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기도하러 갔다가 현수를 만났다.
주일학교 교사 회합을 마치고 나가는 길이었다는데,
내가 그 시간에 성당에 기도하러 들어가던 길이 아니었다면
과연 현수를 만날 수 있었을까.
.......
주말에 성당에 나가지 않고
그저 퇴근길에 성당에 들러 혼자만의 기도를 하고 들어오는 나는
아무래도 제대로 된 '信者'라고는 못할 것 같다.
어떨 때는 지독히도 유물론자 같은 얘기를 떠벌이면서도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제 발로 성당을 찾아가는 이 모순을 감내하면서
나는 레닌이 말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비판에
'그래, 난 지금 아편이 필요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과 타인의 몸과 마음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추스리고 마음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그러한 아편은 얼마든지 기꺼워해도 될 거 같으니까.
가끔은
내 삶의 궤적이
어떤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가기는 싫었지만) 나가서 앉아있으면 편하고 익숙한
나의 종교적 내력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나에게 의식이 생겼을 때부터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아온
내 어머니의 로사리오 기도의 '효험'일 수도 있다.
(정화수 떠놓고 신령님께 비는 할머니들의 기도와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내 무난한 삶의 80%는 이 기도와 희생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그 틀의 크기와 미래가 무엇이든간에
나는 내 노력의 크기를 넘는 요행을 바라지는 않으려 한다.
설령 그게 잘못됐다고 하여 남을 탓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으려 한다.
그저 그 틀 안에서
모든 즐거움과 노여움을
속으로 사위어낼 수 있는 넉넉함과 강인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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