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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6 - 2005.8.18.목

케냐 마사이마라 3일째 날이자
사파리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 나이로비 시내 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오늘 오후 마사이마라를 떠나 나이로비로 가면
이 아프리카 대륙에 온 가장 큰 목적인 대자연과 사파리는
영영 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겠지만
이른 아침을 먹고 아예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싸서 조지의 차에 오른 우리는
마지막 사파리 일정을 멋지게 마무리 하겠다는 일념으로
제법 충만해보였다.

어제 하루종일 둘러본 초지라 그런지
이제는 차에 전달되는 덜컹거림도 익숙하다.
숙소를 떠나 본격적인 초지에 이르렀을 무렵,
우리가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죽은 얼룩말의 시체를 뜯고 있는 독수리떼였다.


아마 간밤에 사자가 사냥하여 먹다남긴 것 같았다.
뼈 위에 얇게 덮힌 얼룩무늬의 가죽만이
저 시체가 얼룩말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 새빨갛게 그을린 동생의 목덜미...^^ 나는 후드티를 입어 그나마 나았는데...

사파리여행의 마지막날이라서
보기 어렵다는 표범을 볼 수 있을까 조금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동물들이 마지막 일정이라는 걸 감안해서 갑자기 짠~ 나타나주고 그런 건 절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대로 우리의 몸을 맡기고
욕심없이 마음을 비워야 동물들이 보일 뿐...
(그래도 결국 표범은 못 봤다)

흔한 누, 토피, 얼룩말들이 계속되는 마지막 게임드라이브였지만
오늘의 장관은 그 스케일이었다.

케익 속에 박힌 건포도처럼
저 멀리 펼쳐진 경사진 언덕 위로 새카만 점들이 보였고
그 언덕에 가까워질수록 그 점들은 점점 커져
하나하나가 각각 하나의 누로 형체를 잡아갔다.

'전체'가 '개별'이 되는,
'떼'가 '한 마리'가 되는 그 미시(微視)에의 진입에
나는 그저 와...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 장관에 취해 사진 찍기도 잊어버린 나와는 달리
동생과 우재는 열심히 사진을 잘 찍어댔다. ^^

누떼 언덕 가운데의 사파리 트랙에 들어서니
마치 누의 바다 한 가운데에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서양영화에 종종 나오는 목가적인 풍경,
하얀 양떼 사이에서 천천히 양들을 모는 평화로운 목동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덜컹거리는 사파리차에 시커멓고 덩치 큰 누떼의 조합은
아무래도 그런 '목가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 싶어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언덕을 넘고 또 능선을 탔다.
아무리 마사이마라가 넓다 하더라도 보통은 정해진 트랙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다른 사파리차량들이 보이기 마련인데
능선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밖에 없었다.
조지가 길을 잃을리도 없고... 납치해서 새우잡이배에 태울 것 같지도 않고...
뭐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 마침 저 앞 풀숲에 다른 차 2대가 서 있다.

'쟤넨 왜 또 저 허허벌판 풀숲에 들어앉아있는 거야?'

우리 차가 털털거리며 그들에게 다가갈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저 차들이 고장이 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자였다.

우리 차의 왼쪽으로는 혼자서 자빠져(^^) 자고 있는 수사자 한 마리가,
우리 차의 오른쪽으로는 사자커플(^^) 한 쌍이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거다.
나중에 조지가 얘기해준 거지만 그 사자커플은 허니문이란다.
사자는 결혼하고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은 사냥도 안하고
오직 단 둘이서만 저렇게 허니문을 보낸다고...

사냥도 안하고 일주일동안 대체 뭘 할까?
참으로 므흣하도다...ㅡㅡ;;


젊은 사자커플을 지척에 두고 눈치도 없이 근처에서 자빠져 주무시고 있는 영감사자.
가끔 꼬리를 휘두르는 게 보일 뿐, 몸뚱이는 풀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말고 다른 일행들이 답답한지 이래저래 소리를 내며 주의를 끌어보는데
그제서야 귀찮다는 듯 조금 일어나(그것도 상체만!)
'뭔 일 있수?' 하는 식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서울 것 없는 초원의 왕자다운 게으름이 조금 얄밉긴 하지만
앵그르의 오달리스크를 연상시키는 저 준수한 몸의 곡선 앞에서
그런 얄미움도 이내 찬탄으로 바뀌고 만다.


