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구독하기:SUBSCRIBE TO RSS FEED
즐겨찾기추가:ADD FAVORITE
글쓰기:POST
관리자:ADMINISTRATOR
 
 
 
 
나는 아직도
8년전 아버지가
나의 합격통지서를 받고 집에 들어오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기어이 대학에(그것도 세칭 명문대에)
내 아들을 보낸
지난 세월이 너무도 감회깊어 흘리신 눈물이었으리라.

그렇게 기쁨에 들떠 시작한 8년간의 대학생활이
이제 몇시간 후면
영원히 내 이력서상의
'대학교 졸업'이라는 단 한줄의 서술로만 남게 된다.

이미 나는
회사라는 '사회'에서
3개월째 수련 중이므로
작년 10월 이후로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대학생활을 완결하는 의미로서의 졸업식이란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순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내 인생의 길 위에서
대나무 같은 또하나의 굵은 마디가 새겨지고 있음을,
그 '마디'를 새기는 엄숙한 의식으로서
내가 보낸 지난 8년을
어떻게건 이곳에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작은 의무감마저 느끼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나의 대학생활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의미에서
'치열한 삶'이었다고 고백하기는 어렵다.

'주어진' 시간과
'주어진' 돈과
'주어진' 젊음을
수동적으로 소비해오는 데 그쳤음을
부끄러워하고자 한다.

지난 8년은
이 한국사회가
그동안의 가치관을 잃고
새로운 세계로부터의 새로운 도전에
힘겹게 응전해온 격변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한 격변의 흐름이
보잘것없는 개인으로서의 당대 대학생들에게
어떠한 포지셔닝을 요구했는지
그러한 요구에 그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많은 매체들이 기록하고 있는 바는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생존을 위한 고시열풍과
자본에 점령당한 대학문화,
더이상 담론을 생산해내지도, 소화해내지도 못하는
거대한 사회'입시'기관으로서 휘청거리는
안쓰러운 모습으로 대학이 변해가던 그 시절
내가 그 안에 있었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우유부단함과 갈등을
곧잘 그러한 외부세계의 탓으로 돌리곤 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우유부단함의 시절에 비해
내 자신이 누렸던, 그리고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상황은
다른 이들, 치열하게 살아온 다른 이들에 비해
다소 과분한 것이 아닌가, 과분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100%는 아니겠지만
그 과분한 결과의 기저에는
'연세'라는 이름이 가진,
무의식 속에 사회적으로 합의된 校名의 가치가
'나'라는 개인의 평가마저 규정짓고 있음을 보았다.

너무나 세속적인
'연대생'이라는 클리셰가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침묵'을 '사색'으로 둔갑시키고
나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합리적 논리'로 받아들이게끔 했다.

가끔 이러한 과도한 이미지조작이
나를 당혹스럽게 했지만
영리하게도
나 스스로 가끔 그러한 것을
역으로 이용했던 적도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연고전에도 가본적이 없고
신촌에 들어찬 수많은 술집과 상가들을 보며
'연세'를 저주했던 나였음에도
'연세'라는 이름에 이율배반적인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내가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있다.
- 아직도 이 빚이 '연세'에 돌려져야 하는 것인지
'대학교'에 돌려져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

그것은 내 인식의
무한한 확장이었다.

아직도 나의 인식이
인간이성의 100% 발현에 이를 정도로 확장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거다.
나이가 들면 더욱 세상을 보는 깊이가 달라질 수 있을테니.

그러나 적어도
8년간의 대학생활을 통해 내가 겪은
인식의 지평이 급격히 팽창했던 경험은
이제까지 초-중-고교의 매 단계마다 진학할 때 느꼈던 것들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믿어온 진리는
모두가 해체되고 파괴되었으며
나는 그 事實들의 잔해 속에서
스스로 진리를 찾아나가는 법을 깨우쳐야 했다.


그리고 모든 현상, 심지어 금기마저
'대학 안'이라는 이유로 분석될 수 있었으며
연구될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끝없는 해체와 분석의 과정에 당황하여
'現象의 학문'이 아닌
'價値의 학문'을 배우고 싶다고 주억거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순간 나는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가치'를 판단하는 법을
부지불식간에 깨닫고 있었다!

이미 생존을 향해 뛰고 있는 많은 대학생들에게는
부질없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인식의 폭발'과 '사상의 자유'는
허무할뻔한 나의 8년을 지탱시켜준
거의 유일한 추동력이었다.

.........

이제 나는
그 무한한 인식과 사고의 자유세계를 지나
내 삶의 줄기에
굵은 마디를 하나 새긴 채
평범한 사회인의 영역으로 진입하려고 한다.

