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생활의 발견 2006/04/03 23:51
퇴근하는 길에 들러서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목디스크는 아니라지만
C자형으로 되어야 할 목뼈가 1자란다.
'이걸 2차 곡선이라고 하지요.
태어날 때는 사람도 개나 고양이처럼 척추가 둥그스름 하지요.
그러다가 배밀이를 하고 고개를 들게 되면서 목뼈가 위로(뒤로) 곡선을 만들게 되고
걸음을 걸으면서 허리쪽에 또 한번 곡선이 만들어지게 되지요.
요즘 젊은 엄마들이 자기 애들이 일찍 걷는다고
영재 아니냐고들 호들갑을 떠는데
사람이란 게 다 때가 있는 겁니다.
때가 되면 척추가 펴지고 때가 되면 목뼈에 곡선이 생기고 그러거든요.'
젊은 의사가 1자목 설명하면서 모든 일에 때가 있다는 말을 하니까
좀 뜬금없기도 하고 늙은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퇴근 전에 저녁을 먹으며 회사 차장님과 팀원들끼리 비슷한 얘기를 나누던 것과 이어져
쉽사리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 고개를 끄덕일 때는 여전히 아프다...ㅋㅋ)
..........
어쨌거나, 곡선을 잃고 1자목이 되어버린 내 목을 어루만지며
밤길을 걸어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보니
하늘을 본다는 행동 자체가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오늘 정여사께서 메신저로
날씨가 너무 좋다고 일 안하고 놀고 싶다고 징징대던데
'바쁘다 짜식아' 하면서 냉랭히 메신저 창 닫아버린 게 생각이 났다.
'바쁘다 짜식아' 하면서 소리 빼액- 지르기 전에
꽃피는 춘삼월, 과년한 아가씨 마음을 헤아려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
나 역시도 하늘을 보면서 '이야, 날씨 좋다~' 하고
싱숭생숭 해본 게 언제였나...
고개에 다시 C자 커브를 만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다시 찾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가끔 하늘을 봐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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