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우리 젊은층 일부에서는 통일을 바라면 naive하다거나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통일을 바라지 않고 이 상태로 평화상태를 갖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면 소위 말해 'cool'하다거나 뭔가 발상의 전환을 깨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으로 여기는 잘못된 분위기가 존재한다. 후자에 속하는 입장에는 현재의 정전체제를 종전체제로 전환하여 전혀 별개의 두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경쟁하자는 자못 세련된 논리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잘못된 움직임에 대해 나는 아직도 우리에게 통일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첫째는 분단비용에 관한 문제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에 의하면 거의 모든 조사에서 통일비용이 분단비용보다 저렴하며 통일이 지연될수록 분단비용이 늘어나고 통일이 빨라질수록 통일비용이 줄어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조사들은 방위비만을 단순 환산하여 분단비용으로 하고 있으며 체제유지비나 기타 환가하기 곤란한 사안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즉, 실제 분단비용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자국을 방어하는 데 충분한 정도를 넘은, 명백한 위험이 현존함으로써 야기되는 불필요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과도한 방위비는 앞으로 남북한 양 사회가 발전해나가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둘째는 영토 및 시장규모의 문제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통일이 되면 남북한 영토가 현재의 두 배로 되므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인구의 집중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남한으로서는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추상적 의미의 경제시장)의 새로운 활로로서 통일을 바라볼 수도 있다. 좀더 넓게는 태평양에서 대륙을 잇는 중간국으로서의 유리한 위치를 완벽히 활용하기 위해 영토의 재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본다. 부산항에서 신의주까지 육로교통이 이어진다면 중국과 러시아, 멀리는 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대륙의 태평양쪽 관문으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자존의 회복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낭만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는 한반도의 분단원인을 2차대전 종전 후 막 시작되던 냉전체제에 따른 미국과 소련의 갈등과 해방공간에서 민족세력의 결집실패라는 대외적, 대내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세의 간섭과 민족내부의 실패라는 부끄러운 역사로 시작된 분단상황은 그 자체로서 "不正"인 것이며, 이것은 통일이라는 부정에 대한 극복으로 다시 바로 잡힐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의 멸망과 일제의 통치, 그리고 분단이라는 거듭된 오욕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하나의 민족'의 문제이기에 앞서 '역사에 대한 자존심'의 문제라고 본다.
글을 쓰면서 가급적 '하나의 민족'이라는 개념에 매몰되지 않으려 했다. 통일이라는 과제가 민족주의적 입장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이유로 자민족 중심주의로 흐르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통일이 되면 중국에 만주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사람들, 통일이 되면 핵을 보유하고 일본에 맞서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사람들, 그들 모두가 통일을 초강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적 필수요소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게 있어 통일이란 다른 나라를 제압하거나 스스로 강자가 되려함이 아니다. 그것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써야할 많은 돈이 다른 곳으로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데 대한 분노요, 하나는 태평양으로 하나는 대륙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쪼개진 땅에 대한 답답함이요, 언제까지나 (누구 잘못이건 간에) '자기에게 벌어진 나쁜 일'을 제대로 수습해본 경험 없는 우매한 나라라는 소리를 듣기 싫은 자존심의 문제인 것이다.
* 2003년 9월, 4학년 2학기 <북한의 이해> 숙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