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생활의 발견 2005/12/19 10:11
가을까지 내 저녁밥은 주로 사과였다.
덕분에 살도 많이 빠졌고...^_^
(지금은 집에만 웅크리고 있다보니 요요현상 중...ㅠ0ㅠ)
사과래봤자,
그냥 한 소쿠리에 3천원짜리 싸구려 사과 먹는 걸로 만족하는 바람에
뭐가 맛난 품종인지도 모르고 그냥 아구아구 먹었다.
어쩌다 맛 없는 거 고르면 눈물을 머금고 먹는 거지 뭐...
트럭에 뙈기로 얹어다놓고 파는 건 대개가 '부사(후지)'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걸 먹어보겠다고 아파트 입구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홍옥도 사다가 먹었다.
빨간 옥(玉)이라는 이름도 센스만빵이거니와
에나멜을 칠한 듯 반질반질한 것이 영 탐스러워보였고
어릴 때 부모님이 홍옥 홍옥 얘기하시던 것도 생각이 나서 집어들고 집에 왔는데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에 돌던 그 신 맛...ㅡㅡ;;
지금 인터넷을 뒤져보니
홍옥이야말로 원래 우리나라 토종(?) 품종이긴 하지만
요새는 사람들이 단 사과만 찾아서 잘 없다는군.
어느 웹사이트에서는 '식초 만드는 데 좋다'라는 뜨악한 얘기까지...^^;
(어쩐지, 맛이 식초스럽다 싶었어...)
그러다가 지지난주 수요일에 지사 사람들 불러서 우리집 집들이를 했는데
집들이 선물이라고 이마트에서 얼음골사과 5개 팩을 하나 사왔더라.
"요즘도 저녁, 사과만 드세요?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쩌시려고... 호호호~"
"...^^;;"
집들이 한 그날, 다행히 술은 많이 안 마셨지만
(그럴 줄 알고 술을 많이 안 사다놨지, 화화화~)
그래도 나름대로 집들이 호스트였다고 다음날 삭신이 쑤시더라.
에구구구...소리 내면서 출근했다가 헥헥 대면서 퇴근해서 보니
마루에 어제 선물로 받아놨다가 벌려놓은 얼음골사과 팩이 그대로 있네.
몸이 힘들면 단 게 먹고 싶다고,
괜히 그 사과를 보니까 오랜만에 또 사과를 먹고 싶더라.
팩을 까서 사과를 꺼내보니 부사랑 별로 다를 게 없어보여서
이런 걸 얼음골사과라고 이름까지 붙여 판단 말야?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 가득히 퍼지던 꿀냄새...ㅠ.ㅠ
옹골진 육질은 씹을 때의 촉각을 만족시켰고
베어문 자리에서 나는 듯한 향긋한 향내는 후각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꿀을 먹는 듯 달콤한,
말괄량이 새색시처럼 발랄(?)하지만
결코 설탕이나 과자처럼 천박하지는 않은 그러한 귀여운(?) 달콤함이
너무도 당연히 혀끝에 닿는 미각을 사로잡았다.
백설공주가 먹고 쓰러졌던 사과를
동화책에서는 반짝이고 예쁜 홍옥처럼 그려놨지만,
맛으로 따진다면 이 얼음골사과를 먹고 황홀해서 쓰러진 게 아니었을까.
이런 글에는
우리집 냉장고에 들어있는 먹음직한 얼음골사과 사진 찍은 걸 올려서
보는 사람의 미각을 돋우는 센스도 발휘해볼법 하지만
아쉽게도 사진을 찍을 사과가 없다.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거든. ^^
먹을 때는 너무 맛있어서 얼음골사과 얘기를 할 생각도 못하고,
얼음골사과가 다 떨어진 후에야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얼음골사과를 소개해본다.
얼음골 사과가 쪼아~
http://morehj.com/blog/trackback/483
마치 "미스터 초밥왕"을 보는듯 싶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