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생활의 발견 2006/12/21 07:43
실은 팀 송년회로 술을 진땅 먹고 들어와 자다가
퍼뜩 깨서 얼레벌레 하는 것이야...-_-
.....
연말이라서 그런지 요 며칠은 회사에서 내 담당지역 업무들이 좀 진정이 됐다.
그런데 일감총량의 법칙이라도 되는 것인지
엉뚱하게 다른 데서 일거리가 생겼으니
바로 회사 '연구회'일.
'각 부서 운영시스템 개선을 위해 연구해BoA요~'
뭐 이런 취지의 연구회인데
사실 운영시스템 개선 실무는 별도의 팀에서 이미 진행 중이고
각 부서 연구회들은 실무상 아이디어나 제안을 제시해주는 수준...
총 13개 부서 연구회가 있는데
다들 본연의 업무가 바빠서 연구회 성과물들이 신통찮았는지
내가 있는 우리본부 연구회 보고서가 운좋게 Top 4 안에 들었고
이제 이 결과물을 금요일에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한다.
그래서 한 이틀 가량, 오랜만에 MS Powerpoint를 갖고 뚝딱 거렸지.

팀 기획 담당이긴 한데
공기업이다보니 기획을 해도 아래아한글을 많이 쓰지
사기업 기획담당파트처럼 MS오피스를 화려하게 구사할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심사위원 중에 외부 컨설팅펌에서도 오고 한대서
괜히 오기가 생겨 뽀대나게(?) 하려고 신경써봤다.
MS파워포인트는... 캐나다 있을 때랑 대학 4학년 때 두세번 써본 게 전부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 그대로 갖다붙여서
줄줄~ 읽는 프리젠테이션은 최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제출한 hwp 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ppt 버전을 새로 만들다시피 했다.
스티브 잡스의 그 환상적인 프리젠테이션만큼은 못하겠지만
(지금 인터넷 뒤져보니 이 양반 프리젠테이션 연구한 책까지 나왔네...;;;; )
나름대로 인터넷에서 파워포인트용 클립아트와 도형들도 구입하고
오랜만에 Shockwave Flash도 써봤다.
내가 이런 일 좋아하는 건
파워포인트나, 플래시 쓸 때만큼은
내가 영화감독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런 저작툴 쓰는 사람들은 다 그런 생각에 흠뻑 젖곤 하지.
하지만 몇년전부터 깨닫게 된 것은
진정한 고수란 '자기표현'이 아닌, '자기절제'에서 결판이 난다는 사실이다.
저작툴의 화려한 기능들에 매료되어,
내가 감독이 된 듯한 즐거움에 도취되어
통일성 없는 현란한 그림들과 레이아웃으로
애니메이션 범벅을 만들어버린다면
그건 아이들의 낙서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이 만든 수백개의 도자기 중에서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아낌 없이 깨버리는 도공의 자세처럼
버림으로써 완벽해지는 역설이
사무실에서도 존재한다. ^^;
자, 프리젠테이션 파일은 그럭저럭 된 것 같은데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스티브 잡스처럼 presenter as performer가 되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gadget과 performer라니, 이건 완전 마술사들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잖아?)
- 하긴, 프리젠테이션이라는 것도 사실은 Magic이죠, It's 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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