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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2 - 2005.8.14.일

방콕에서 출발한 시각이 새벽 00:45.
나이로비 도착시각이 오전 6:00.
시간상으로는 5-6시간이지만 4시간 시차가 있으니까 10시간 가량 비행한 거다.
기내식을 두 끼나 먹을 시간인데...
케냐항공 승무원들은 참 친절하게도(?)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서
굳이 밥을 먹이더라. 덕분에 선잠잤다.

어쨌거나 아침 6시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게 토요일 아침 6시였으니
시차고려 안해도 24시간만에 도착한 셈이다.

아프리카 지도를 펴놓고 케냐를 찾으면
'ㄱ'자 모양으로 된 대륙의 오른쪽을 봐야한다.
인도양에 닿아있고 적도에 걸쳐있는 바로 그곳에 케냐가 있다.
면적은 남한의 6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3천만에 불과하다.
이 넓은 땅에 흩뿌려진 인간의 자리를 제외한 절대다수는
'당연하게도' 자연과 동물의 것이다.
그리고 그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과 동물'을 보기 위해
한해 수십만의 외국인이 케냐를 찾는다.

(90년대말에 있던 폭동과 테러로 인해
현재 케냐 관광객수는 90년대 중반의 6, 70만에서 절반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특히 유럽여행객의 감소가 두드러져 케냐정부로서는
새로운 타겟으로서 아시아인 유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마치 영국식민지의 잔재처럼 보이는 고풍스러운 입국심사대였다.
영화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진갈색 나무 위에 반광택 마감재로 코팅한 운치있는 심사대를 나오면서
절로 기분이 좋아져 심사관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내가 '낭만'으로 여겼던 그 고풍스러운 심사대와 공항전경이
실은 국제공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낡은 시설이라는 이유로
케냐항공과 정부의 최우선 개선대상이라고 하니 아이러니칼할 따름이었다.

어쨌건 심사대를 통과해 느낀 케냐, 나이로비의 공기는
이른 아침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쌀쌀했다.
최저 10도, 최고 25도에 불과한 겨울날씨라는 것을 알고 간데다
작년 호주여행 때 추위 때문에 된통 당한 기억을 되살려
충분히 각오와 준비를 하긴 했지만
한국과 방콕의 무더운 날씨 때문에 반바지 차림으로 온 나는
동생과 우재의 긴바지를 부러워할수밖에 없었다.

현지인 중에는 스웨터에 털모자까지 쓴 사람도 보였는데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좀 엄살 같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더라. 흐흐.

** 나이로비 국제공항의 전경.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김포공항 수준이다.

모든 짐을 다 찾고 6일간 우리를 돌봐줄(?) 현지인 가이드
조지(George)를 만났다.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어림잡아도 2시간은 꼼짝없이 공항에서 기다렸을법한데
전혀 싫은 내색 없이 기분 좋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찰스 바클리(왕년의 NBA 농구스타)를 연상시키는 준수하고도 친근한 외모였다.
콧수염이 복실복실 난 바클리라고 하면 딱 맞겠군.

우리나라의 봉고에 해당하는 9인승 사파리차량을 타고
곧바로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별 생각 없이 몇시간 걸리냐고 했더니 4시간이란다.
흐미... 서울에서 부산 가는 시간이잖아...
10시간 걸려 비행기 타고 날아왔는데 또 4시간 자동차 타고 간다니
좀 김이 빠지긴 했는데... 어쩌겠는가, 참아야지.

나이로비 시내를 거치지 않고 외곽도로를 타고 곧바로 향했던 것 같다.
아니면 일요일 아침이어서 그랬을까,
잘 포장된 도로 양 옆은 온통 넓은 평야였고
가끔 저멀리 보이는 광고간판과 공장만이
이곳이 케냐의 수도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해줄 뿐이었다.

