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마음의 흔적들 2004/06/28 16:27
회사에서도 일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사생활에서도 여전히 허우적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게
요즘 생활의 낙이 있다면 '취미생활'이지 싶다.
일주일 중 주말 이틀을 보내기엔
너무 취미생활을 벌리는게 아닌지,
이렇게 벌려놓고 수습 못하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16년간의 제도권 교육을 지내면서
그 모든 것을 취직 이후로 미뤄왔던 내게
취직 이후 누리는 모든 자유와 여가는
대학 때의 그것들과는 다른 '진정성'과 '진지함'을 내포하는 것 같다.
대학 때의 자유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불완전한' 자유,
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 언제든지 철회가능한
'비확정적인' 자유였다면
지금 내게 주어진 자유는
적어도 정년 때까지는 신분에 아무런 변화 없는
안정된 자유, 예측가능한 자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이 '성취감 없음'의 무력함이
이러한 '높은 안정성'의 반대급부라면 할말 없다)
어쨌거나 이제는 스스로의 경제력까지 덧붙여졌으니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
...........
평생취미로 삼으려는 모형과
운동 삼아 시작한 자전거 외에도
어제부터는 또다시 '피아노' 바람이 불었다.
아무래도 간밤에 꾼 꿈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그 꿈이 내 가슴에 이렇게 큰 불을 지를 줄이야...
(로또꿈 이후로 이렇게 반향이 큰 꿈은 처음...ㅡ_ㅡ)
어릴 때의 피아노 배우기가
아무리 나의 非才함을 드러내주는
그 또래 아이들이 모두 배우는 의례적 과욋교습에 불과했다 하더라도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도
제일 끌리던 악기가 피아노였다는 것은
결국 이렇게 내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을
예비하고 있던 일이 아니었을지.
MK의 말마따나
피아노라는 악기는 그 천의 표정과 천의 색깔로써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현혹시키는 마력을 갖고 있지만
그 도도함 때문에 도리어
중주나 협주 같은 곳에서는 융화되지 못하는
그러한 악기이다.
우스개소리로 하자면 '독고다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공작새와도 같은 화려함에서
설원의 늑대와 같은 고독함까지
그 자신 스스로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그 자신 스스로 모든 표현을 구사할 수 있다는
그 완벽한 완결성이야말로
항상 '진정한 미래의 자유'를 '불완전한 현재의 자유' 이후로 미뤄왔던
내 자신이 바래왔던 것이 아닌가.
모형, 자전거, 피아노
모두 '상대방' 없이
나 혼자만의 노력과 투쟁으로 결과물을 얻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들인 걸 보면
내가 진정으로 서투른 것은
'여자 앞에서의 행동'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라는
보다 큰 것이 아닌가 싶다.
http://morehj.com/blog/trackback/321
음악에 대한 기호는 돌고 도는 법. 다시 다른 악기와 다른 쟝르를 좋아하게 될 것이야. 그리고 다시 피아노를 찾는다...
피아노 구입은 아무래도 새집으로 이사간 뒤에나 가능할 거 같다. 집에 있는 싸구려 키보드로 만족해야지... 어제 아쉬운대로 새벽까지 키보드치면서 놀았다.
흠...자네의 키보드라면 한/영 겸용 108key의 삼성자판을 말하는 것 아닌가.
너 탄핵한다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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