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새로운 경험들 2005/08/12 11:47
아프리카에 가기로 한 건 순전히 '기분' 때문이었다.
올초 설날 연휴 때 우리집에 친척들 모두 모여있을 때
여행 좋아하시는 우리 작은고모부와 이야기를 하다가
'현중아, 필중아, 올해는 네팔 가볼까?' 하고 물으시길래
그냥 별 생각없이 '올해는 아프리카나 한번 가보려구요' 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내가 말해놓고도 참 뜬금없이 웬 아프리카냐 싶었는데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그때 이후로 정말 '아프리카'라는 땅이 점점 마음 속에 또렷해져갔던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해서 이곳저곳 해외를 돌아다니기 좋아하던 동생마저도
"형, 진짜 아프리카 갈 거야?" 라고 의심스레 몇번씩 되물었던 것처럼
아프리카라는 땅이 그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일단 뱉어놓은 말이 스스로 커지고 자라 점차 또렷한 이미지가 될수록
'정말 어떻게 되든 이곳만큼은 젊었을 때 꼭 가보고 싶다'라는 나의 욕심과 의지 또한
확고한 것이 되어갔던 거다.
5월쯤엔가, 결국 마음을 정하고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둘이서 1천만원 가량 들거라던 고모부와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1인당 3백만원선에서 '선방'할 수 있는 아프리카 상품을 몇 개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같은 땅을 가면 한달 정도는 있다가 와야하지 않냐며
영원한 자유인의 기질을 가진 동생이 투덜대긴 했지만
여름휴가를 최대한 길게 써도 열흘을 채우기 힘든 나에게
그중에서도 3백만원대의 8박 9일 케냐 상품은 썩 매력적이었다.
아프리카...하면 많이들 가는 남아공의 경우는
유럽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아 원체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자연과 동물을 느끼기에는
케냐 한 곳만을 짧게 갔다오는 것이 더 좋아보였다.
"그래, 이왕 갈 거 빡세게 가는 거야!"
형제 둘이서만 가려던 여행의 머릿수를 늘리려 하다보니
회사 동기인 변우재가 합류하게 되었다.
회사일이 많다고 확정일 직전까지도 머뭇거려 사람 애를 태우게 했지만
일단 머릿수가 늘어나니 오히려 여행사와의 접촉이 쉬워졌다.
4인부터 해당되는 소그룹규정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단체할인 등 해당 안됨)
2명보다는 3명이 더 일처리하는 데 쉬웠던 것 같다.
출발이 확정되고 한달 전부터 내 생활은 온통 '아프리카'였다.
토토의 '아프리카'를 듣고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흰 가면'을 읽으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야성의 엘자'를 봤다.
심지어는 '아프리카를 주목하라'라는 커버스토리 때문에
평소 보지도 않던 뉴스위크를 지하철 가판대에서 사서 열심히 읽기도 했고.
하지만 케냐(아프리카) 여행은 그 먼 거리만큼이나
출발 전날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는 8월 6일 토요일에 출발하여 그 주를 모두 채우고
광복절(월요일) 연휴에 한국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영원한 성실맨 변우재가 8월 7일에 있을 회사연수 시험을
반드시 보고 가야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불성실맨인 나는 케냐 갔다와서 21일에 10% 감점받고 추가시험 보려고 했음)
8월 13일~21일의 일정으로 추진하게 되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정도 문제는 여행계획 짜는 낭만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정을 정확히 한달 남겨두고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2주간 병원에 입원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고
설상가상으로 아시아나, 푸켓, 남아공항공 등의 파업, 노선폐쇄로
인천-방콕간 항공편을 예약하지 못하고 대기한 채
출발 며칠전까지 애를 태워야하는 일까지 생겼다.
결국 인천-방콕편은 팔자에도 없던 비즈니스석을 타야했고
그로 인한 요금인상은 아직 사회초년생인 우리 셋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아프리카는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은 날부터
의사가 하지 말라던 세가지(운동, 음주, 목욕)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아주 꼼꼼하고 성실하게 다 해버린 우리의 변우재가
출발 전날까지 심한 몸살을 앓아 내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 게
아프리카 가기 전, 우리가 겪었던 최후의 시련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프리카라는 대륙의 터프함만큼이나 힘든 시련들을 이겨내고
나는 8월 12일 금요일 오후 기차를 타고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고속열차 기차표에 찍힌 '서울'이라는 목적지 이름을 보고
'나이로비, 케냐'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던 것처럼,
나는 이미 금요일 오후부터 케냐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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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시작이로군......무지 많은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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