나의 지난 8년을 열었던 아버지의 기쁨섞인 눈물만큼 신파는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내 삶도
또다른 마디를 새기기전까지
'덤빌테면 덤벼봐'라는 모습으로
입술에 작은 미소를 띄우며
기꺼이 맞아들이고자 한다.

돈과 물질의 광풍이 사회를 휩쓴다 해도
내가 지난 8년간 누렸던
무한한 인식과 사고의 자유가 주는
그 뜨거운 느낌을 잊지 않을 거다.

내 뒤에 남겨질 '연세'라는 이름이 주었던
미움과 고마움의 애증도
가슴 한켠에 고이 간직한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을 그리워하리라.
2004/02/23 01:39 2004/02/23 01:39
http://morehj.com/blog/trackback/280
소나무  | 2004/02/23 00:00
졸업 축하한다~ 선물은 생략~
MK  | 2004/02/26 00:00
차아식~ 글은 졸라 잘 써요^^
MK  | 2004/02/26 00:00
웅~ 여하간 졸업 축하한다...이제 너도 학교라는 갑주를 벗어던지게 되었구나. (대신 [배짱]이라는 새로운 갑주가 필요할께다...ㅋㅋㅋ)
소나무  | 2004/02/27 00:00
그럼 저넘은 배짱이가 되는거네~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쭝:
by
전체 (625)
끄적끄적 (362)
딴따라 (96)
Models_1 (98)
Models_2 (42)
Guns (13)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1. inthegroove's me2day  2011
    ho의 생각
  2. Seriously Light Modeler  2011
    KP, 1:48 Su-25 UB/UBK 스프루샷, 가조립 사진
  3. Seriously Light Modeler  2010
    한국의 개고기 식문화 논쟁에 대한 나의 생각
  4. By Gagamell  2010
    푸른눈의 평양시민
  5. 상하이강낭콩밭  2008
    교육은 기나긴 소통이다
  1. 2011/11 (1)
  2. 2011/08 (3)
  3. 2011/07 (5)
  1. [웹] 텍스트큐브.
  2. [만화가] 굽시니스트.
  3. [만화가] 김진태.
  4. [만화가] 박성훈.
  5. [만화가] 이말년.
  6. [만화가] 최규석.
  7. [SIG] 관제탑.
  8. [SIG] 비행기 판금 도색부.
  9. [SIG] 현용 AFV 모델링 클럽.
  10. [모형인(일본)] Masamasa.
  11. [모형인] acme97.
  12. [모형인] Alice.
  13. [모형인] gmmk11.
  14. [모형인] Kampfgruppe144.
  15. [모형인] NEOakaJ.
  16. [모형인] OrangDuck.
  17. [모형인] PressKoo.
  18. [모형인] Sunz.
  19. [모형인] 가토.
  20. [모형인] 강성문.
  21. [모형인] 강승구.
  22. [모형인] 강영석.
  23. [모형인] 강인원.
  24. [모형인] 고휘욱.
  25. [모형인] 구기동.
  26. [모형인] 권정배.
  27. [모형인] 김경한.
  28. [모형인] 김남용.
  29. [모형인] 김도형.
  30. [모형인] 김동한.
  31. [모형인] 김만진.
  32. [모형인] 김상범.
  33. [모형인] 김성종.
  34. [모형인] 김성종 - Naver.
  35. [모형인] 김세랑.
  36. [모형인] 김유준.
  37. [모형인] 김은갑.
  38. [모형인] 김익선.
  39. [모형인] 김재호.
  40. [모형인] 김정규.
  41. [모형인] 김정철.
  42. [모형인] 김정훈.
  43. [모형인] 김준석.
  44. [모형인] 김진철.
  45. [모형인] 김철종.
  46. [모형인] 김현.
  47. [모형인] 김현철.
  48. [모형인] 김형민.
  49. [모형인] 김형준.
  50. [모형인] 노양수.
  51. [모형인] 라이플맨.
  52. [모형인] 랩터.
  53. [모형인] 로키.
  54. [모형인] 룡룡이.
  55. [모형인] 류광수.
  56. [모형인] 류승용.
  57. [모형인] 모니파.
  58. [모형인] 모종훈.
  59. [모형인] 무명병사.
  60. [모형인] 문정범.
  61. [모형인] 민재호.
  62. [모형인] 바른소리.
  63. [모형인] 박건령.
  64. [모형인] 박규동.
  65. [모형인] 박대호.
  66. [모형인] 박상병.
  67. [모형인] 박상욱.
  68. [모형인] 박성호.
  69. [모형인] 박수원.
  70. [모형인] 박연상.
  71. [모형인] 박용진.
  72. [모형인] 박종봉.
