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머리의 고민들 2005/07/01 10:30
세줄요약
1. 신혼초, 아내와 강보아기를 데리고 극장에 갔다.
2. 중간에 아기가 울고 난리를 쳐서 혼자 아기를 데리고 나왔는데 대기실에서 아기가 응가까지 하는 바람에 욕 봤다.
3. 굳이 영화 끝까지 보라고 영화관 안에 있게 했던 아내는 영화가 끝난 뒤 내내 영화얘기만 했다.
그냥...이런저런 생각이 든 건 2번인데...
영화관(상영관) 안에 아기를 데려간 건 분명히 글쓴이의 잘못이지만,
대기실과 화장실에서 아기 응가를 처리하면서 오히려 당당했던 글쓴이의 모습에
손가락질 하고 그랬던 주위사람들의 모습은
나의 모습과 별로 다를 게 없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영화를 보러갔는데
영화관 화장실에서 아기 기저귀를 갈고 응가냄새 풍기고 하는 애아빠를 봤으면
무슨 갓난아기를 영화관에 데려오느냐며 손가락질 하고 비난하고 그랬을 거 같다.
..............
이건 마치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은 중대한 죄악...이라고 생각하다가
독일의 공항에서는 흡연자를 위해 환기시설이 잘 돼있다...라는
딴지일보의 기사를 읽고 뒤통수 맞은 듯 큰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과 흡사하다.
혐연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흡연자의 욕구를 철저히 거세시키는 '절대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정당한 사회권의 주장을 넘어 '폭력'에 가까워진다.
위의 사례에서
'영화관에 애새끼(ㅡ_ㅡ)를 왜 데려오느냐!'라고 쉽게 흥분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대기실에 유아용 휴게실을 만든다거나 하여
제도적, 시스템적으로 양측의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잘 조율된 해결방안 아닐까...?
영화관이 아기 데리고 와서 즐기는 놀이동산은 분명히 아니지만,
미혼연인만이 와야하는 전용 데이트코스만도 아니니까.
..................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까
입버릇처럼 '나는 애 안 가질 거야'라고 말하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직선적이고 단순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영화 '세븐'에 나온 장면.
서머셋 형사(모건 프리먼)가
새 도시로 전출 와 파트너가 된 밀즈(브래드 피트)의 부인 트레이시(기네스 팰트로)을 만난다.
트레이시가 새 도시에 와서 적응을 못하고
'아이를 가지면 좀 괜찮아질까요'라고 서머셋에게 조언을 구하자
서머셋은 '이 세상은 아기를 키우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라며 부정적으로 답한다.
아이를 키우기에 왜 이 사회가 위험한지
조목조목, 그러나 차분히 얘기하는 서머셋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그렇다....라고 내 의식을 확고히 굳혔던 것 같다.
물론 그런 DINK적인 생각 속에는
아기를 위해 내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편리하고 계산적인 마음이 조금은 깔려있었음도 부정하진 않겠다.
............
하지만 오늘,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육아는 사회적인 문제'라는 주장이
갑자기 확-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교육비가 많이 들어 힘들다,
보육문제도 걱정이다,
범죄도 무섭다, 등등의 문제제기들을
'뭘 그러냐, 그냥 애 안낳으면 되지.' 라고 너무나도 쉽사리 일소에 부쳐버렸던
나의 오만함과 생각짧음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바라는 자녀수는
2.2명인가 그렇다고 한다.
실제 출산율은 1.5 이하인가...그렇게 떨어졌지만
이러한 출산율의 저하란
'아이 낳기 싫다!'라는 자발적 요인이 아닌,
경제문제, 양육문제 등 외부적 장애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산하는 것이라는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내 일, 내 생활이 중요해!'라고 외치는 사람들,
언뜻 보면 프로페셔널하고 멋있어보일지 몰라도
오늘 이후로는
어딘가 허전해보이고
어딘가 쓸쓸해보이고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줄 줄은 모를 것 같아,
그리고 결코 손해보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편안하게 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어쨌거나...오늘의 결론은
'나도 아이를 가져야겠다'다. 움화화화 ㅡ_ㅡ
(부모님세대였으면 별 고민없었을 문제를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서 결정하는 걸 보면
나도 병은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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