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마음의 흔적들 2005/12/26 00:14

내년 2006년이면, 흔히들 말하는 나이로 '서른'이라고 한단다.
난 항상 만(滿) 나이로 계산한다고,
아직 20대 안 지났다고 농담으로 말하곤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나이를 줄여서 무엇하랴.
한국식 나이로 세건, 만(滿) 나이로 세건,
올해는 내가 이십대를 떠나보내는 해이고,
내년은 내가 서른에 '진입'하는 해이다.
.........
1996년 3월 대학교 입학.
1997년 5월에 성인(만 20세)이 되고 그 해 12월에 2학년 2학기 마치고 휴학.
1998년 3월부터 6월까지 아파트 단지 세차 아르바이트를 하고 7월에 훈련소 입영.
1998년 8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공익근무요원 생활.
2001년 3월에 3학년 1학기 복학.
2002년 6월 월드컵이 끝난 직후 캐나다로 도피성(?) 어학연수.
2003년 6월말 귀국하여 마지막 학기 복학, 그리고 취직...
2004년 2월 회사원 신분으로 대학교 무사 졸업.
2005년 2월 경남지사 발령 받아 창원으로 내려옴.
2006년 1월 경남지사를 떠나 서울 또는 기타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
대학교 입학으로 시작하여
회사생활에 발을 딛게 된 나의 이십대를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해놓은 거 없단 생각에 피식 웃음부터 나온다.
사시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요,
취업준비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요,
음주가무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니까.
그냥...
뒤돌아서 눈 위에 남은 내 걸어온 발자국을 바라봄과 같이
이제와서 나의 지나온 이십대를 바라보니
참 억세게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서늘하다.
주변에 이렇게 사는 사람을 봤다면
'너,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크게 다친다'라면서 혼을 내주었을텐데.
여태까지는 위태위태하면서도 굽이굽이마다 잘 버텨왔던 것 같다.
뭘 해야할지 몰라 항상 불안하던 시절,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다가
그게 아니란 걸 깨닫고 우왕좌왕하던 시절.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던 열여덟의 나는
'취직만 되면 모든 게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던 스무해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매일 묵주기도를 하던 엄마의 기도 탓이었는지
억세게 운빨이 좋아서였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우왕좌왕하면서도 그럭저럭 취직을 했으니 난 뭐라 할 말이 없다.
.........
물론, 내가 보낸 스무해의 삶이란 것이
이렇게 무엇을 이루었느냐 이루지 못했느냐라는
외적인 스펙만으로 평가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 나도 안다.
몇년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썼던 글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나의 사고(思考)를 열어준 나의 이십대에 여전히 감사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굳이 그걸 미화하고 싶지 않은 건
언제까지고 그걸 '아름답다'라고 우려먹을 순 없기 때문이다.
'사고(思考)의 방법/방식'이라는 것은 하나의 기술(skill)에 불과한 것이어서
익히는 그 자체로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니라
그걸 도구 삼아 무언가를 이루어 냄으로써 가치를 발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세번째 고개에서는
내가 두번째 고개에서 겪었던 우왕좌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 가시적인 결과를 얻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
솔직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회사 안에서
내가 얼마나 크고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이런 허튼 욕심을 가지는 것인지 의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보내게 될 나의 세번재 고개에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여유가 있을 거라는 것,
무슨 일이 있든지간에 조금 넉넉하게 그 일을 맞을 수 있을 거라는 것,
그런 것들이다.
무슨 일을 계획하더라도
누구를 만나더라도
폭발하고 싶다거나, 우울해하지 않으며,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
그런 '여유'에 관한 믿음이 조금씩 생긴다.
이제는 사람들 속에서 하하 웃으며 돌아다는 내 모습이
어둡고 우울한 내 내면의 자아와는 다른, 거짓된 나라고 부정하지 않으련다.
적당히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적당히 푼수끼 있는,
사람들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 또한 진짜 나의 모습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련다.
한 몸 안에서 불안하게 동거하는 것 같던, 그래서
시끄러운 파열음을 내며 언제 찢어질까 조마조마했던 나의 서로 다른 두 모습도
이제는 여유있고 너그럽게 모두 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 만큼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내가 되고 싶다.
여유에 어울리는 실력을 갖춘,
진정한 강자(强者)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 다짐을 굳게 하기 위해
새해의 일출을, 백두산에서 맞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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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되기를..잘 다녀와~
저 사진 너냐?? 완전 얼짱이자너~~ 언제 변한게냐? ㅎㅎ 백두산 잘다녀와라~
나 백일 때 사진이다 ㅡㅡ;;; 모진 세파에 시달려 이렇게 되었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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