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창사 45주년 특집 드라마 '기적'.
인터넷을 보다가 이 드라마 방영소식을 보고
아, 그냥 이런 드라마를 하는구나, 하고 흘려보냈다가
지난주 토요일에 TV 앞에 잠깐 앉아 우연찮게 보게 된 것이
이번주까지 4회를 모두 챙겨볼 정도가 되었다.
원래 드라마는 물론이려니와, TV 자체를 잘 안 보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에 괜히 호감이 갔던 건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작품이 어떤 걸까 궁금해서였다.
김수현류의 히스테리컬한 대사로 유명해진 사람일까,
아니, 김수현보다는 좀 젊으니 순정만화풍의 대사로 인기를 끈 것일까,
뭐 이렇게 조금 삐딱한 기분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에 1부를 보고 나서 이 작가의 스타일에 호감이 생겨
밤새도록 지난 드라마들 대본을 찾아 살펴본 뒤 내린 결론은,
이 작가는 '삶'이란 것을 참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구나... 라는
그런 미더움이었다.
딱 10년전에 역시 MBC 창사 특집극으로 썼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드라마가 보여준 다소간의 신파성도,
몇년전에 KBS에서 방송되었던 박근형, 윤여정 주연의
2부작 특집극 '유행가가 되리'의 유쾌한 반전도
모두 조금씩 표현하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이 작가가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진지하고 따스한 시선을
변함없이, 똑같이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렇게 작가의 시선에 깊이 공감하게 돼버리자
지난 일요일, 이 드라마의 2부가 끝난 뒤에는
전업주부 아줌마들이나 느낄 법한
'한 주를 어떻게 기다려~~~'라는 생각이 속으로 절로 들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 10년전 드라마 대본 뒤져서 정독하는 바람에
월요일에 있던 회사 실무연수 시험공부를 제대로 못했다, 흥...)
.....
'기적'의 주인공 장영철(장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김인희(나문희)와 마찬가지로
암(폐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지만
이 비극적인 상황을 활용(?)하는 작가의 역량은
10년전 자신이 쓴 작품보다 훨씬 부드러워지고 절제된 것 같다.
10년전, 김인희가 맞았던 시한부 삶은
죽음 그 자체가 주는 슬픔과 이별로 채워진 시간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장영철이 맞는 시한부 삶은
이로 인해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지난날과 주위사람들에 대한
화해와 성찰의 시간이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우리가 남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사는지...'
강퍅했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이제서야 비로소 '하루하루의 삶'이 기적임을 깨닫게 되는 장영철의 모습을 통해
(하지만 까칠한 말투는 드라마 끝까지 그대로다 ^^)
우리도 한번쯤
주위를 둘러보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기적을 살아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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