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생활의 발견 2006/08/25 23:01
한 3주만에 블로깅을 하는 것 같다.
그동안 별일은 없었지만
많이 바빴다.
회사 팀원이 5명이었다가 4명으로 줄었고
그 넷 중에서 내가 가장 고참이었으니
좀 굵직하다 싶은 일은 당연히 내 몫이었다.
어느 날은 시도때도 없이 내려오는 요구자료에 답하고 자료 만들고 하느라
정작 내 담당 일은 하나도 못하고 퇴근하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이번 달부터 일본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게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평소에 일본어 자료를 곧잘 보는 터라
학원 공부도 재미있고 했지만
주 5일 수업에 속성과정으로 밀도있게 나가다보니
하루라도 빠질 엄두를 내지 못하여
일과 병행하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이번달에는 여러모로 회식자리가 많아
밤늦게 집에 오기가 일쑤...
술 먹고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
2-3시간만 자고 다시 5시에 일어나 아침 학원을 갔다가
그날 오후에 다시 회식자리에 참석하는,
내가 생각해도 불가해할 정도의 정신력으로 1~2주를 버텼던 것 같다.
남들 다 한 번씩 거쳐가는 고비려니 싶어
어디다가 말도 안 하고
그냥 혼자 있을 때도 조용히 음악이나 들으며 스트레스를 죽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문득문득 나를 서글프게 만든 건
내가 '소모되고 있다'라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전할 때도,
하다못해 블로그에 글을 깨작거릴 때도
나의 얕은 지식들이 바닥났구나, 언어들이 고갈되었구나 하는 느낌에
가슴이 답답해졌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그래도
논리정연하고 정리를 잘 하는 습관을 타고 났다고 자부해왔는데
요새처럼 이렇게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머리 속이 헝클어졌던 적은 처음이다.
아마도
책을 멀리하고
문학을 우습게 보았던 지난 몇년간의 오만이
이제서야 슬슬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자꾸 기초가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총만 좋으면 뭘해, 총을 들 힘이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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