** 길 가다 잠시 기름 넣기 위해 주유했을 때 우재를 한 컷.

** 여행 중 먹을 물(미네랄워터)을 사기 위해 들른 가게.
** 1인당 하루 1병(500ml)꼴의 물이 제공되었다.
** 사막에 덩그랗게 서있는 낮은 건물들이 꼭 1년전 호주 서부사막의 풍경을 연상시켰다.

** 6일간 우리를 태우고 다녔던 니산제 사파리차량(PSV).

** 영국식민지여서 운전석와 출입문이 오른쪽에 있다.

** 이것도 영국(BBC...)의 영향인가? 조지네 아들이 좋아한다는 텔레토비 인형.

포장길을 달리다가 중간에 선 곳은 기념품 가게였다.
동남아 여행이었다면 '아니, 이놈의 가이드가
여행 초장부터 우릴 이런 데 데려와서 강매를 시키다니!' 흥분했겠지만
우리의 일정은 온통 사파리와 동물구경으로 짜여져있었고
아프리카 민속품에 우리모두 호기심을 갖고 있던터라
별 거부감 없이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세 명 다 흩어져 둘러보고 있으려니 삐끼(?)가 하나씩 붙는다.
나한테는 녹색 양복을 입은 껑충한 총각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접근했다.
그냥 좀 편하게 둘러보고 싶어서 내가 'I'm just browsing'이라고 했더니
'browse'라는 말을 쓰는 당신(아시아인)은 처음이라고,
영어 잘한다고 막 부추기면서(역시 아시아인은 영어 칭찬에 약하다)
내가 흘깃 보던 마사이족 나무가면에 얽힌 배경설명을 해주겠다고 팔을 잡아끈다.

난 또 뭐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에 필적하는
엄청나게 신비로운 비밀이 있나 솔깃해져 들었다가 실망했다.
이건 턱수염을 새긴 거고, 이건 부부를 상징하는 거고, 가운데는 코끼리를 넣은 거고...
이봐이봐, 나도 눈 있다고...

결론은...
일요일 아침, 자신의 첫 손님, 그것도 영어 잘하는 내게
'Good Price'를 주겠다는 거다.
(이 'Good Price'는 이후 들른 어느 기념품 가게에서도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래놓고 부르는 값이 손바닥만한 나무가면 하나에 50달러. 헉...

간신히 뿌리치고 동생과 우재를 찾으니
역시 그들도 삐끼의 마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필중이가 대표로(?) 그림 그려진 천(보자기?) 하나를 사고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는데
내 전담마크맨이던 녹색양복의 grinner는 참 지조없게도
내가 나가기도 전에 딴손님들 들어오니 거기로 또 샥- 붙더라.
고객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고객과 함께 뛰는 감동서비스(?)가 아쉬운 시점이었다. 흐흐...
(그래봤자 안 샀을 거지만~)

포장도로를 계속 달리며 몇개의 허름한 동네를 지나니
좀 번잡한 '마을' 같은 '마을'이 나오더라.

"여기가 케냐 - 탄자니아 국경이다."

조지의 말대로 눈 앞에는 총을 든 군인과 검문소가 보였다.
그 옆으로 펼쳐진 광경 - 염소 쫓는 상인, 아무데서나 소각되는 쓰레기, 허름한 사람들 -
이런 광경들이 '국경'의 삼엄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희극적 이미지를 보이고는 있었지만
이러한 '원초적인 이미지의 분주함'이야말로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번화한 곳인 '국경지대'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인 거라고
스스로의 생각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다.

검문소 바로 앞에서 방향을 틀어 좌회전 하니 조지가
"이제부터는 길이 험하다"라며 웃는다.

아니나다를까, 좌회전하자마자 아스팔트가 끊기고
아프리카의 붉은흙이 자갈을 드러낸채 사파리차를 맞는다.
나이로비에서 직선거리로 180km에 불과한 암보셀리가 4시간씩이나 걸리는 이유는
바로 이 '험한 도로' 때문이었다.

넓은 의미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제주도의 2배에 달하는 3,200㎢의 넓은 평원이 모두 보호구역이지만,
입장소가 있고 숙박시설과 사파리코스가 정식으로 갖춰진
'좁은 의미'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여기서도 수십km 더 들어간, 전체면적의 1/10에 불과한 일부 지역을 가리킨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경계'가
자유롭게 사는 동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먼지 풀풀 날리는 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렸어도
제대로 된 국립공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양 옆 초원에서 간간히 튀어나오는 얼룩말과 기린을 보면서
우리는 일찌감치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 차 안에 멍하니 있다가 느닷없이 발견한 기린!!

** 저만치서 우리를 보고 멀뚱멀뚱... 흥분한 건 도리어 우리였다.

**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암보셀리 공원. 가이드 없으면 여행이 힘들다.

** 우리가 암보셀리에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흐린 날이었다. 낮게 내려앉은 구름들.



그리고 그 초원 속에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사람들,
바로 마사이족.

