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nym

 
 
 
 
정말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나라가 맛가버리는 사태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어이 없는 거 몇가지만 들어보자.

1. 완장 하나 찼다고 기관장들 다 나가라고 호령하는 대책 없는 돌쇠스러움

2. '위험하니 못 먹겠다'라는 항의를 '값싸고 질 좋은 고기다'라고 엉뚱하게 반박하는 비논리성

3. 자발적인 시민들의 촛불시위에 대고 '촛불은 무슨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던 무개념

4. 촛불시위를 막겠다고 광화문 한 복판에 컨테이너 용접 때려버린 무식함

5. '경찰은 청와대만 지키냐'라고 일갈한지 하루도 못돼 저지선을 태평로까지 확장시킨 덜떨어짐

6. 잔디 보호하겠다고 경찰버스 동원해서 광장 막고 지하철역 출구 봉쇄해버린 아둔함

7.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서 '우린 촛불시위라고 안 부릅니다. 깃발시위라고 부르지'라던 오만함

8. 한우도 아니고 미국쇠고기로 스테이크 만들어서 쇼 한번 해주시는 엉뚱함
   (너희는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냐?)

9. KBS 사장 끌어내리겠다고 5,300명 전직원 주민번호 내라고 명령하는 감사원의 졸렬함

10. 고유가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고작 쌍팔년도식 홀짝제 시행이라는 무능함

11. 광고반대글 올리고 광고주에게 항의전화 했다고 출국금지 시키는 권력과잉
     (대통령과의 공개토론에서 맞짱 뜨던 기개는 이런데다 쓰나?)

12. 전임 대통령의 국기문란행위 운운하며 느닷없이 화제를 돌리려는 야비함

13. 자꾸 하지 말라는데 기어이 국토에 운하를 파고야 말겠다는 집요함

.... 쓰다보니 다시한번 열받는다.

나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10년 동안 제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한 공무원집단, 검찰과 경찰,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실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윗사람의 말 한 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그들의 '임무'일런지는 모르지만, 참 전문성도 없고 철학도 없고 개념도 없다는 생각, 많이 한다. (고시제, 연공서열제, 순환보직제, 폐쇄형 조직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내는 당연한 귀결 아닐까?)

어쨌거나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대통령이 중요한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정말 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나라가 이렇게 맛가버릴 정도라면 그건 한 국가의 운영이 '시스템'이 아닌, 人治에 의해 돌아간다는, 매우 안 좋은 시그널인 거다.

MB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운 건 좋은데, 그것이 국가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고민에 비하면, MB의 '대한민국 Retro' 프로젝트가 그 자신의 임기를 넘어 10년, 20년 후까지 우리와 뒷세대들, 그리고 우리 국토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오히려 소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2008/07/09 23:13 2008/07/09 23:13
Posted by 쭝
끄적끄적/머리의 고민들 l 2008/07/0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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