소리를 내어 귀찮게 하니까 사자가 움직인다는 걸 깨달았는지
우리를 비롯한 다른 관광객들의 도발(?)이 슬슬 심해진다.
필중이는 어릴 때부터 자주 내던, 어흥~ 소리 비슷한 트림 소리를, (ㅡㅡ;;)
우재는 미국사람들이 고양이(...)를 부를 때 내는 '끼리끼리' 소리를 낸다.
옆에 있던 미국관광객들이 깔깔대고 웃는다.
좋댄다... ㅡㅡ;;

** 어유, 귀찮어...

시끄러운지 결국 영감사자가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저~쪽으로 가버린다.
인간들 싫다고 가는 건데
그걸 보면서 인간들은 사자가 일어나서 움직였다고 또 좋아한다.
어리석은 인간들 같으니라구...

허니문이던 사자커플은 끝끝내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간밤에 참으로 므흣하여 피곤했나보다. ㅡㅡ;;;
영감사자 일으켜 세웠다고 좋아하던 인간들도 양심은 있는지
사자커플의 허니문까지 방해할 생각은 없나보다.
슬슬 한 팀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오면서 조지가 얘기를 해주는데
원래 사파리 트랙을 벗어나 차를 몰면 벌금을 맞는댄다.
어쩐지... 사자를 발견해도 동료들한테 무전을 치지 않더라니...
물론 규정을 어기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한테 사자를 보여주겠다고 트랙을 벗어나 여기까지 온 조지한테
조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와 사자들을 보았으니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내려가는 길에도 역시나 얼룩말과 누가 제일 많다.
그 녀석들을 스쳐보내고 요 며칠사이 오락가락한 비 때문에 생긴 웅덩이들을 건너고 하는데
조지가 아까부터 계속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뒤를 보는 게 눈에 띤다.

처음에는 또 펑크가 났다 싶었는데 계속 달리는 거 보니 그런 것도 아닌 거 같고...
조지도 또 '노 프라블럼~' 그러고...
(펑크가 나면 조지가 먼저 뛰어내려 타이어를 갈았겠지)

그래도 뭔가가 계속 이상한지 조지는 자꾸 뒤를 의식한다.
뒷거울도 보고, 창밖으로 고개도 내밀고 하는 게 잦아져서
이제는 신경이 쓰일 정도다.

결국 잠시 차를 세웠다.
아까 우리가 '끼리끼리~' 했던 영감사자가 튀어나오면 어쩌나 싶지만
이쯤 와서 차를 세우면 안전지대라고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사자보다는 먼저 차에서 내려 바퀴를 본 조지의 '오우~' 소리가 더 불길했다.

내려서 차를 보니 앞바퀴가 여덟팔(八)자로 벌어져있었다.
프레임이 휘거나 부러졌다는 얘기니까 펑크보다 더 나쁜 거다.
재키로 차를 들어올리니까 그제서야 바퀴가 11자로 곧게 돌아온다.
분명히 앞바퀴의 뭔가가 부러진 거다.
그 험한 도로를 며칠째 덜컹거리며 달리니 탈이 날 수밖에...

이건 타이어를 갈아도 해결되는 게 아니어서 난감하다.
맨날 '노 프라블럼~' 하던 조지도 이번에는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나보다.
재키로 차를 들어올리고 공구상자를 들고 차 밑으로 들어갔다 나왔는데
여전히 난감한가 보다.

어떡하냐... 넷이서 차 밀고 갈 수도 없고...
넷이서 밀고 가다가 사자 나오면 다시 차 속에 쏙~ 들어가고 그럴까?
머리 속으로는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마침 다른 사파리차가 와서 차를 같이 봐주는데
나꾸루 갈 때처럼 그 차에 합승하기도 곤란하다.
이미 그 차에도 사람이 많이 탔고, 우리는 이제 마사이마라를 떠나 나이로비로 가야하니까.

그 차를 보내고 조금 고민하다가
별다른 대안이 없어 뻔한 결론을 내렸다.
조심조심 운전해서 가까운 로지에 잠시 머무르는 거.