케냐의 40여개 부족 중에서 절대다수는 서양문명에 일찍 동화되었다.
조지와 같은 키쿠유족(20% 가량)은 특히 정치, 경제분야의 상층부를 이루고 있다.
마사이족은 인구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유목생활을 하고 호전성을 유지하는 등 유일하게 자기 문화를 지키며 사는지라
케냐 관광의 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사이족 마을을 먼저 보고 가겠냐는 조지의 물음에
우리는 그러자고 했다.

첫날부터 마사이마을 방문 같은 큰 이벤트를 써버리면
나머지 일정이 심심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지만
동선(動線)상 암보셀리 국립공원 갈 때 가는 게 최선이라는 게 조지의 설명이다.
물론 1인당 입장료(?) 20달러씩은 선불로 내야한다.

얼마전 TV에서 마사이족의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을 봤다는 우재가
이것저것 얘기를 하며 분위기를 돋우었고
나와 동생은 정말 걔네가 아직도 사자를 잡으며 지낼지 궁금해했다.

마사이마을에 다다르자 열어놓은 차창 틈으로
벌써부터 파리떼가 몰려든다.

"마사이족은 집을 소똥으로 만든대"

우재의 설명에 나는 파리를 쫓아야할 또하나의 이유를 발견했다.

마사이마을 입구에서 내려 조지가 추장아들(이란다)과 얘기를 한다.
파리를 쫓느라 정신 없는 우리에게 추장아들이 와서
역시 이를 드러내며 반갑게 손을 내민다.
찜찜하긴 하지만 소똥 만지는 손이라기보다는 사자 잡는 손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꽈악- 쥐었다.

능숙한 영어로, 너희들을 환영하며,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도 좋단다.
(아프리카에서는 일반인의 사진을 찍는 게 좀 결례시 된다)
'도전 지구탐험대'를 찍는 심정으로 괜히 뿌듯(?)해져 있으려니
어느샌가 마을의 마사이족들이 나와서 일렬횡대로 환영의식을 해준다.
이건 뭐...관광객보다 더 잘 알아서 해주니 신선함이 없잖아...ㅡ_ㅡ;

** 관광객이 오자 기다렸다는 듯 자동적으로 나와 우가우가~

** 척박한 유목생활에서도 마사이여인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화려했다.

** Karibu! (카리부 = Welcome!)


** 굉장히 높이 뛰는 마사이족. 같이 따라서 뛰어주면 좋아한다고.

간단한 환영의식을 마치고 나뭇가지로 테두리를 친 담장(?)을 너머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 광장으로 보이는 한가운데에 나무가 한그루 서있고
그 아래에 키작은 의자들이 놓여있는데 추장아들이 앉으란다.

** 작은 마을 광장에 자리를 잡는 필중과 우재.

마사이족의 전통생활상을 영어로 설명해주는데
토플시험 리스닝파트 같이 들려서 건성으로 들었다.
워낙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다보니 그런 거겠지.

** 이 청년이 안내를 맡은 추장아들이다.

** 마사이 전통 치료법을 설명한다. 나무를 태워 향을 맡으면 병이 낫는다고.
** 나무가 담긴 그릇(?)은 버팔로(물소) 뿔을 말린 것이란다.

** 숙달된 조교의 시범으로 보는 마사이 전통 불지피기 방법.

집 안에도 들어가봤다.
나무로 얼기설기 뼈대를 짠 뒤에
시멘트 대용으로 소똥과 진흙을 짓이겨 발라 굳히는 거다.
남자가 사냥을 나간 사이, 여자들이 집을 짓는단다.
편견과는 달리 집에서 응가냄새는 안났고
오히려 견고하게 잘 굳는 것 같아 신기했다.

**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 추장아들과 얘기 나누는 우재.
** 편견을 떨치고 보면 오히려 제주도의 토담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 안에서도 추장아들이 이것저것 얘기를 해줬다.
자기 할아버지가 5천명의 부족을 이끄는 추장이라는데
필중과 우재는 도통 안 믿는 눈치였다. 흐흐.

