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생활의 발견 2005/10/23 19:58

솔직히 갓김치를 먹어본지 얼마 안됐다.
한 1년전쯤인가, 창원 내려오기 전에 서울에서 밥을 먹다가
식탁에 신기한 김치가 있어 먹어본 게 최초였다.
젓가락을 가져가기 전까지는 그냥 배추 겉절이가 색이 좀 진하구나 싶었는데
한 젓갈 입에 넣고 오물거리자 입 속에 퍼지는 그 톡 쏘는 향이
삽시간에 나를 매료시켰다.
예전부터 쑥이라든지 부추 같은 알싸한 향을 내는 음식을 좋아했던 내게
갓김치의 새콤함은 새로운 경지가 아닐 수 없었던 거다.
엄마가 아시는 보험설계사분이 전주분이셔서
조금 보내주신 거라고 하던데
내 보험문제 때문에 종종 전화주실 때마다 보험 얘기는 안 하고
갓김치 감사하다고,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말씀드리느라 바쁘다.
(뭐, 그렇다고 또 보내달라고 압력 드리는 것은 아니고...;;)
서울에서 반찬 싸갖고 내려올 때 가장 기대되는 게 이 갓김치다.
몇년전에 장만한 김치냉장고 덕분에 항상 차갑고 신선하게 저장된 이 갓김치를
창원에 들고 오노라면
김이 솔솔 나는 갓 지은 쌀밥에 이 갓김치를 하나 올려놓고 밥을 먹을 생각부터 나서
내려오는 열차 안에서부터 괴롭기 그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요 근래에 서울집에서도 갓김치가 다 떨어지고
그나마 서울 잘 올라가지도 못하고 해서
이 갓김치를 먹을 기회가 적었는데
지난주 이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두산에서 파는 '종가집' 브랜드로
이 갓김치를 파는 걸 보고 냉큼 집어들었다.
사실 여기 와서도 갓김치를 먹을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청 구내식당 아주머니가 종종 내놓으시는 김치가 바로 '갓김치'라는데
그 퍼석퍼석, 구들구들하고 고린내마저 나는 희한한 김치가
'갓김치'였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된 나로서는
정말 갓김치의 범주를 어디까지 인정해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곳 창원(경상도)에서는 희한하게도
이마트에서 사는 포장음식마저도 짜고 맛이 없어서
이 종가집 갓김치를 사들고 계산을 하면서도
이게 '유사 갓김치'가 아닐까, 돈 날리는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일주일간의 (내 나름대로의) 숙성기를 거치고
오늘 드디어 포장을 개봉하여 시식을 해본 결과
전주의 보험설계사 아주머니께서 보내주신 오리지날 돌산 갓김치와 진배없이
코 끝을 아리게 하는 깔끔하고 시원한,
정말 '매력적이다'라고밖에 할 도리가 없는 바로 그 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하여 포장지 뒷면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두산(종가집)은 판매원일 뿐이고
제조자는 전북 진안의 어느 식품회사다.
부산 출신이신 우리 오마니께서도 음식에 관해서는
연세가 예순을 바라보시는 아직까지도
종종 의도와는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고 멋쩍어하시는 경우가 있으니
'맛'에 관한 한, 호남과 영남의 좁힐 수 없는 그 문화적 격차라는 것은
인류가 달나라를 왔다갔다하는 오늘날까지도
정녕 풀릴 수 없는 미스테리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잠시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어쨌거나
갓김치야말로, 김치의 지존이 아닐까 싶다.
이름마저도 'God 김치' 아니던가.
http://morehj.com/blog/trackback/463
갓김치는 예로부터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가는 전라도 지방 김치였다고 한다..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몇몇있어..갓김치, 토화젓, 홍어찜 등등..갓김치는 그나마 괜찮은데..토화젓에 밥비벼먹기와 푹삭힌 홍어로 만든 찜을 게걸스럽게 먹기를 할줄 아는 사람이 주위에 있거들랑 필시 전라도쪽 사람일 것이라 생각해도 될거시야..
홍어는 아직 입에 못 붙이겠더라고... 입에 넣고서 어찌나 황당하던지, 허허...^^; 토화젓이라는 건 처음 들어보는데 나중에 한번 찾아먹어봐야겠다.
토화->토하 인듯하고 (무례함을 용서..)
나도 어렸을때는 엄마가 제철이 되면 고집스럽게 담그던 갓김치를 외면해왔어. 그치만 나이들수록 묵은지가 좋아지고 갓김치가 좋아지네.
이런곳이 있는줄 몰랐어. 종종 와서 내 견문을 넓혀야겠네^^;
나도 어렸을때는 엄마가 제철이 되면 고집스럽게 담그던 갓김치를 외면해왔어. 그치만 나이들수록 묵은지가 좋아지고 갓김치가 좋아지네.
이런곳이 있는줄 몰랐어. 종종 와서 내 견문을 넓혀야겠네^^;
↑위는 오늘 점심으로 갓김치를 한그릇 다 비웠다는, 귀엽고 똘똘한 우리 엄쑤~
갓 김치가 그렇게 맛있는 건가요...? 저도 아직 안 먹어봤는데...궁금하네요...^^
확실히 전라도쪽이 음식 맛은 정말 기가 막히는 것 같습니다.
전주로 1주일씩 3번정도인가 출장을 갔었는데요,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밑반찬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저도 홍어회는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그 냄새란.......직업이 연구원이다 보니 그 냄새를 맡으면 바로 암모니아가 생각나면서 이건 화공약품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 도저히 먹지 못합니다.
확실히 전라도쪽이 음식 맛은 정말 기가 막히는 것 같습니다.
전주로 1주일씩 3번정도인가 출장을 갔었는데요,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밑반찬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저도 홍어회는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그 냄새란.......직업이 연구원이다 보니 그 냄새를 맡으면 바로 암모니아가 생각나면서 이건 화공약품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 도저히 먹지 못합니다.
혁진님도 갓김치 드셔보셔요. 알싸한 맛이 독특할 거에요. 홍어회=암모니아...라는 연상은 저만 하는 게 아닌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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