  73. [모형인] 박지훈.
  74. [모형인] 백승동.
  75. [모형인] 변지선.
  76. [모형인] 북서풍.
  77. [모형인] 새물결.
  78. [모형인] 서순교.
  79. [모형인] 서정범.
  80. [모형인] 서준천.
  81. [모형인] 손우석.
  82. [모형인] 수연아빠.
  83. [모형인] 스끼리네.
  84. [모형인] 신광철 - Egloos.
  85. [모형인] 신광철 - Naver.
  86. [모형인] 신동훈.
  87. [모형인] 신화동.
  88. [모형인] 아무로.
  89. [모형인] 안준홍.
  90. [모형인] 안치성.
  91. [모형인] 알폰스.
  92. [모형인] 양대천.
  93. [모형인] 양동일.
  94. [모형인] 양성필 - Egloos.
  95. [모형인] 양성필 - Naver.
  96. [모형인] 양태준.
  97. [모형인] 오준호.
  98. [모형인] 왕조사.
  99. [모형인] 우보형.
  100. [모형인] 유철호.
  101. [모형인] 유철호 - Naver.
  102. [모형인] 윤영중.
  103. [모형인] 이경재.
  104. [모형인] 이경준.
  105. [모형인] 이기태.
  106. [모형인] 이대관.
  107. [모형인] 이상민.
  108. [모형인] 이석주.
  109. [모형인] 이성재.
  110. [모형인] 이영신.
  111. [모형인] 이인재.
  112. [모형인] 이주환.
  113. [모형인] 이중원.
  114. [모형인] 임지훈.
  115. [모형인] 작은잎.
  116. [모형인] 장민성.
  117. [모형인] 장홍환.
  118. [모형인] 정기영.
  119. [모형인] 정동근 - Daum.
  120. [모형인] 정동근 - Naver.
  121. [모형인] 정동현.
  122. [모형인] 정상헌.
  123. [모형인] 정세권.
  124. [모형인] 정영철.
  125. [모형인] 정원석.
  126. [모형인] 정의환.
  127. [모형인] 조각모음.
  128. [모형인] 조상규.
  129. [모형인] 조현진 - Egloos.
  130. [모형인] 조현진 - Naver.
  131. [모형인] 지노.
  132. [모형인] 지종현.
  133. [모형인] 최경환.
  134. [모형인] 최남규.
  135. [모형인] 최영일.
  136. [모형인] 최일구.
  137. [모형인] 최재원.
  138. [모형인] 최혁진.
  139. [모형인] 콜린.
  140. [모형인] 트로이.
  141. [모형인] 팻보이.
  142. [모형인] 하성규.
  143. [모형인] 행복팩토리.
  144. [모형인] 허홍봉.
  145. [모형인] 현익환.
  146. [모형인] 황성일.
  147. [모형인] 황은익.
  148. [웹] AeroScale.
  149. [웹] AK커뮤니케이션즈.
  150. [웹] ARC.
  151. [웹] HyperScale.
  152. [웹] Internet Modeler.
  153. [웹] MMZone.
  154. [웹] Platinum Wings.
  155. [블로거] bakky.
  156. [블로거] lezhin.
  157. [블로거] May.
  158. [블로거] Samuel S.
  159. [블로거] 고재열.
  160. [블로거] 날라리 무도인.
  161. [블로거] 미디어몽구.
  162. [블로거] 박노자.
  163. [블로거] 박형준.
  164. [블로거] 세계의 말과 글.
  165. [블로거] 양재호.
  166. [블로거] 오연호.
  167. [블로거] 우석훈 - Textcube.
  168. [블로거] 우석훈 - Tistory.
  169. [블로거] 윤필중.
  170. [블로거] 윤현중 - Naver.
  171. [블로거] 이택광.
  172. [블로거] 전우진.
  173. [블로거] 차용택.
  174. [블로거] 한윤형.
  175. [블로거] Zoc.
  176. [블로거] 게렉터.
  177. [블로거] 사자왕 - Naver.
  178. [블로거] 사자왕 - Paran.
  179. [블로거] 페니웨이.
  180. [웹] 香港電影.
  181. [웹] 香港電影工作室.
  182. [웹] 익스트림무비.
  183. [Blog] Buy the Gun - Egloos.
  184. [Blog] Buy the Gun - Naver.
  185. [블로거] Classic Arms.
  186. [블로거] 銃彈舞.
  187. [블로거] 바보수학자.
  188. [블로거] 보리나무.
  189. [웹] 사라미스의 통제구역.
  190. [총] JollyRoger.
  191. [총] 태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