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생겨서 손해를 보는 배우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 '성장'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 그 자신의 노력이라고 보는데, 정준호, 차인표와 같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발전한 게 없어 보이는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그나마 차인표는 연기력의 부족을 사생활에서의 '모범생' 이미지로 많이 상쇄하는 케이스 같다) 장동건, 정우성처럼 한국의 미남배우들의 대다수는 예쁜 여자배우들과 달리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조류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배우가 있었다면 나는 단연 차승원을 꼽겠다.
'모델' 출신으로 영화판에 뛰어든 '출신성분'의 문제 때문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강해보이는 이미지가 도리어 역효과를 냈기 때문일까, 한국 영화계는 엉뚱하게도 그의 이미지를 비틀어 코미디 영화의 주연으로 써버리는 데 힘을 쏟아왔으니 말이다.

요새 들어서야 '박수칠 때 떠나라', '혈의 누' 등을 통해 그에게 조금씩 정극연기의 기회가 주어지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사람들이 그의 초기작 중 '리베라 메'와 '세기말'과 같은 이질적인 작품들에 왜 주목하지 않았을까 못내 아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 달리 차승원의 '진지한' 영화들은 그다지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 '국경의 남쪽'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감독이 MBC 출신의 유명 드라마 PD였기 때문일까. 영화 자체는 별다른 갈등이나 파국이 없다. 마치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 같은 단막극의 냄새를 띤다. (다소간은 '이것이 인생이다'와 같은 휴먼다큐멘터리의 분위기도 나는데...)
하지만 안 좋았던 흥행, 밋밋한 구성과는 별개로, 이 영화에서 차승원이 보여준 호연은 그가 '배우'로서 어떠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듯 하여 만족스럽다.

솔직히 '탈북자의 엇갈린 인연'이라는 주제의 영화가 개봉된다고 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또는 '뻔하겠구나' 하는 거였다. TV 단막극 등에서 꾸준히 다뤄지던 주제의 영화화라고나 할까. 드디어 영화계가 남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을 '멜로'에까지 넓혔구나 하는 일말의 의심도 약간.

하지만 이 영화에서 심각한 '악의'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70억이라는 거금의 제작비는 '그림'을 잘 잡아내기 위한 우직한 정공법의 산물이지 자기만족이나 자기미화의 꼼수는 아닌 거 같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유를 잃어버린채, 옛 약혼자가 밉다는 듯 저 멀리서 말 없이 돌만 툭- 툭- 던지는 연화(조이진)의 모습은 이제까지 잠시 잊고 있었던 아련한 '순수'의 원형(原形)을 되밝히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이미지에 취해 그녀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찾아간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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