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새로운 경험들 2005/08/21 11:53
머리 맡에 설치해둔 알람이 울려서 일어났다.
어제 안마 받은 김에 샤워도 하고 잤으면 좋았을 걸...싶지만
아침에 개운하게 샤워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면서
따뜻한 물로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짐을 싸서 나왔다.
호텔 로비에 보니 느끼맨 미스터 신이 먼저 와있다.
손 한번 흔들어주고(하지만 결코 호의적인 마음은 안 담겨있는)
우리는 카페테리아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나오니
우재가 나더러 어제의 그 두 개신교 아가씨를 만났다고 얘기해준다.
같은 호텔에 묵고 있었던 거다.
비행기표는 알아보고 있어서 별 걱정은 아닌데
괜히 미스터 신이 이 호텔에 투숙시켜서 숙박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그러게...왜 괜히 돈 없는 사람을 이런 데 투숙시킨담...
우리끼리 혀를 찼지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우리는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 앗싸~
역시 (아무 것도 안하는) 태국인 가이드 둘도 같이 와서 짐을 차에 실었다.
아침 10:30 비행기라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미리 도착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낫다.
이 보기 싫은 세 명의 가이드들을 빨리 떼내버리고 싶은 마음도 크고!!
간밤에 팁에 대해 우재랑 얘기를 하긴 했는데... 결론은 없었다.
결국 도마뱀 꼬리 자르듯 팁 140달러(100+20+20)를 던져주고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올 때처럼 갈 때도 방콕 - 인천 노선은 비즈니스 클래스여서
VIP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신문도 좀 챙겨보고, 맛난 아침빵도 먹고 하면서 여유를 부리다가
제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타고 왔다.
아, 이번에도 잠깐 홍콩에 기착하여 한 시간 머물렀다 다시 탔다...^^
(예쁜 푸우 인형 하나 샀다, 하하하...)
한국에 와보니 오후 19:45...
익숙한 한글로 된 간판이 붙은 인천공항에 내리니 어찌나 반갑던지...
공항버스를 타고 흑석동에서 우재와 헤어져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다들 반가워해주셨다. 살아돌아왔다고...
필똥이도 껑충껑충...^^ (근데 네 선물은 없다, 야...)
사온 선물들을 분배(?)하고 씻고 하니까 금세 12시가 되더라.
하지만 왠지 좀 허탈했던 걸까.
그 늦은 시간까지 거실에 앉아 멍하니 TV를 봤다.
필중이는 벌써부터 디지털 카메라에 저장한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이미 케냐에서 떠나온지 이틀째였건만
나는 방콕의 기억을 건너뛴채 여전히 케냐에 있는 듯 했다.
케냐가 내게 보여주었던 '스스로(自) 그러한(然)' 모습들은
그 단어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아련하게 내 마음 속을 붙들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남겨놓은 미련 때문에 허탈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에 가졌던 마음의 허탈함과 헛헛함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나는 신기한 느낌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프리카가 내게 보여주었던 '스스로 그러함'의 모습들이
어느샌가 내 기억 속에,
그리고 내 피 속에
나의 형질 중 하나로 녹아들어
내 속의 오아시스로서, 언제 다시금 찾아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존재로 화했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을 짓게 되는 것...
그런 것들이었다.
아프리카에 가서 무엇을 찾아왔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냥 그 웃음을 지어 보여주련다.
그리고 당신도 그걸 찾아보라고
그 '스스로 그러함'을 찾아가는 탐험을 기꺼운 마음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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