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머리의 고민들 2004/03/01 13:09

대통령의 3.1절 기념식사 기사의 제목을 보면
'삼가야'라고 써야 할 것을
'삼가해야'라고 쓰고 있다.
한국어의 불완전동사(더불다, 가로다 같은 것들)는 아니지만
이 '삼가다'라는 말은 지독하게 오용되고 있는 동사 중 하나다.
기본형은 '삼가다'다.
한자로 쓰면 謹 (조심하다, 삼가다 근)
분석을 해보면 삼가 + 다 이므로
활용을 해보면
삼가다
삼가고
삼가니
삼가서
삼가자
...이상과 같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생활 속에서는
'삼가'를 부사로 여겨
'삼가 / 하다'라고 쓰는 경향이 심하다.
물론 '삼가' 자체만 떼어놓고 부사로 쓰긴 하지.
'삼가 아뢰오니' 같은 경우는
'삼가'가 부사로 쓰인 경우다.
그러나 '삼가하다'라는 동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리 좋게 '삼가(as 부사) 하다(do)'라고 보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삼가'라는 부사는
자신의 현재 행동이 조심스럽다는 뜻을 의미할 뿐이지
(간접적인 낮춤)
상대더러 '삼가 하라'라는 용법은 없기 때문이다.
즉, '삼가'라는 부사는
'삼가...해주시길 바라겠나이다'라거나
'삼가...명복을 빕니다'와 같이
동사를 행하는 자신의 입장이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표현을 하고자 할 때나
쓸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삼가하다'라고 붙여 쓴 이상
저 헤드라인을 쓴 기자(또는 입력자)가
'삼가(as 부사) + 하다(do)'라고
부사와 동사의 결합으로 이해한 것도 아닐 테다.
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우리말에는 '삼가하다'가 없다.
오직 '삼가다'만 있을 뿐이다.
3.1절 기념식 기사에
우리말도 제대로 못 쓰다니... 쯧쯧...
PS :
지하철을 타보면
'주위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나 언행을
삼가해 주십시오'라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 방송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객차 안에 TV 틀어대어 승객들 바보 만드는 것도 모자라
(온 승객들 시선이 TV에 쏠려있는 걸 보면
TV앞에 모여든 코흘리개 유치원생들 생각이 나는 건 왜인지...)
잘못된 우리말까지 전파해대는
지하철공사를 막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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