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마음의 흔적들 2007/12/13 02:50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매일 한 번씩 산책하러 나가실 정도로 정정하던 할아버지는 갑자기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고,
나는 결혼식 사진을 찍으면서 妻 될 사람과 나란히 선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항상 고운 것 같던 그 얼굴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똑같은 자리의 물사마귀가 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잘한 주름들이 팽팽하던 어머니의 피부를 서서히 덮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 한 쪽이 서늘해옴을 느꼈다.
동생은 대학원까지 다 졸업하고 벌써 두 번째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아버지는 "귤 상자를 나르다가 허리가 삐끗했다"라며 회사일에 치여 결혼 이틀 전에야 가까스로 일찍 들어온 아들의 손을 빌려 허리춤에 파스를 붙이시곤 한 손에는 안경다리를 잡은 채 다소 구부정한 모습으로 방을 건너가셨다.
모든 것이 다 '나이듦'의 허전한 모습들이다.
그 허전한 시간 속에서 우리 둘만이 오롯이 행복한 웃음을 띠고 이 시간이 영원하길 기원하며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놓는다.
......
시간은 흐르고 나는 절대 늙지 않을 것 같던 예전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의 모습처럼 서서히 힘을 잃고 쇠할 것이다.
사랑은 짧고 인생은 길다던 어느 광고의 말처럼, 나는 아직도 삶이란 agony일 뿐이라고 믿는다. 오로지 그 위에 띄엄띄엄 놓인 행복의 '점'들이 있을 뿐.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소소한 '점'들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다. 예전에는 '끝없는 괴로움과 슬픔의 수직선 위에 낱알처럼 떨어져 있는 행복의 점이라면, 삶이란 어차피 괴로움과 슬픔일 수밖에 없다'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수직선이 온통 괴로움과 슬픔으로 차있더라도 삶의 '가치'라는 것은 작은 행복의 점들 위에 있다'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변화는 많은 부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왔던 것 같다.
심각하고 우울한 얘기를 하는 그 순간에는 곰곰이 들어주다가, 집에 돌아가서는 "우리 귀여운 고민남, 늦게까지 고민하지 말고 잘 자요!"라고 문자를 보내어 그때까지의 고민을 피식- 웃으며 툴툴 털게도 되고,
어느 식당에서 사진촬영용으로 비치해놓은 벙거지를 잽싸게 쓰고 얍~ 하며 V포즈를 취할 정도로 엉뚱하면서도 자기의 할 일은 밤늦게라도 우직히 해내는 모습에서 삶이란 염세(厭世)와 무위(無爲)가 아닌, 낙관과 '살아냄'의 조합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난 이제까지 많은 것들을 너무 뾰족하게 대해왔던 건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랬고,
사랑에 대해서도 그랬고,
삶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렇게 뾰족했던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방어였을 수도 있고, 외로움이었을 수도 있으며, 두려움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사람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좋더라. (가끔 새침하게 삐치는 일은 있어도...)
여성스럽기도 하고, 털털하기도 하고... 그리고 영민하기도 하고 열심이기도 한 이 사람과 함께 나는 기꺼이 늙어가겠다고 결심하였다. 이 사람과 같이 모든 일의 밝은 면을 보고, 내 안에 있는 긍정과 낙관의 힘을 믿어보려 한다.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삶'이란 본질적으로 비루하고 괴로운 것이겠지만, 같이 걸어가는 마음 맞는 친구가 하나 있다면 그리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그 친구와 가게 될 첫 여행지가 바로 대륙의 끝,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라는 사실은 (의도된 바는 아니었지만) 우연치고는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삶도 폭풍 속에서 희망을 찾는 그러한 여정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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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든 것들은 늙고 쇠하기 전에 마음껏 자라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
그리고 그 모습은 때로는 외롭지만 대체로 당당하고 자유롭다.
인간의 삶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 . ^^
그리고 그 모습은 때로는 외롭지만 대체로 당당하고 자유롭다.
인간의 삶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 . ^^
우와 결혼축하드립니다! 청첩장 꼭 보내주세요!
동생은 대학원까지 다 졸업하고 벌써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게 왜 나이듦의 허전한 모습이냐? 아리송송송
그게 왜 나이듦의 허전한 모습이냐? 아리송송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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