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새로운 경험들 2006/07/20 23:19
짤쯔부르크에서 나와 마지막 국가인 체코로 향한다.
하지만 프라하까지 가기는 너무 멀어
오스트리아-체코 국경에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작은 마을에 들르게 된다.

우리팀 인솔자가 말해준 비사(秘史)가 재미있다.
원래 여행사, 관광회사는 새로운 관광지나 루트를 개발하는 데 돈이 많이 들지만
한국의 여행사들은 그러한 투자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댄다.
일본의 여행사들이 워낙 여행루트를 잘 개발해놔서 그것만 졸졸 따라가며 상품을 개발하면 그만이라는 거다.
이 체스키 크룸로프 역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는 일본인들이 루트를 뚫어 놓으면서 한국인들의 관광명소로도 거듭나게 되었단다.

이곳은 14~16세기 보헤미아 왕국의 수공업, 상업 중심지였단다.
한때 산업화에 뒤쳐져 쇠퇴의 길을 걷다가 1990년대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다시금 부흥하고 있다는데...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곳.
옛 보헤미아 왕국의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흥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본격적인 마을 탐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숨을 고른 마을 광장에서
보헤미아 왕국의 특산품, 크리스탈 공예품들을 찍어봤다.

제 아무리 사진에 소질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곳에서는 셔터를 누르는대로 한 폭의 풍경화가 되고 만다.


산 위의 체스키 크룸로프성으로 올라가는 길.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강(이래봬도 '블타바 강'이라는 어엿한 강이다)이 예쁘다.


이곳의 영주는 안타깝게도 성을 짓는데 돈을 다 써버려서
외벽을 이렇게 '그림'으로 땜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그림대로 완성되었다면 제국의 황제나 가질 수 있을 법한 정말 아름다운 성이 되었을텐데
역시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구나 싶었다.


성내 광장과 성탑을 잇는 구름다리 아래에는 이처럼 작은 동물원(곰 우리)이 있다.
'황제의 영토가 얼마나 넓은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동물원의 역사처럼
이곳의 영주도 자신의 힘을 뽐내고 싶었던 것일까.


성벽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



성 꼭대기에 있는 정원으로 올라가는 길.


체스키 크룸로프성 구경을 마치고 출발점인 광장으로 다시 내려왔다.
광장 한켠에 '고문박물관'이라는 곳이 있어 내 호기심을 끌었다. (나 변태?)
유명한 관광지에 많은 '작은 사설박물관'인데
입구에 들어가니 광장에 북적이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을씨년스러운 홀 안에서
중세시대의 마녀를 닮은 퀭한 눈의 할머니가 입장료를 받고 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무표정한 할머니의 표정에 괜히 주눅부터 들어 (영업전략인가?)
엉성하게 회칠을 한 지하실로 내려갔다.
찌는 듯한 밖의 날씨와는 달리 갑자기 소름이 돋을만큼 추워졌다.

내부에는 이렇게 밀랍인형으로 중세시대의 고문장면을 재현해놓기도 했고
아래와 같이 당시에 실제로 쓰이던 고문기구들을 전시해놓기도 했다.

안쪽에 못이 박힌 팔, 다리 고문기구.

손가락 고문기.

팔, 다리에 무게추를 달아 가랑이를 찢는 기구...-_-;;

바늘의자...-_-;;

헉....
이상한 분위기에 뒤를 돌아보니
여태동안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더듬거리며 짚어왔던 벽 한쪽이 저렇게...-_-;;;

의외로 넓고 잘 꾸며놓은 고문박물관을 혼자 돌아다니다보니 기분이 으스스해졌다.
빨리 밖으로 나와야지...
어쨌거나 이렇게 여기서 점심을 먹고 또 프라하로 3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갔다.
마지막 목적지이자 우리가 동유럽 여행을 시작했던 출발지.

본격적인 여행은 내일 하도록 하고
오늘은 이른 저녁을 먹고 희망자에 한해 프라하 야경을 구경하는 정도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나는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귀찮아져서 프라하 야경을 보러 나가지는 않았지만,
저녁밥을 먹으러 도심을 걷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이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신문, 잡지 등을 파는 가판대(키오스크)마저도 이처럼 잘 꾸며놓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눈을 끈 것은 바로...

'공산주의 박물관에 구경오세염~~'
이 간판을 보고 피식 웃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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