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생활의 발견 2006/03/21 00:11
명계에선 가혹한 형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회사에서 요즘 내 모습이 딱 시지프스와 같다.
하데스는 명계에 있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고 했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떨어져 버렸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하데스가 "바위가 늘 그 꼭대기에 있게 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시지프스는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하나의 일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로... 팩스로... 지시로... 새로운 일거리가 던져져 온다.
그럼 나는 그걸 낑낑대며 산 위로 밀어올린다.
간신히 마무리 지었다고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또다시 전화로... 팩스로... 지시로... '일감'이라는 바위가 내 앞으로
데구구르~ 굴러내려온다.
.........
작은 매듭만 짓고 끝끝내 큰 매듭을 짓지 못하는
이 시지프스의 형벌과도 같은 요즘의 생활 속에서도,
그래도 즐거움이 있다면
좋은 상사와 좋은 팀 분위기 때문이다.
(가끔 서로 귀엽게 갈구는(?) 분위기도 없진 않지만...)
지난 토요일 낮, 혼자 밥통의 밥을 뜨다가
부엌 벽에 걸린 성당 달력을 보고서
그냥 피식 '그래, 그래도 넌 행복한 거다'라는 생각을 혼자 했더랬다.
매일아침 출근하러 나갈 곳이 있다는 것도,
매달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들어오는 월급이 있다는 것도 즐겁지만
요새는 그런 것들보다도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예전에는 회사일을 '악에 받혀서' 했다면
요새는 새벽 1시까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야근을 해도
내 스스로가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즐겁게 하고 있지 않은가.
직장생활 3년 동안 이렇게 좋고 합리적인 분위기에서
나름대로 즐겁게, 열심히 일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
시지프스가 왜 하데스한테 붙들려 저승으로 끌려갔냐고?
그가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라
신들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란다.
즐겁게 돌을 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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