마사이: "질문있냐?"
우리들: "...."
마사이: "좋아, 그럼 내가 너희들에게 질문을 하지."
우리들: "....ㅡ_ㅡ;;"

너희 나라의 기후는 어떠냐는 둥
마사이족이 관광객한테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어학연수를 온 기분이었다. ㅡ_ㅡ;;

** 내부에서 찍은 천장. 나무로 세운 뼈대가 보인다.

** 방 안에 깔린 것은 소가죽.


** 어쩐지 허무하게 느껴진 문명의 흔적들...

아무튼 재미있게 마사이마을을 구경하고 나오려는데
이번에는 'jewerly market'을 구경시켜주겠단다.
엥? 무슨 보석시장인가 싶었다.
보석시장 입구에서부터 하나씩 물건을 고르면
끝에 가서 그 모두를 하나로 '해주겠다'는 건데
보석시장도 뜬금없는 마당에 그 설명이 이해가 될 턱이 없었다.

** 마사이들이 기르는 아기염소. 나중에 이 염소의 피와 우유를 먹으며 산다고 한다.

마사이집을 나와 마을 뒤로 돌아가니 어헛...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마사이마을사람들이 마을 뒤에 2열 횡대로 통로를 만들고 앉아
각자가 보유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던 거다.
또 강매다....ㅡ_ㅡ;;

그래도 그때까지도 우리는 순진해서
그 상품들이 마사이족들 스스로 직접 만든 것을 파는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나중에 걔네들이 팔던 물건과 똑같은 물건을
다른 기념품 가게에서 발견했을 때 느꼈던 배신감은
필중과 우재가 나중에 쑥덕댄
"출퇴근 마사이론(論)"으로 압축할 수 있을 듯 하다.
(요컨대, 우리가 만난 마을의 마사이들은 너무 닳고 닳아서,
고유부족이 아닌, 관광객을 상대하기 위해 출퇴근하며 연기하는 사람들이라는 의심)

어쨌거나 이미 기념품 가게 하나를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가볍게 방문한 마사이마을에서 또다시 강매의 압박에 휘말리다니 황당했다.
대충 몇개 모아서 울며 겨자먹기 쇼핑(?)을 마무리 짓고 계산을 하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바가지 금액을 부른다.
깎고 깎아 절반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합의를 하긴 했는데
절반이 안되는 가격이라 하더라도 너무 터무니 없어 얼마인지는 말 못하겠다.

나랑 동생만 몇 개 사고, 우리의 검소맨 우재는 하나도 안 샀는데
우리 형제더러 완전 바가지 썼다고 깔깔대고 놀린다.
내 동생이야... 다른데서 못구하는 멧돼지 이빨, 사자발톱 같은 거 구했다고
나름대로 그만한 가치 있게 샀다고 위안 삼는 편이었지만
(케냐의 공식적인 기념품 가게에서는 그러한 동물 기념품을 구할 수 없다)
목각인형이나 나무그릇, 그것도 먼지 먹어서 색도 바랜 낡은 걸 산 나는
영락없는 '바가지 쓴 관광객'에 불과했다. 흑흑...

그래도 마사이마을을 떠나오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착잡함이었다.
사자를 잡으며 저 평원을 뛰어다녔다던 용맹한 마사이족의 모습이
내 눈 앞에서 무기력하게 웅크린채
다 낡아빠진 가짜 기념품을 팔며 관광객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쓰는
처연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 느껴진 혼란과 당혹스러움은
마을을 나설 때까지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저 마사이들은 출퇴근하는 애들일 거야'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마사이 생활의 진정성을 의심받으면서도 결국 그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선택 없는 선택'에 무거운 마음을 가져야 했다.

어쨌거나 그 마사이마을을 마지막으로
본격적으로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한참 또 비포장길을 덜컹거리며 가다가 뒷바퀴가 펑크가 나서
도중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갈아끼웠다.
참 재수가 없다, 케냐여행 고생이다 싶은데도
조지는 연신 사람좋게 웃으며 'No Problem~!'만 외친다.
이봐, 아저씨... 타이어 갈아 끼우다가 사자 나오면 어쩌려우... ㅡ_ㅡ

많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암보셀리 국립공원 매표소 겸 입장소에 도착했다.
오전에 많이 돌아다녔다 싶었지만 그때가 겨우 점심시간이었다.
롯지(lodge, 숙소)까지 가는 길에 가볍게 사파리(게임 드라이브라고 한다)를 하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 관계로 곧장 롯지로 갔다.

