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새로운 경험들 2006/07/16 23:39
한때 폴란드 왕국 재정의 1/3 가량을 책임질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란다.
동굴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

지저세계 여행을 떠나는 입구.
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면 되는데, 검표하던 폴란드 총각(?)이
'빨리빨리, 싸게싸게'라고 한국어로 우리를 재촉해서 일행 모두가 깔깔대고 웃었다.
나중에 가이드 말을 들으니 작년(2005년) 이곳 소금광산의 입장객 수에서 한국인이 3위인가 4위를 했단다.

입구 안에는 작은 대기실이 있다.
여기서 소금광산 가이드를 한 명 만나 그룹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하 3~4백미터를 내려가는 것은 온통 나무계단이다.
50여개에 이르는 계단굽이를 내려가면 찌는 듯한 밖의 날씨와는 전혀 다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천장에 붙은 하얀 것이 암염이다.
소금광산 여행 중 암염을 맛볼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있으니 괜히 여기서부터 손을 대고
짠맛을 느껴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

소금광산 안에는 '방'(chamber)라고 불리는 널찍한 공간들이 있다.
광산 전체에 3천여개의 방이 있는데, 관광객들을 위해 공개된 방은 20개쯤 된단다.
소금광산 속에서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코페르니쿠스 조각상이다.
쇼팽, 마리 퀴리, 요한 바오로 2세 등과 함께 폴란드 태생의 위인 중 하나다.
카톨릭국가의 지하 관광지에서 지동설을 주장한 그의 조각상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꽤나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다음 방에서는 이 소금광산의 수호신인 킹가공주의 전설을 담은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용암동굴들처럼, 동굴이나 폐광 안에 방을 만들고 조각상을 두어
볼거리를 만드는 것이 동굴관광의 하나의 전통이구나 싶어 이채로웠다.

다음 방으로 옮기는 길목에는 밀랍인형으로 소금을 채굴하던 예전의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이 소금광산에서는 이미 수백년전부터 소금을 캐기 시작했다는데
초창기에는 이렇게 사람이 일일이 소금을 캐고, 나르고, 옮기고 했단다.

그러다가 차츰 소금운반용으로 말을 쓰기 시작했는데,
좁은 소금광산 안으로 큰 말을 들여올 수 없기 때문에
소금광산 안에서 어린 말을 키우고, 그 말이 새끼를 낳게 하고,
어미말이 죽으면 그 말고기를 소금에 절여 먹는 식으로 말을 이용했다고 한다.
빛 한줄기 볼 수 없는 깊은 땅 속에서 한 평생 소금만 나르다 죽은 말들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영리해지면서 이제는 기구를 이용해 소금을 퍼올리기 시작했다.

소금광산 내부는 관광객들을 위해 환기, 조명시설도 잘 되어 있고 바닥도 잘 꾸며져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걷는 튼튼한 나무계단 옆으로는 저렇게 예전, 여기서 소금을 지고 나르던 소금광부들을 위한
소금계단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손바닥만한 좁은 소금계단은 강도면에서 아무래도 약했을 것이고
발을 헛디디거나 계단이 무너져 추락한 광부들도 많았을 것이다.
관광객으로서 편하게 둘러보는 소금광산이었지만,
수백년전 이 안에서 벌어졌을 소금광부들의 고된 노동의 모습들이 자꾸만 눈 앞에 아른거렸다.

빛을 볼 수 없던 소금광부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신'이었을 거다.
그들의 신앙심을 굳게 하려는 듯, 작은 기도실에 걸린 십자가만큼은
지상세계 성당의 그것들과 다를 바 없이 아름답고 경건해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신앙의 정점이 된 곳, 바로 성 킹가 성당이다.
킹가란 앞에서도 설명했듯, 이곳 소금광산의 수호성인이었던 어느 폴란드 영주의 딸이었단다.
자신들의 수호성인 이름을 따, 소금광산의 광부들은 이 안에 아름다운 성당을 만들게 된다.

킹가성당 벽면은 이렇게 암염으로 만든 부조상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킹가성당을 나가는 곳에 서있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조각상.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을 기리기 위해 1997년 세워졌다고 한다.

마지막 방은 '바이마르 방'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바이마르의 수상이었던 괴테의 소금광산 방문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곳이란다.
높고 넓은 방 한 가운데에 깊은 호수가 있고, 소박하지만 환상적인 조명과 음향효과로 꾸며진 곳이다.
이 방에서 흐르던 음악은 쇼팽의 에뛰드 3번, '이별의 곡'이었다...^^

갑자기 웬 화장실이냐 싶지만...
소금광산을 나와 크라코프 구 시가지로 다시 들어와 점심을 먹은 레스토랑의 화장실이 너무 예뻐서
한 장 찍어봤다. ^^
(사진 찍는 간격이 일정치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는군~)
한국에도 멋진 화장실이 많긴 하지만, 운치있는 크라코프 시내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화장실은
그 나름의 또다른 맛이 있는 것 같았다.

양털구름이 아름답게 낀 화창한 여름날씨, 크라코프 구 시가지의 모습.
이 아름다운 곳에 내가 있었다는 즐거운 기억이 남아있다.

크라코프를 떠나기가 아쉬워 우리 일행은 가이드를 졸라 잠시 크라코프 광장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예쁜 건물들 사이로 비둘기가 날고, 그 사이를 파란 눈의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보던 평화로운 유럽의 어느 광장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폴란드를 떠나 슬로바키아로 향한다.
슬로바키아에서는 그저 '타트라'라는 마을에서 1박을 할 뿐, 관광일정은 없다.
슬로바이카 국경을 넘어 잠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우리의 9일 일정을 책임진 전용버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봤다. (이래봬도 메르세데스-벤츠 버스다 ^^)

휴게소에서도 그늘을 찾는 우리 일행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폴란드 - 슬로바키아 국경 마을의 모습이 평화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림 같다'라는 표현이, 단순히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글자로서만의 표현'이 아님을,
이 작은 국경마을을 지나치면서 문득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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