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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느 경제신문의 재테크 칼럼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전략...) "땀 흘려 번 소득만이 진정한 가치가 있고 땀흘리지 않고 번 불로소득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라고 서민들은 분노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주장 같기도 하다. 경제학에 대해서 문외한인 대다수 대중들이 그렇게 착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예전엔 경제학자조차도 그렇게 생각하였다. 아담 스미스 이전의 중농주의파 경제학자들은 농사짓는 농부야말로 부를 만들어낼 수 있고 농산물을 사고파는 상인과 다른 직업 종사자는 아무런 부를 창출하지 않는다고 착각했다.

위의 주장에 대해서 현대 경제학자는 이렇게 반론을 할 것이다.

"니 맘대로 삽질(?)해놓고 흘린 땀에 비례해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냐? 대가는 흘린 땀하곤 아무런 상관이 없어. 대가란 상대방(시장)을 만족시켰을 때 받아가는 거야. 그리고 시장은 엉뚱한 데 삽질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아.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은 전체 자원과 노력이 낭비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투자될 수 있도록 해주지... 투자수익이란 자원 투입을 올바르게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장으로부터 받는 상(보수)이야... 실패한 투자자는 귀중한 돈을 삽질(낭비)했기에 시장으로부터 벌(손해)을 받게 되지...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에선 자본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점차 커져가고 있는게 당연한 현상이라네" (...후략)

머니투데이, 브라운스톤(칼럼니스트) 칼럼 중에서
생각해본즉, 맞는 소리다.
혼자 방 안에서 신나게 온라인게임을 해서 레벨을 올린대도
방 밖으로 나오면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그걸 '잘했다'라고 해주지 않는다.
결국 '시장'이라는 관점에서는 시장의 '선택'을 받는 쪽이 시장의 '판돈'을 가져가는 거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솔직히
연예인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다며 욕을 하다가도
지하철이나 웹에서 스포츠신문이나 연예기사만을 찾아읽는 사람들이 좀 한심해보인다.
자신들이 그렇게 욕하는 연예인들의 높은 몸값이란 게,
실은 자신들이 별 생각 없이 손을 뻗어 찾아 읽는 그 '관심의 값'이라는 거.

'야, 지하철에서 머리 아파서 가볍게 스포츠신문 하나 읽는 거 갖고 너무하는 거 아냐?' 라고 억울해해도
그러한 '수용자의 심각성 여부'에 따라 연예인 몸값이 차등산정되고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숫자인 돈은 본질적으로 몰가치적이니까.

마찬가지로, 한국영화나 한국가요의 수준낮음을 질타하는 사람들에게도 짐짓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저 사람들은 한국영화나 한국가요의 수준 상승을 위해 얼마나 돈을 투자해줬을까.
공연장에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좋은 음악 스스로 찾아들으려 노력한 적 없으면서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가 귀에 좋으면 대충 웹 뒤져서 mp3 구한 뒤에 며칠 계속 듣다가
단물 쏙 빠지면 식상해한다.
이 경우, 이 사람이 그 음악에 지불한 비용은 거의 '0'에 가깝고
그나마 있는 미미한 비용 역시 음악가에게 가는 부분은 전무하다.
그래서 신해철의 말대로 한국의 대중은 게으르다.

정말 이런 사람들은 어디 가서
'제 취미는 음악감상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좋아합니다' 이런 소리 하면 안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좋아한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 좋아함의 대상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했음에 당당해야 한다.
들인 비용은 거의 없이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솔직히 낯간지럽다.

.............

물론, 한국사회의 특수성도 있긴 한 것 같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몰라서는 안된다는 불안감,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조바심, 그런 것들이
사실은 관심도 없으면서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투입비용을 낮추려는 편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모형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와, 새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YJ는
서로의 취미에 교집합이 전혀 없음에도 서로 수다를 잘 떤다.
그 수다의 속성이란, '어, 그거 나도 알아~'와 같은 얄팍한 다리 걸치기가 아니라
'그 취미는 너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니? 들어보고 싶구나'와 같은,
독립된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공감이자 연대(solidarity)다.

이것이야말로 서구화된 계약사회에서 '시민'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덕목이 아닐까.

Be independent and Stand smart.
2006/06/30 22:59 2006/06/30 22:59
http://morehj.com/blog/trackback/676
woo  | 2006/07/01 22:34
쭝~ 네 아이팟에 담겨있는 수많은 mp3 파일들은 어떻게 하고?~ ㅋㅋ 쭝의 글은 오늘도 난해해...
  | 2006/07/02 03:52
...^^;;;
예인  | 2006/07/07 22:55
고전경제학자들의 관점을 '착각'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다만 어디를 바라보고 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제 얕은 생각으로는 "대가란 시장을 만족시켰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고....... 자본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커져가는 것이 대세"라는 현대 경제학자의 발언이야말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좀 더 거칠게는 변호)하기 위한 가져다붙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함수 놀음을 벌이더라도,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사이에는 엔간한 수학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을 엄청난 함수관계가 내재되어 있을 것 같거든요.

...... 그러나, 브라운스톤 씨(?)의 거시경제적(?) 칼럼에 대해서는 심히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칼럼으로부터 도출된 쭝 님(이라고 호칭하면 되나요?)의 글은 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나 스스로를 프로페셔널한 인생의 경영인으로 만들기 위한 좋은 지침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네요. ㅎㅎ

(사족) "대체 당신은 누구냐!"라고 물으신다면, 예전에 트랙백 남기신 글을 통해 가끔씩 흘러들어오던 객입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기에 처음으로 댓글 남기고 갑니다. :D
  | 2006/07/08 14:03
yeinz.pe.kr은 저도 종종 들어가보는 걸요. :D 개인 홈페이지에서 블로그로 바꾼 것도 '연대'와 '네트워크'에 대한 목마름이었는데, 이렇게 서로 '소통'하는 일이 저로서는 즐거울 따름입니다. 우리, 친해지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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