이 넓은 초원에 무슨 숙소가 있겠냐 싶었는데
웬걸, 나무가 우거지고 아주 잘 꾸며놓은 숙소가 유럽식으로 지어져있더라.
만 36시간만에 찾게 된 침대의 푸근함도 잠시,
곧장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게임 드라이브를 준비해야했다.

** 잘 꾸며진 롯지 내부 우리 숙소의 전경.


** 숙소에까지 바분(개코원숭이)들이 들어와 노닐고 있다.



롯지 식당에 들어가니 웨이트리스가 친절하게 맞아준다.
음료수를 뭘로 하겠냐길래 환타랑 콜라 같은 걸 좀 시켰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 추가비용을 내는 거더라. ^^
모든 롯지 식사에서, 음료수는 기본식사료에 포함이 안되므로 주의할 것!

아프리카에 왔지만 아프리카 음식 아닌 유럽식의 롯지식을 먹으며
몸에 기름이 들어가는구나...하는 걸 느꼈다.
이제 좀 휴식이구나, 싶은 마음에 긴장도 풀리고 잠도 왔지만
본격적인 사파리를 앞두고 잘 수야 없지 않은가. ^^

배를 퉁퉁 거리며 숙소로 돌아와 가볍게 샤워를 하고
숙소 주변의 잘 꾸며진 조경을 보는 것으로 피로를 달랬다.
그리고 드/디/어 게임드라이브를 하러 나갔다.

넓은 의미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앞서 말했듯이
케냐 - 탄자니아 접경지대에 있는 넓은 평원이다.
여기서는 맑은 날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보인다는데
우리가 있을 때는 아쉽게도 날씨가 너무 흐려 킬리만자로를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겨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평야는 생각 외로 황량했다.
뒤늦게 찾아본 자료에서 그 원인이 가뭄와 생태계 파괴 때문임을 알았다.

70년대, 공원을 조성하면서 케냐 정부는
현 국립공원 지역 안에서 자연과 함께 살던 마사이족을 밖으로 쫓아냈다.
마사이족은 이에 반발하며 공원 안의 사자들을 거의 모두 죽였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암보셀리에서는 사자를 거의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자가 없어지고 코끼리가 몰려들었지만
먹이사슬의 피라미드가 파괴된 생태계는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동물의 왕국'에서 흔히 보던 넓은 초원과 한가로운 동물떼의 모습은
이미 암보셀리 국립공원 안에서도 잊혀진 과거로 여겨지고 있는 듯 하다.

........

하지만 이런 쓸쓸한 이야기를 알지 못한 채 첫 게임 드라이브를 나간
그때의 우리들에게는
넓은(사실은 황량한) 평야에서 동물들을 발견하는 순간이
더없이 즐겁고 짜릿했다.

둘레를 치지 않은 땅덩어리에서 누(gnu)와 얼룩말이 풀을 뜯고 있고
그들과 나 사이에는 팔 하나의 거리만이 있을 뿐이다.

조용히 차를 멈추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본다.

고개를 우리쪽으로 돌려 쳐다봤다가 이내 무심하게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는
그 녀석들의 모습에서
'너희들을 보러 왔다'라고 호기롭게 차를 타고 나섰던 나의 마음가짐이
인간 본위의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저 너희들이 지금 서서 할 일을 하듯
나 역시도 이 땅에 잠시 발을 들여놓고 '함께 서있다 조용히 가겠다'라는
그러한 겸손한 자연의 자세가 아니면 안된다는 것을
나는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었다.



