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머리의 고민들 2003/05/20 14:46
2-1.
국한문혼용의 논의에 앞서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말'과 '글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한문혼용을 얘기하면 '비행기'(한자어)를 '날틀'(고유어)로 고쳐쓰자는 얘기냐며 발끈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글자'(한자)의 문제를 '말'(한자어)의 문제로 혼동해서 그렇다.
국한문혼용 문제는 한자어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아니, 없앨지 말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다고 해야 옳겠다. '한자어'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말을 문자화하여 기록하는 방법으로서 한글만 쓸 것이냐 한자를 섞어쓸 것이냐 하는 문제다. 다음의 두 예를 보자.
a) 우리는 文化가 서로 다른 社會들을 比較함으로써 우리 自身과 韓國文化를 더 正確하게 理解할 수 있으며, 窮極的으로 이와 같은 比較文化的 立場은 人類社會에 대한 共感的 理解를 增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차하순, 새로 쓴 서양사 총론)
b) 우리는 문화가 서로 다른 사회들을 비교함으로써 우리 자신과 한국문화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비교문화적 입장은 인류사회에 대한 공감적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다.
a)는 국한문혼용이고 b)는 국문(한글)전용이다. 둘은 '말'로 변했을 때 아무 차이도 없다. 즉, 기록하는 '글자'의 문제라는 말씀이다.
2-2.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말'의 일본말 찌꺼기나 외래어 오남용 문제는 당연히 국한문혼용 문제에서 논의되지 않는다. 그것은 '말'의 문제에서 다루어져야할 성질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2-3.
그러나 한 가지~! 국영문혼용은 국한문혼용의 뒤를 이어 조만간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영어라는 '말'이 한국어의 '말' 체계 안에 편입되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어 보이지만 역시 이것과는 별개로 국영문혼용은 '문자의 기록' 측면에서 한국어의 표기문자인 '한글' 외에 영어의 표기문자인 '알파벳'(로마자)을 섞어쓸 것인지의 문제를 말한다.
c) 올 가을의 trend는 modern한 skirt에 wild한 jacket의 combination이 될 것이다.
d) 올 가을의 트렌드는 모던한 스커트에 와일드한 재킷의 콤비네이션이 될 것이다.
c)는 국영문혼용이고 d)는 국문(한글)전용이다. (느끼하긴 하지만 어쨌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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