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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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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라고 하지만 난 이미 술고래 수준 ㅡ_ㅡ;;

고등학교 때는 술이라는 걸 무척 경멸했다.

반에서 문제만 일으키는 날라리 애들이 툭하면 '술~ 술~' 타령하는 것도 보기 좋아보이지 않았고, 별로 실력 없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 영어선생님의 수업이 오전에 있을 때 그 선생님이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들어와 "야, 오늘 자습해~" 하고 교탁에서 눈 감고 콧바람을 씩씩 내뿜으며 혼자 숨을 고르는 모습도 싫었다. (공교육 교사에 대하여 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다 이 선생님 때문에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술 한 방울 입에 대본 적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오히려 술에 대한 반감만 가득 가졌던 채로.

그런 상태로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는데, 엄청 큰 음식점에서 열렸던 그 희한한 분위기는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내게 진짜 웃긴(복잡한 의미...^^) 경험이었다. 학생회 사람들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 앉아있던 선배들이 '술~ 술~' 고함을 쳐대는 걸 보고 희한하다는 생각을 넘어 일말의 불안감까지 갖게 되었는데...

.... 그 날처럼 술을 퍼마셔 본 적은 지금까지도 없는 것 같다. 대충 생각해봐도 혼자서 소주 5~6병은 족히 마셨으니까.

소주라는 걸 그때 처음 먹었는데 처음에는 과학실에서 맡던 알콜냄새가 나서 역하더니 이걸 점점 먹다보니 신경, 이성, 인지체계 모든 게 마비가 되더라. 그래서 술을 마실수록 내가 현재 취했다는 생각이 안 들고, 또 술의 알콜냄새도 사라져 술을 물처럼 들이붓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라는 옛 성현들의 말씀은 이런 경험에서 나온 것이리라. 더구나 그때는 참이슬, 처음처럼 뭐 이런 저도수 소주가 있는 게 아니라 오리지날 진로 소주가 세상을 평정하던 시기였으니까.

덕분에 그날은 신촌역에서 사당역까지 지하철 2호선을 반바퀴 돌아오면서 거의 모든 역에 내려 휴지통을 붙잡고 겍겍 댔다. 사당역에 내려서도 도저히 집에 갈 힘이 없어 집에 전화를 걸어 아부지를 불러서 '살려주세염...ㅠㅠ' 하고 구원을 요청했다. 사당역으로 마중 나온 아버지는 참 한심하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셨다. ㅡ_ㅡ;;

"업어주세..."

"업긴 뭘 업어. 빨리 일어나서 따라왓!"


사당역에서 우리집까지, 매일 걷는 그 길이 그렇게 휭휭 돌아보이고 멀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 아무튼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술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냥 사람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갖는 자리려니, 하면서 마시는 정도였는데, 이런 생각이 확 바뀐 것은 회사 들어와서 지방생활을 거치면서부터였다. 아무도 없는 창원 13평짜리 주공아파트에 돌아와서는 혼자 맥주캔을 까서 홀짝홀짝 마시면서부터 술이 주는 알딸딸한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거다.

남이 강권해서 마시는 게 아니라,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자신이 즐기며 마시는 술.
버거운 세상사와 고민을 '흥~!' 하면서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는 술.
괜한 수다와 까불거림이 아닌, 자신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고 차분해질 수 있는 술.
알싸한 알콜기운과 함께 맛난 요리를 찾게 하는 술...

본사로 복귀한 이후로는 공사의 소문난 주당이신 우리 본부장님과 팀장님 덕분에 이런 술 좋아하는 취향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이제 폭탄주 스트레이트 4~5잔은 너끈한 정도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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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까지는 조용한 바 같은 곳에서 차분히 마실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왁자지껄한 술자리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재미있긴 하지만, 괜히 술 먹고 허풍을 떤다거나 주사(酒邪)를 부리는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알콜과 조용히 교감하는(;;;) 내향적인 술자리가 좋다. (실제로 알콜중독자 중에는 내향적인 사람이 많다는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술은 따로 없지만, 굳이 마시겠다면 칵테일류를 선호하는 편이다. '내향적인 술마시기'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칵테일만큼 적당한 술이 또 있을까? 와인은 아직까지는 너무 어려운 것 같고...

(하지만 요새 부는 와인열풍에 대해서는 반감이 심하다. 한국에서 골프가 그러한 것처럼 와인 역시 '고급취향'의 한 트렌드 또는 아이콘인 거 같아서 말이다. 와인문화가 소위 '주류언론'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나의 의심은 더욱 강화된다. 와인이 다양한 취향/취미 중의 하나로 건전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 거품이 빠지는 몇년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술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술이 아닌 사람인 것 같다. 정겨운 사람들, 정겨워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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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서울의 맛난 술집을 소개한 책을 산 이유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술 그 자체에 대한 탐미(耽美)라기보다는 술자리가 주는 '알딸딸함과 부드러움'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좀더 잘 취해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좀더 즐겁게 취해볼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 국정감사 준비로 너무 힘들 때, "술 한 잔 사주십쇼" 라던 내 말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야, 야근은 무슨 야근이냐. 회 한 접시에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자!"라며 술을 사주던 우리 상사에 대한 신뢰감이나,

가볍게 마시려던 와인 한 잔에 이제까지 성격 털털한 것으로만 알았던 아가씨의 발그레해진 볼에서 이제까지는 모르던 여성스러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나,

모두가 술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모습들이 아닐까 싶다.
2007/03/17 13:33 2007/03/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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