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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ADMINISTRATOR
 
 
 
 
환자의 성명: 윤현중
성별: 남
생년월일: 1977년 09월 19일
연령: 만 27세

병명 (임상적 추정)
1. 좌측 슬부 슬내장, 찰과상 및 관절면 타박상
2. 경, 요부 염좌

수상일: 2005년 7월 12일
초진일: 2005년 7월 12일

향후 치료의견:
상기 병명으로 내원한 환자로
합병증 및 미발견증이 없는 한 수상일로부터
약 04(사)주간의 가료 후 재평가 요함.

.................

지난 7월 12일 화요일
수출유망중소기업 재무평가를 다시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하루를 끙끙거리며 보냈다가
한재하가 메신저로 '배트맨 비긴즈'가 재미있다고 바람넣는 바람에
혹해서 18시 20분 걸로 배트맨을 예매했지.

그래도 저녁은 먹고가야겠어서
양해를 얻어 10분 일찍 퇴근하고 곧장 김밥천국 가서
시간 없으니까 빨리빨리 콩국수 하나 달라고 했지.

솔직히 쫄면도 먹고 싶어서 엄청 갈등하다가 콩국수 시킨 건데
쫄면은 먹고 나면 매워서 괴롭자너.
근데 콩국수 시키고 나서 벽을 보니
'쫄면 세트'가 있네.

쫄면에 김밥 한줄이던가? 그거 해서 4천원.
야, 저거 먹으면 콩국수보다 낫겠다 싶어
콩국수말고 쫄면세트로 바꿔도 돼요? 했더니
아줌마가 콩국수 이미 (물에) 들어갔다고,
빨리빨리 달라던 사람이 꼭 시간 오래 걸리는 것만 시킨다고 핀잔 주더라.

영화시작까지는 20분밖에 안 남아서
후다닥 콩국수를 먹었는데
아, 내가 또 워낙에 콩국수를 좋아해야 말이지...
면발 다 먹은 게 아쉬워 숟가락으로 국물 속에 잠긴 면발가닥을 떠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들어온 아가씨 둘이 날 쳐다보는 게 느껴져.

'어머, 우리도 콩국수 먹을까?'
'되게 맛있나봐...'

지들 딴에는 그게 안 들릴 거라고 생각했나 ㅡ_ㅡ
그 소리 듣고 쪽팔려서 숟가락 냅다 내려놓고
후다닥 돈 주고 김밥천국 나와서 다시 자전거를 탔지.

영화시작할 시간이 10분 남았는데
용지호수에서 롯데시네마까지 직선거리는 짧은데
위치가 지랄맞아서 횡단보도를 2~3개 건너야 했지.

하는 수 없다.
서울이나 울산처럼 창원시청 앞에도 잔디 원형광장이 있는데
그걸 가로질러 가면 시간을 좀 단축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원형광장으로 들어가는 횡단보도를 탔지.

원래 그 원형광장쪽 횡단보도들이 신호등도 없고 되게 위험해.
근데 그날은 미쳤었나봐.
배트맨 18:20분꺼 보겠다고 그 원형광장 횡단보도를 탔으니까.

횡단보도에 들어섰는데
3차선으로 오던 카니발은 그래도 내가 지나가니 C8 C8거리면서도
속도 줄이고 날 보내주더군.
근데 저 멀리 1차선으로 오는 라세티는 속도 줄일 기미를 안 보이네.
그래도 내가 앞에 가면 자기도 속도 줄이고 나 보내주겠지 하고
그냥 페달을 밟았지.

결국 원형광장 초입까지 횡단보도를 다 건넜는데
그놈의 라세티가 속도를 안 줄이고 계속 돌진하네.
'저 자식 미쳤나' 생각이 드는 순간 콰쾅... 소리가 나더니 내 몸이 휘청...

.........

라세티는 다행히 내 자전거 뒷바퀴를 들이박았고
나는 그 충격으로 튀어나와 무릎부터 땅에 떨어졌지.
왼쪽 무릎 아래 다리가 밖으로 접히면서 땅에 떨어져서
다리를 도로 안으로 오므리는데 다리에 힘이 없더라.

이대로 왼쪽 다리 절반이 덜렁거린채 떨어져나가는 건가
뭐 이런 지랄 맞은 생각이 들면서
저 뒤에서 라세티가 서는 소리가 들리고 운전자가 뛰어오는 게 들리는데
웃긴 건 그 순간에도 18:20이 2분 남았으니
어서빨리 롯데시네마 가면 배트맨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 거였어.