** 황량한 땅에 구멍을 파고 새끼들을 돌보는 하이에나 어미.





** 드넓은 공원이지만 간혹 세갈래 길 같은 데는 이런 이정표가 놓여있다.
** km 수를 자세히 보면 공원이 얼마나 넓은지 짐작이 갈 것 같다.


** 사파리차량은 이렇게 지붕을 열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 무슨 맥아더도 아니고... 흠...^^;

** 저멀리서 다가오는 코끼리떼의 장관!! 완전히 압도되어 버렸다!!

** 우리 앞에서 살짝 섹시한 바디라인을 공개하는 쇼맨쉽까지...^^

** 쿵쿵쿵... 조용히 우리 차 뒤로 사라지는 코끼리 가족...

** 나, 코끼리랑 한 방 찍었다...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2-3시간 가량 게임 드라이브를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오늘 점심 때 처음 롯지식을 먹으면서
멋도 모르고 음료수 시켰다가 추가비용을 지불한 게 있어
이번 저녁에는 알뜰하게 미네랄워터를 각자 하나씩 갖고 갔다.
식당의 푸짐하게 생긴 웨이트리스가 어서 오라며 반갑게 자리를 안내해주다가
우리가 생수병 들고 있는 걸 보고는 'Don't bring your water'란다.
남들 보지 않도록 조용히 치워달라고까지 한다. ㅡ.ㅡ;;
맥주에 바나나우유에 심지어 홍삼액까지 팔면서도
결코 생수는 팔지 않는 우리나라 철도 홍익회와 똑같다, 치...^^
결국 생수병 들고가 놓고 또 콜라랑 환타를 시켜먹었다.

'긴긴밤 뭐하면서 보내지?' 라고 고민하던 우리의 걱정은 기우였다.
밥 먹고 숙소로 돌아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찍 자리에 누웠고
(내일의 게임 드라이브는 아침일찍 시작한다는 핑계로...)
정말 오랜만에 편하고도 깊게 잠들었던 것 같다.

