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마음의 흔적들 2005/12/15 13:31
정말 보다보다 못해서 어제 대청소를 했다.
싱크대에 박아둔 다 먹은 통조림 캔, 수저, 그릇... 다 닦아서 치우고
이불을 탈탈 털어 페브리즈를 한번 뿌리고
내 방말고 마루, 건넌방, 부엌까지 미친 듯이 쓸고 닦고 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 뒤 샤워를 했다.
샤워를 다 한 뒤에 또 (순서는 잘못됐지만) 솔에 락스 묻혀서
세면대와 양변기를 박박 닦고
걸레 3개를 빨래비누 묻혀서 벅벅 빨아댔다.
빨래판을 세워놓고 일어서서 세면대를 바라보니
다 빤 걸레를 짜는 내 표정이
입을 앙다문채 자못 결연하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거울 속의 내 표정은
매일 학교에서 돌아와서 대충 옷을 갈아입은채
방 걸레질을 하고 욕실에서 와이셔츠를 빨던
우리 엄마의 그 억척스러운 표정 아니던가...?
'엄마도 어쩔 수 없이 아줌마구나...' 하며 엄마가 청소할 동안 고아하게 책을 보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나도 이렇게 '홀아비스러운' 모습으로 청소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예전에 엄마랑 TV를 같이 보다가
안성기랑 어떤 모델이 나오는 맥심CF를 봤는데,
그걸 보면서 '엄마, 나도 저렇게 우아하게 늙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가
피식 웃으며 '에그...늙어봐라...'라고 하는 엄마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엄마가
'그래, 저렇게 우아하게 늙는 모습이 멋있지' 같은 말을 할 줄 알았는데...ㅎㅎ
김이 뿌옇게 서린 욕실에서
한 손에 걸레를 들고 멀뚱하니 선 채로 거울을 보면서
자꾸 내가 예전부터 별로 닮고 싶어 하지 않았던
아버지, 어머니의 지난 모습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난 아버지, 어머니랑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발가락 하나라도 닮은 게 '새끼'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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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쭝 장가보내도 되겠네~
내가 원래 좀 머슴科야...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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