우리가 머물렀던 마라 소파 로지는 떠나온지 너무 멀었고
그렇다고 이 상태로 마사이마라를 벗어날 수도 없어
마사이마라 내에 있는 다른 로지,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에 들르기로 한 거다.

근데 거기 간다 하더라도 저 부러진 프레임을 어떻게 하지?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다행히 경유한 로지 안에 카센터가 있더라.
로지 입구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차를 어떻게 고치나 고민이었는데
뚝딱뚝딱 소리 나고 기름 냄새 매캐한 카센터가 눈에 들어오자
그제서야 한시름 놓았다.

참, 경유한 로지 이름은 마라 심바 로지였다.
스와힐리어로 사자를 심바(simba)라고 한단다.
영화 라이온킹의 주인공이지만 내게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인데...^^;


수리는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금세 끝나겠거니 싶어 로지 안의 기념품 가게에 가서 대충 쇼핑 좀 하다가
'야, 조지가 우리 찾겠다' 하며 빨리 카센터로 돌아왔는데 그건 우리의 실수였다.
수리는 거의 1시간이나 계속 되었던 거다.


이미 시간은 12시에 가까워왔지만 점심식사보다는 차가 더 걱정이었다.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훨씬 낫긴 하지만 카센터도 허름한 수준이었다.
그냥 산소용접기와 용접봉, 엔진오일 정도만 갖춰놓은 '공업사' 수준이었다.

카센터에 들어올 당시에 '여기서 정말 이 니산(Nissan)차 부품을 구할 수 있을까?'라던 내 생각은
정말 배부른 고민이었던 거다.

싱하형이 말씀하셨다.
'8초 9초 이딴 거 없다, 무조건 존내 맞는 거다' 라고...ㅡㅡ;
마찬가지였다.
'니산, 도요다부품, 이딴 거 없다, 무조건 존내 용접하는 거다...'

나이로비에서도 구할까 말까인 특정자동차의 순정부품을
케냐 국립공원 한 가운데에 있는 로지에 딸린 허름한 카센터에서 찾는다는 생각 자체가
처음부터 넌센스였던 거지.

그래도 시간은 걸렸지만 끝나긴 끝나더라.
앞바퀴를 붙이고 운전석을 도로 고정시키고 하자
그제서야 비로소 조지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고
그 웃음을 보고 우리도 안도했다.

이제는 정말 마사이마라를 떠나는 거다.
중간에 차가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의 케냐 사파리 일정은
사자를 보고, 차가 주저앉으면서 딱 그 순간 마무리가 되었던 것 같다.

마사이마라 고원지대를 내려와 다시금 아스팔트 포장길이 시작되는 초입에
잠시 멈추고 도시락을 먹었다.
포장길 옆에 역시 마사이마라를 떠나는 사파리 차량들이 드문드문 정차해있었고
그들도 우리처럼 사파리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차가 완전히 고장나서 수리하느라 낑낑대는 일행도 보였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우리 차가 다 수리를 끝내고 나니 그 차를 좀 넌지시 볼 여유가 생겼는데
도시락 빨리 먹고 나이로비 가는 길을 재촉했으면 하는 우리와는 달리
조지는 또 그 고장난 차에 가서 그쪽 가이드와 이것저것 얘기를 한다.

가이드들간의 동류의식이 끈끈하구나...하는데
뜬금없이 그 차의 가이드가 우리 차에 올라탄다.
베어링이 고장났다고 하는데 우리 차에 신세를 좀 지려는 것 같다.
친구 태워서 조지만 신났지...
둘이서 스와힐리어로 쏼라쏼라 얘기하고 아주 시끌벅적했다. ^^;

정말 며칠만에 내려온 평지였을까.
해발 2천미터에 달하는 마사이마라에서 3일을 보내고 평지로 내려오니
햇살도 더 따사로운 것 같았다.
고지대에 있을 때는 구름이나 안개 때문에 계속 비가 오락가락하고 흐렸는데
오랜만에 맞는 햇살의 따가움을 느끼며 소르르 잠이 들었다.
중간에 조지 친구(가이드)가 내려 더이상 스와힐리어 수다를 들을 수 없게 된 조용함과
덜컹거림 없는 아스팔트길의 안락함도 달콤한 차 안의 낮잠을 재촉했다.