날이 흐려 별이 '쏟아질' 것처럼 많지는 않았지만
저녁을 먹고 돌아오면서 쳐다본 암보셀리의 하늘은
적어도 그 대지만큼 황량하진 않았다.
2005/08/14 11:48 2005/08/14 11:48
http://morehj.com/blog/trackback/447
qus  | 2005/09/02 00:21
마사이족과 찍은 사진 두 장...합성이네...-_-
  | 2005/09/02 09:44
히히...합성처럼 보이지? ^^ 실제로도 전구 갈아끼우듯 똑같은 자리에 나랑 우재랑 사람만 바꿔 들어가서 찍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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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상하이강낭콩밭  2008
    교육은 기나긴 소통이다
  1. 2011/11 (1)
  2. 2011/08 (3)
  3. 2011/07 (5)
  1. [웹] 텍스트큐브.
  2. [만화가] 굽시니스트.
  3. [만화가] 김진태.
  4. [만화가] 박성훈.
  5. [만화가] 이말년.
  6. [만화가] 최규석.
  7. [SIG] 관제탑.
  8. [SIG] 비행기 판금 도색부.
  9. [SIG] 현용 AFV 모델링 클럽.
  10. [모형인(일본)] Masamasa.
  11. [모형인] acme97.
  12. [모형인] Alice.
  13. [모형인] gmmk11.
  14. [모형인] Kampfgruppe144.
  15. [모형인] NEOakaJ.
  16. [모형인] OrangDuck.
  17. [모형인] PressKoo.
  18. [모형인] Sunz.
  19. [모형인] 가토.
  20. [모형인] 강성문.
  21. [모형인] 강승구.
  22. [모형인] 강영석.
  23. [모형인] 강인원.
  24. [모형인] 고휘욱.
  25. [모형인] 구기동.
  26. [모형인] 권정배.
  27. [모형인] 김경한.
  28. [모형인] 김남용.
  29. [모형인] 김도형.
  30. [모형인] 김동한.
  31. [모형인] 김만진.
  32. [모형인] 김상범.
  33. [모형인] 김성종.
  34. [모형인] 김성종 - Naver.
  35. [모형인] 김세랑.
  36. [모형인] 김유준.
  37. [모형인] 김은갑.
  38. [모형인] 김익선.
  39. [모형인] 김재호.
  40. [모형인] 김정규.
  41. [모형인] 김정철.
  42. [모형인] 김정훈.
  43. [모형인] 김준석.
  44. [모형인] 김진철.
  45. [모형인] 김철종.
  46. [모형인] 김현.
  47. [모형인] 김현철.
  48. [모형인] 김형민.
  49. [모형인] 김형준.
  50. [모형인] 노양수.
  51. [모형인] 라이플맨.
  52. [모형인] 랩터.
  53. [모형인] 로키.
  54. [모형인] 룡룡이.
  55. [모형인] 류광수.
  56. [모형인] 류승용.
  57. [모형인] 모니파.
  58. [모형인] 모종훈.
  59. [모형인] 무명병사.
  60. [모형인] 문정범.
  61. [모형인] 민재호.
  62. [모형인] 바른소리.
  63. [모형인] 박건령.
  64. [모형인] 박규동.
  65. [모형인] 박대호.
  66. [모형인] 박상병.
  67. [모형인] 박상욱.
  68. [모형인] 박성호.
  69. [모형인] 박수원.
  70. [모형인] 박연상.
  71. [모형인] 박용진.
  72. [모형인] 박종봉.
  73. [모형인] 박지훈.
  74. [모형인] 백승동.
  75. [모형인] 변지선.
  76. [모형인] 북서풍.
  77. [모형인] 새물결.
  78. [모형인] 서순교.
  79. [모형인] 서정범.
  80. [모형인] 서준천.
  81. [모형인] 손우석.
  82. [모형인] 수연아빠.
  83. [모형인] 스끼리네.
  84. [모형인] 신광철 - Egloos.
  85. [모형인] 신광철 - Naver.
  86. [모형인] 신동훈.
  87. [모형인] 신화동.
  88. [모형인] 아무로.
  89. [모형인] 안준홍.
  90. [모형인] 안치성.
  91. [모형인] 알폰스.
  92. [모형인] 양대천.
  93. [모형인] 양동일.
  94. [모형인] 양성필 - Egloos.
  95. [모형인] 양성필 - Naver.
  96. [모형인] 양태준.
  97. [모형인] 오준호.
  98. [모형인] 왕조사.
  99. [모형인] 우보형.
  100. [모형인] 유철호.
  101. [모형인] 유철호 - Naver.
  102. [모형인] 윤영중.
  103. [모형인] 이경재.
  104. [모형인] 이경준.
  105. [모형인] 이기태.
  106. [모형인] 이대관.
  107. [모형인] 이상민.
  108. [모형인] 이석주.
  109. [모형인] 이성재.
  110. [모형인] 이영신.
  111. [모형인] 이인재.
  112. [모형인] 이주환.
  113. [모형인] 이중원.
  114. [모형인] 임지훈.
  115. [모형인] 작은잎.
  116. [모형인] 장민성.
  117. [모형인] 장홍환.
  118. [모형인] 정기영.
  119. [모형인] 정동근 - Daum.
  120. [모형인] 정동근 - Naver.
  121. [모형인] 정동현.
  122. [모형인] 정상헌.
  123. [모형인] 정세권.
  124. [모형인] 정영철.
  125. [모형인] 정원석.
  126. [모형인] 정의환.
  127. [모형인] 조각모음.
  128. [모형인] 조상규.
  129. [모형인] 조현진 - Egloos.
  130. [모형인] 조현진 - Naver.
  131. [모형인] 지노.
  132. [모형인] 지종현.
  133. [모형인] 최경환.
  134. [모형인] 최남규.
  135. [모형인] 최영일.
  136. [모형인] 최일구.
  137. [모형인] 최재원.
  138. [모형인] 최혁진.
  139. [모형인] 콜린.
  140. [모형인] 트로이.
  141. [모형인] 팻보이.
  142. [모형인] 하성규.
  143. [모형인] 행복팩토리.
  144. [모형인] 허홍봉.
  145. [모형인] 현익환.
  146. [모형인] 황성일.
  147. [모형인] 황은익.
  148. [웹] AeroScale.
  149. [웹] AK커뮤니케이션즈.
  150. [웹] ARC.
  151. [웹] HyperScale.
  152. [웹] Internet Modeler.
  153. [웹] MMZone.
  154. [웹] Platinum Wings.
  155. [블로거] bakky.
  156. [블로거] lezhin.
  157. [블로거] May.
  158. [블로거] Samuel S.
  159. [블로거] 고재열.
  160. [블로거] 날라리 무도인.
  161. [블로거] 미디어몽구.
  162. [블로거] 박노자.
  163. [블로거] 박형준.
  164. [블로거] 세계의 말과 글.
  165. [블로거] 양재호.
  166. [블로거] 오연호.
  167. [블로거] 우석훈 - Textcube.
  168. [블로거] 우석훈 -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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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2. [블로거] 전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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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 [블로거] 페니웨이.
  180. [웹] 香港電影.
  181. [웹] 香港電影工作室.
  182. [웹] 익스트림무비.
  183. [Blog] Buy the Gun - Egl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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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 [블로거] 보리나무.
  189. [웹] 사라미스의 통제구역.
  190. [총] JollyRo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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