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머리의 고민들 2003/05/20 15:25
6-1. 한자를 알면 중국어, 일어를 잘 아나?
유치한 수준의 필담장난은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언어' 수준은 되지 못한다는 것. 중국어, 일어를 잘 하려면 독일어, 프랑스어 배우듯 달달달 문법, 단어 외우고 그래야 한다. 물론 한자를 잘 알면 배우기에 '유리'하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건 글로 쓰여진 교재 위에서나 그렇다는 것이고 '입말'로서는 한자를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6-2. 한자를 알아야 학술용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말도 조금 수긍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것 역시 중국어, 일어의 경우와 같다. Pragmatism을 實用主義라고 번역해서 '아, 실용적으로 살자는 거구나'하면 Pragmatism을 제대로 안 게 아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공부를 해서, 사전을 뒤져서 알아내야지 한자로 뜻을 때려잡고서 안도하면 곤란하다.
6-3. 한자를 쓰면 중, 일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
이것도 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중국본토(간체)와 대만(번체), 일본에서 쓰이는 한자는 모두 다르다. 따라서 '말'을 담는 안내책자 등은 세 종류를 모두 따로 만들어야 한다.
한편, 한국의 지명을 담은 표지판 등은 어떨까? 이것은 영문표기와 함께 한국에서 통용되는 한자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즉, 한글/영문/한국한자의 세 가지 병기) 물론, 논리대로 하자면 이 지명용 한자도 발음대로 쓰는 가차문자를 써야겠지만 우리가 도쿄를 동경으로 이해하듯 이렇게 한국한자를 써놓은 뒤 읽고 이해하는 것은 중국/대만/일본 관광객 각자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6-4. 한자교육?
한자 알면 분명 편하다. 그러나 한자교육을 시키자고 모든 미디어의 가독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모든 국민을 거기로 내몰 필요는 전혀 없다. 더구나 한자를 안다는 것이 '나 잘났지롱' 또는 '나 많이 배웠지롱'이 되면 곤란하다. 단어 5만개도 아니고 글자 5만자 중 몇 개나 더 많이 아느냐에 따라 유식, 무식이 판가름된다는 거, 웃기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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