교양이 배양되지 않으면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척 어려워보입니다.
현만씨  | 2008/08/23 01:20
많은 사람들에게 먹고사는 문제가 여전히 '문제'가 되는 건 "굶어 죽을까봐"보다 "남들만큼 못살까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굶어죽는 사람은 없되, 사람이 정말 굶어 죽기도 하던 시절보다 더욱 빈곤함을 느끼는 것이 요즘 시대의 '가난'입니다.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스스로 부족한 것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려고 애쓰며 평생을 사는 거죠. 그래서 돈,돈 하며 살면서 삶을 허비합니다.

한편 굶을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습니다. 이들은 정말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아 돈, 돈 하며 삽니다. 그렇게 평생 살아도 의식주 해결이 편안한 날은 오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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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집에가면 밥솥에 밥이 많이 있어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현둥씨도 있습니다.

  | 2008/11/10 21:29
저는 적게 먹고 많이 베푸는 삶을 살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것인데욤? -_-v
라이방  | 2008/11/09 06:52
시사인 기사 중에 이런 것이 있었군요. 덕분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2008/11/10 21:28
김현진씨 글은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이 느껴지는 글이지요. 우리도 '밥만 먹고 살면 된다'라는 강단이 있으면 좀더 당당하게 살 수 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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