며칠전, 나꾸루에서 마사이마라로 들어올 때 거의 6시간이 걸렸던 걸 생각하고
언제 또 나이로비까지 가나 싶었는데
마사이마라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길은 그보다 짧았다.
산 하나만 넘으면 곧장 나이로비 시 외곽이 나오는 지름길이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로비로 넘어가는 산 위에서 찍은 풍경이다.
호주의 에어스락(Ayers Rock)처럼 평지 위에 엉뚱하게(?) 앉아있는 언덕 위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쬔다.
나이로비 시내에 가까워져서인지 공기가 나빠져 흐릿한 게 아쉽다.

이 사진을 찍은 곳은 나이로비 넘어가는 산(고개?) 정상에 있는 휴게소였다.
역시나 많은 사람, 많은 차량들이 그 길을 이용하다보니
산꼭대기에 휴게소가 하나 있다.
여기도 어김없이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있고, 당연히(?) 삐끼도 있다.
나와 우재는 그냥 심드렁하게 둘러만 봤지만
필중이는 호저 가시를 한 뭉치 사들고 나왔다.
그래도 삐끼에 휘둘려 산 게 아니라 이제는 삐끼를 역으로 이용하면서 흥정을 하니
형으로서 안심도 되고 그랬다. 하하...

나이로비 시내에서는 사파리 파크 호텔이라는 곳에 묵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오늘까지 고생한 조지에게 팁을 줬다.
내일 나이로비 시내 관광에 자기가 올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대나...?
팁으로 큰 거 한 장을 줬더니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하더라.
필 꽂혔는지 호텔 체크인하는 것도 도와주고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을 남기더군.

나이로비 시내 한 가운데 있는 사파리 파크 호텔은,
호텔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하얏트나 힐튼처럼 높은 건물이 세워져있는 게 아니라
이제까지의 로지들처럼 작은 막사 단위로 꾸며진,
높이가 높은 것이 아닌, 넓이가 넓은 그런 곳이다.

원래 영국 식민지일 때, 영국 주둔군이 묵었던 장소라고 하는데
독립 후 그저 그런 별 3개짜리 호텔로 운영되던 것을
1970년대 초에 우리나라의 파라다이스 그룹이 인수해서
별 5개짜리 특급 호텔로 꾸몄단다.

파라다이스 그룹이라 하면
전낙원, 박철언, 홍준표, 이건개, 뭐 이런 키워드들로도 연결돼있고
개인적으로는 동생이 나온 고등학교의 이사장이 전낙원의 누이이기도 한,
의외로 나와 그리 무관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그런 회사 아니던가? ^^;

아프리카 대륙 케냐 한 복판에 한국인의 자본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지만
(호텔로비마다 걸려있는 세계시계에 TOKYO 대신 SEOUL이 달린 곳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 자본의 뿌리가 건전한 레저그룹이라고만 하기에는 어딘가 편치 않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파라다이스 그룹의 사파리 파크 호텔이 주는 느낌은
나이로비 시내에 크게 광고를 내건 LG나 삼성, 금호/한국타이어 같은 회사들의 로고가 주는 뿌듯함과는
어딘가 느낌이 다소 달랐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다 똑같은 한국자본으로 여겨지겠지만...

어쨌거나 시설은 특급일만 했다.
우재는 며칠만에 보는 TV가 그렇게 반가웠나보다.
나는 제대로 된 샤워실이 좋았고
필중이는 시간제한 없이 24시간 끊임없이 공급되는 전기와 온수가 좋았다.
(케냐의 로지들은 온수와 전기가 특정시간에만 공급된다)

CNN을 트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누구는 신나게 여행 다니며 놀고 있는데
세계 어딘가에서는 또 갈등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가 평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TV를 튼 그 시각에는 그 철수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한 움직임에도 (내부의) 갈등이 있는데
하물며 다른 세력과의 충돌로 인한 갈등은 얼마나 더 심할까 하는 생각.

이래저래 TV를 보면서 씻고 옷 갈아입고 하니 어느덧 7시가 되었고
케냐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야생고기 바베큐, 야마쪼마를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했다.

자리를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걸 몰라서 구석배기에 자리를 잡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케냐 댄서들이 추는 Safari Cat's Show를 보게 되어 있는데
구석배기라서 무대가 잘 안 보일 거 같았다.