7월부터 KTF 할인 안되는데 그냥 임의로 1천원 깎아준다고
그래서 6천원으로 할인받아 예매한 건데
그걸 놓치다니! 뭐 이런 억울한 생각이 들었나봐.
자기 다리 부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하고... ㅡ_ㅡ;;;

운전자는 머리를 쭈빗쭈빗 무스로 세운 대학생이고
친구 3명도 같이 탔더라.
어느 병원으로 가야하는지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누가 신고를 했는지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건지 앰뷸런스가 오더라.

앰뷸런스 운전자가 내려서 '여기 아파요? 여기는요?' 하면서
무릎 여기저기를 만져보는데 다행히 뼈를 다치진 않은 거 같대.
그래놓고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 응급실 가서 입원수속 하고 그랬지.
엑스레이 결과로도 뼈에 이상은 없다더라.

어쨌거나 수출유망중소기업부터 김밥천국, 배트맨, 교통사고까지
참 지랄맞은 화요일이었다.

...............

다음날 서울에서 부모님 내려오시고
중소기업청 사람들, 우리회사 경남지사 사람들 다 오고
가해자 가족도 이틀째 방문하고 뭐 그러고 MRI를 찍어봤는데
무릎뼈가 놀라서 물이 차고 부었대나봐.
한 4주 입원하라더라.

당장 그 주 주말까지 수출유망중소기업 선정 다 해야했고
7월말에 인사이동 있을지도 모르는데다
8월 13일에는 변우재랑 아프리카 가야하는데
한달동안 병가를 낸다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2주 입원하고 2주 통원치료를 받든 어쩌든지 간에
일단 입원하기로는 했지.

다행히 부모님이 오셔서 창원집에서 책도 가져오고 해서
우울할 것 같던 첫 주는 그럭저럭 잘 보냈지.

지금은 상태가 좀 좋아져서 잠깐 창원집에 외출나왔어.
목발 짚고 무릎 보조기 끼고 말이지.
사실 처음 며칠은 무릎이 외견상 괜찮다가
지난 주말에 무릎에 시퍼런 보라색 피멍이 든 걸 발견했는데
속으로 욱씬거리는 건 많이 사그라들었으니 그게 상태 좋아지는 거지 뭐.
의사선생님도 원래 교통사고는 1~2주 있어야 증상이 드러난대.
그리고 지금처럼 피멍 올라오는 게 정상이라더라.

어쨌거나 병원에도 샤워실이 없는 건 아니고 실제로 2-3번 샤워도 했지만
역시 집에서 샤워하는 게 제일 좋더라.
시간쫓김 없이 샤워도 좀 제대로 하고 갈아입을 옷도 챙겨가려고
잠깐 외출증 끊고 나온 거지 뭐.

보험금 타서 좋겠다는 놈들(?)도 있고
(특히 이모씨 아들 X동원翁)
더운데 에어콘 나오는 병실에서 편안히 누워있어 부럽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 차들 쌩쌩 다니는 도로에서 별 문제 없이
'찰과상, 타박상 및 염좌' 정도로 끝난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ㅡ 가끔 이럴 때면 정말 간사하게도
다시 성당 잘 나가야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니까. ㅋㅋ ㅡ

이번주부터는 물리치료도 받으라고 해서 오늘 처음 받았는데
물리치료 받으니 한결 더 낫더라.
후딱 나아서 다시 매일 1시간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아참, 자전거는 뒷바퀴가 휴지처럼 구겨져서 새로 교체받기로 했어)
건강한 두 다리의 소중함을 마음껏 즐기고 싶어.

병실 케이블TV에서 강원래가 휠체어 타고 다시 클론으로 돌아온 걸 보니까
종횡사해의 주윤발이 추던 휠체어 춤이 생각났다가
나 역시 별반 다를게 없구나 싶어 큭큭대기도 했지.

빨리 후딱 나아서
빨리 운동하고 싶어.

ㅡ 집 체중계로 오랜만에 몸무게 재니까 또 2kg 쪘더라, 흑흑... 어떻게 뺀 살인데...

* 보험관계로 알아보니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간 나 역시 과실이 있어
보험금이 20% 가량 감액되어 나온다고 하더라.
아깝다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만약 내가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밀고 가다가 차에 치었다면 그건 더 상상하기 싫지.
몇 %가 감액되건간에 자전거를 타고간 덕분에 내가 이정도 다치고 말았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 사실 그날 왼쪽 엄지손가락에 상처가 덧나서
(상처난 채로 주말에 술 먹었다 덧났스...)
점심시간 이용해서 이미 한번 외과에 갔다온 상태였거든.
점심 때 간 외과에서는 상처 한번 쓱- 보더니
소독해주고 빨간약 발라주고 4,500원이나 받아먹길래
무슨 소독 조금 해주는 게 5천원 돈이냐며 툴툴 대며 회사로 돌아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날 오후에 대형사고쳐서 4주간 외과신세 져야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거지.
2005/07/20 00:12 2005/07/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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