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책 2007/08/25 23:47
회사에 갔다가 교보문고 가서 책을 사고, 아가씨와 영화를 봤다.
책과 영화, 둘다 별 생각 없이 고른 아이템들이었지만
그 선택이 꽤나 멋진 것이어서 여기에 기록(web+log)해두고 싶다.

교보에서 산 책은 성안당에서 나온 '만화로 쉽게 배우는 통계학'과 '만화로 쉽게 배우는 회귀분석', 그리고 (여기에는 안나왔지만) '대학기초수학' 등 3권이다.
요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 중에 숫자들을 처리하고 미래경향을 예측해야 하는 그런 것들이 좀 있어서, 대학생 때 과외 가르친 이후로 오랜만에 수학과 친해져보려고 하는 참이다.
고등학교 때는 참 수학을 좋아하고 곧잘 하기도 했는데, 세월 앞에는 장사 없는 것인지 이제는 고등학교 때 풀던 문제집을 들춰보면 '내가 과연 이 문제들을 풀었단 말이더냐...' 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된다.
고등학교 때 다 배웠던 것들도 이러한데, 제대로 배운 적도 없이 당장 요새 업무에 써먹어야 하는 통계학과 회귀분석에 관련된 지식은 얼마나 더 어려운지 모르겠다. (이런 걸 따로 '경영과학'이라고 해서 학문의 한 분야로 취급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원래 '효과적인 학습'이라는 것은 대학교재처럼 A부터 Z까지 모든 영역을 다 샅샅이 훑는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증명하거나 이해시키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라 판단되면 일단 과감히 '외워!' 하면서 넘어가는 과감함도 필요한 것이고,
마치 학문의 정밀함을 뽐내겠다는 듯 각각의 개념들을 너무나 추상적으로 일반화시키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시키려는 다소간의 타협(재미)도 필요한 것일테다.
그런 면에서 이 '만화로 쉽게 배우는...' 시리즈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까지의 많은 학습만화들이 만화의 틀을 빌린 '설명문'에 머무르는 것을 자주 본다. (이원복 교수의 만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실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말풍선 안에 대학교재에서나 나올법한 개념과 정의를 줄줄 써내려가는, 그러한 만화들은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망각하는 상품인 거다.
이해시키기 쉽게 '만화'라는 형식을 도입했다면 그 편제와 전달방법 또한 '만화'의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전달코자 하는 개념을 녹여낸다든지, 한 챕터 한 챕터를 만화의 한 에피소드로 만들어 완결성을 짓는다든지, 학습자(독자)가 지루함을 느낄 때쯤이면 캐릭터들의 쇼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들.
이 책은 이런 식이다.
엄청나게 장황한 함수인 '확률밀도함수'를 써놓고도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 장황한 함수를 보고 턱이 빠진 주인공을 하나 그려놓고서는
그 주인공더러 선생님이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둬'라면서 슬쩍- 넘어간다.
즉, 이 책은 짚어야 할 곳과 넘어가야 할 곳을 잘 알고 있으며,
학습자가 어려운 곳에는 주인공도 어려워하는 모습을 그려넣음으로써
학습자(독자)가 흥미를 잃게 하지 않는다.
만화 속 주인공이 단순한 전달자(messenger)가 아닌,
학습자의 페이스메이커(pace maker)가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성인용 학습만화를 만났다.
어른이라고 해서 학습만화마저도 딱딱한 건 질색이라구요!!!
PS_1 : 개인적으로 통계학과 회귀분석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 2권을 함께 사긴 했지만
'만화로 쉽게 배우는 회귀분석'은 조금 어렵다.
'만화로 쉽게 배우는 통계학'을 먼저 읽고 '회귀분석'편을 읽는 게 좋겠다.
PS_2 : 아참, 아쉽지만 이 책은 일본서가 원작이다.
성안당과 공동출간이라고 되어있지만 원작이 공동출간이라는 뜻이 아니라,
한국어판이 공동출간이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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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재미있는 책이네요. 공대생이지만 최근 필수 과목으로 확률과 통계가 추가되서 들었는데 학기가 끝나자 다 까먹었습니다.ㅠㅠ 공대도 만화로 배우는 공업수학이란 책이 있더군요... 나름 볼만한 책이긴 했지만 공부 자체가 수월해지는건 아니더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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