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마음의 흔적들 2004/11/11 15:43
물론 이러한 사실이
그리 낯설거나 전혀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오늘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비오는 날에 센치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 내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하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낯선 색다름' 정도로 가볍게, 찰나적으로 느끼겠지만
나 같은 사람이라면
'그래, 결국 내 본모습이란 건 이런 것인 걸' 하며
의도적으로 꾸며진 대외용 자아와 본질적 자아의
두 가지 모습이 있음을 재확인하며
그 간극을 다독이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피할 수 없는
외부와의 관계맺음을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대외용의 활달한 자아에서 잠시 한발짝 떨어져
자아의 本態라는 것은 아무래도
차분하고도 내부지향적인 城안의 세계 안에 있는 것이라는,
결국 나 자신은 어쩔 수없이 두 가지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라는,
나누어진 두 자아 사이의 거친 界面이 가져다주는 복잡함과 感傷을
빗줄기가 실어오는 그 말간 흙내음에서
차분히 쓰다듬어 보듬고 다독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오는 날은 나 같은 사람에게
치유와 통합, 그리고 회복의 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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