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은 '푸른 눈의 평양시민'(원제 : Crossing the line).
1960년대, 휴전선을 경비하다가 북한으로 넘어간 네 명의 미군병사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실 처음 보는 건데(동숭아트센터도 처음이었다, 이런 미개인...;;;) 꽤나 재미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여러가지 의미다.
그것은 가장 반미적인 국가 속에서 사는 미국인의 삶에 대한 아이러니함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것에 대한 호기심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재미가 무엇이든간에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감독이 이 '푸른 눈의 평양시민'에 대해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거다.
"모든 판단은 관객이 할 것이다" 라는 상투적인 결론보다는, "왜 이 영화를 보면서까지 '판단'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가?"라는 마음이 들게 된다.
거대한 (국가)조직 내에 사는 한 개인의 삶에 집중해보고 싶었다던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냉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냉전시대에 벌어졌던 하나의 에피소드 속에서 그 에피소드를 실제로 겪어냈던, 개별성을 가진 한 개인에 대한 무색무취한 영상기록인 셈이다.
아직도 냉전적 사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에겐
이 영화의 이러한 관찰자적인 태도가 불만스럽겠지만,
어차피 정치건 역사건 뭐건간에
모든 것은 '인간'의 삶의 방식인 거다.

물론, 이 영화의 촬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이 영화를 통해 체제우월성을 홍보하고 싶었던 북한당국의 속마음을 생각한다면,
냉전적 의도의 냉전적 도움을 통해
'중요한 것은 개인이고, 삶이다'라는 결론을 얻어낸 것 자체가
어쩌면 사실, 한편의 블랙코미디일지도 모른다.
TAG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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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푸른 눈의 평양시민 - 평양에 사는 미국인 이야기
Tracked from nextagri 삭제토요일에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푸른 눈의 평양시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이 영화는 [대니얼 고든]감독의 '북(조선인민공화국)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붉..
2007/08/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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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녹씨는 북한의 대외선전용영화에 출연하고 북한에 사는 미국사람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데도 일정량의 식량을 배급받았다고 합니다. 드레스녹씨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고 또 그덕분에 그럭저럭 안락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보호해주고 보장해주기 때문에 북한사회에 동화되어 사는 지도 모릅니다.
2007/08/27 23:04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정치적 의견이라는 것은 자신의 이익과 동일한 방향을 향하는 것이니까요.
저또한 이 영화를 보며 감독의 산뜻한 터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에게 친근함을 갖게되지요. 어떤 식으로든 더 설명하려했다면 감동이 오다가도 달아나고 영화는 또 그 멋을 잃어버렸을 것입니다.
당신의 글에서 옳고 그름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자유로움이 느껴져 좋습니다.
어제는 시간이 없어서 덧글을 못봤네요..ㅎ 저도 토요일 20:40분에 봤었는데 그때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요^^
2007/08/29 11:34저도 이 영화 인상깊게 봤습니다.
2008/11/09 07:36하지만 제 눈엔 의견을 제시해놓은 것 처럼 보이더라구요. 저 푸른눈의 시민과 고국으로 돌아간 친구의 갈등을 통해..
물론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 건 맞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