쇼는 9시쯤 시작되므로 먼저 야마쪼마를 먹었다.
야마쪼마라는 건, 앞서 말했듯 야생고기 바베큐를 말하는데
악어, 양, 낙타, 타조, 염소, 소, 돼지, 닭... 뭐 이런 동물들이 포함된다.
종업원들이 긴 꼬챙이에 꽂힌 각 동물들의 바베큐고기를 들고 다니면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칼로 베어준다.

제일 먼저 먹은 고기는 내 호기심을 가장 많이 자극했던 악어고기였다.
아마 파충류 고기는 내 생애 처음 먹어보는 거였을 걸...
육질은 보통 바베큐 고기와 다를 게 없는데 씹을 때마다 독특한 향이 나는 게 특이했다.
처음에는 '향긋하다'라는 생각이었는데
계속 씹다보니 고기랑은 좀 안 어울리는 듯하고 조금 역하기도 했다.

낙타고기는 먼저 먹은 필중이가 엄청 질기다고 혀를 내두르는 바람에
굳이 먹지 않았다.
사실 내가 낙타를 싫어해서 안 먹은 이유도 있다.
난 항상 낙타...하면 서울대공원에서 보라색 혀를 낼름거리며 침 흘리는,
그러면서도 힘만 무지하게 센 황당한 짐승(?)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말이지...
(난 소나 양처럼 순한 동물이 좋아여~~)

역시나 맛있던 것은 어린양고기였고
솔직히 그보다 더 좋아했던 것은 (유치하게도) 소세지였다, 어흐흑...
그 비싼 야마쪼마 저녁을 먹으면서 제일 좋아한 게 소세지라니...흑흑...

대충 예닐곱 가지 고기를 먹은 뒤 나는 먼저 숙소로 돌아왔다.
9시부터 시작하는 캣츠 쇼를 보러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양치하고 자리에 누웠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필중이는 여기까지 와서 그 쇼 안 보면 어떡하냐고 그랬지만
아까 TV를 보다가 호텔 홍보채널에서 이미 그 쇼의 일부를 본 나로서는
별반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캣츠 쇼라고 해도, 몸 좋은 케냐 흑인댄서들이 역동적인 춤을 추고 하는 그런 컨셉은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서 간혹 보아오던 거 아닌가?

나중에 우재랑 필중이한테 쇼 어땠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둘 다 그저 그랬단다.

필중: 그거 게이들 아니던데?
나: ....??

필중이는 캣츠 쇼를 다음날 태국에서 볼 게이쇼랑 헷갈려했던 거다. ^^

어쨌건 그렇게 케냐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야생동물들과 사나흘을 보내고
마지막 밤에 그 야생동물들을 섭취(!!)함으로써 하나가 되었으니
이로써 나와 대자연은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하하...
2005/08/18 11:51 2005/08/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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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 [모형인] 박용진.
  72. [모형인] 박종봉.
  73. [모형인] 박지훈.
  74. [모형인] 백승동.
  75. [모형인] 변지선.
  76. [모형인] 북서풍.
  77. [모형인] 새물결.
  78. [모형인] 서순교.
  79. [모형인] 서정범.
  80. [모형인] 서준천.
  81. [모형인] 손우석.
  82. [모형인] 수연아빠.
  83. [모형인] 스끼리네.
  84. [모형인] 신광철 - Egloos.
  85. [모형인] 신광철 - Naver.
  86. [모형인] 신동훈.
  87. [모형인] 신화동.
  88. [모형인] 아무로.
  89. [모형인] 안준홍.
  90. [모형인] 안치성.
  91. [모형인] 알폰스.
  92. [모형인] 양대천.
  93. [모형인] 양동일.
  94. [모형인] 양성필 - Egloos.
  95. [모형인] 양성필 - Naver.
  96. [모형인] 양태준.
  97. [모형인] 오준호.
  98. [모형인] 왕조사.
  99. [모형인] 우보형.
  100. [모형인] 유철호.
  101. [모형인] 유철호 - Naver.
  102. [모형인] 윤영중.
  103. [모형인] 이경재.
  104. [모형인] 이경준.
  105. [모형인] 이기태.
  106. [모형인] 이대관.
  107. [모형인]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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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 [모형인] 이성재.
  110. [모형인] 이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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