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생활의 발견 2005/02/19 00:54
창원 내려와서
아직 일도 거의 없고
6시 칼퇴근에다가
집과의 거리마저 가까워 출퇴근시간까지 20분 이내로 단축됐다.
집에 가서는
그냥 저녁밥을 해먹고
인터넷을 조금 하다가 잔다.
'활자'라는 게 좀 그리울법도 한데
미안하게도 요즘은
인터넷에서 '총'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있어 부끄럽다.
며칠전에는 일제 가스건을 2정 사서
금전적 출혈이 적지 않았는데
예전에 모형 시작할 때처럼
또 사고 싶은 거 마악~~~ 적은 뒤
구매계획을 짜고 지우고... 하느라
혼자서도 참 재미나게 놀았다.
......
가끔은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신들린 듯 미쳐있는 내가 무서울 때도 있다.
미친듯이 새벽 라디오를 듣고
미친듯이 음악CD를 모으고
미친듯이 비행기를 만들고
미친듯이 모형총을 살 계획을 짜고...
쉽게 식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마음에 끌렸던 것은 정말 미친듯 하곤 했는데
그 관심의 range가 좀 편협했던 점은 아쉽군.
어쨌거나 한자루에 몇십만원씩 하는 마루이 전동건을
몇개씩 질러버리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느라 힘들었다...^^;
지방근무하면서 올해 5천 못 모으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취미생활 빼면 의외로 돈 쓸일이 없어
오히려 5천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 흐흐.
성적 즐거움이 없어 축재의 즐거움으로 살았던 옛날 환관들의 삶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열심히 목표를 향해 가자.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놈으로부터 해.방.되.자.
2.
출퇴근은 자전거로 하는데
이번주에는 내내 비가 와서
월/금 두번밖에 못 탔다.
비올 때는 귀찮아서 택시를 탔는데
회사까지 기본요금 1,500원밖에 안하기 때문에 자전거보다 유혹을 많이 느낀다.
서울에서 쓰던 자전거를 가져오진 못하고
여기 와서 돈 9만원 주고 새로 하나 더 샀는데
서울에서는 공기도 더럽고 도로사정도 짜증나더니
(끽해야 대공원이나 한강변 가야 좋았지만...)
여긴 다르다.
음악 들으면서 직선으로 곧게 뻗은 깨끗한 이 도시를 자전거로 달리노라면
비가 개어 차가운 대기의 공기를 볼에 맞아가며 페달을 밟는 느낌이
촉촉함의 감상과 뜨거움의 에너지를 가져다주어 좋다.
3.
목요일에는 파견회사 말고 지사 회식을 했는데
전반적으로 점잖게 끝났지만
그 와중에도 좀 대응하기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더라.
술 들어가면 평소의 억압된 감정이 흐트러진채로 분출되는 사람,
술 들어가면 더욱 '힘'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
친구는 나에게
'술을 먹어도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네(나)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건 당연하다'고 꼬집었지만
술을 마셔도 나를 더욱 다잡으려 긴장을 놓지 않는 내 모습이
술의 힘을 빌어 평소의 소심함이나 열등감을 왜곡되게 분출하고
술자리에서도 '힘'을 발휘하려는 모습들보다는
훨씬 남에게 피해 안 주는 거 아닌가?
술이 사람과 사람을 친밀하게 해줄 순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친밀하게 하는 방법이 반드시 '술'을 통해야 한다는
역의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어제 회식이 별로 안 좋았던 이유는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져서 -_-
비싼 양복바지 무릎이 쭈악- 구멍이 나버렸다는 데도 원인이 있지...
새벽 1시, 3차 끝나고 나오는 길에 그랬으니 업무상 재해도 아닐테고.
내 이쁜 은색휴대폰도 보도블럭에 한번 갈아줬는데
이제 얘도 케이스 한번 갈아줄 때가 된 걸까....?
4.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외로움'이란 것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일주일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그럭저럭 재미나게
별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며 살았는데
이게 오히려 슬프게 느껴진다.
아, 이제(아니면 원래부터?) 나는
외로움 같은 것도 안 느끼도록
내면의 城을 잘 쌓아왔구나....하는 아쉬움 같은 거.
결국 지금 내게는
'심심함'이 문제될지언정
'외로움'이란 건 그다지 와닿는 문제가 아닌 거 같다.
한국사람들은('우리나라사람'도 아니고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는 거 봐라)
자신이 남들의 평균적인 행동양식에서 어긋나게 행동하는 걸 깨닫게 되면
억지로라도 그 '평균'에 끼고 싶어한다는데
나는 점점 그 마음이 옅어지는 것 같다.
오히려 괜히 남들과 똑같이 사고하고 싶지 않아
신문도 보지 않고, 뉴스도 보지 않고
오로지 팩트들만을 받아들이고 내 가치관의 필터로 세상을 보려 하는 것이
마치 어떤 영양도, 어떤 미네랄도 없는 순수한 증류수만을 마시려는 것 같아
스스로도 스스로를 고립시켜가는게 아닌가
조금 걱정도 되긴 하는데
나와는 분명히 다른, '평균적인 한국인의 행동범주' 속에 속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막상 보게 되면,
그리 주체적이라거나 자주적인 것 같아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들과 동화되지 못하여 불안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들과 동화되는 것이 내 자신에 대해 '쪽팔린' 거 같은
그런 느낌이라는 거지.
어쨌거나 현재까지 '외로움'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재의 이 '환경의 조용함'과 '남들에 의해 건드려지지 않음'이 주는 차분함을
기꺼이 누리고 싶을 따름이다.
5.
아, 엄마 우리집 근처의 실업고등학교로 발령 받으셨단다.
퇴직할 때 얼마 안 남았는데
괜히 고등학교로 옮겨서 교안 다시 만들고 힘드신거 아닌가.
그리고 실업고 애들 드센데.
내 총이나 몇자루 빌려드릴까...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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