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머리의 고민들 2003/09/04 20:06
아주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더라
아...이 여자...
몇년전 '강남 한량 레스토랑주인'에 대한 우호적 기사를 써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상당한 비난(논리적 비판보다는 감정적 비난이 다수였다)을 받은 중앙일간지 여기자가
그 회사에 입사해서 모델로 나왔군.
경쟁사의 홈페이지에
어릴 때부터 줄곧 1등만 도맡아했던 어머니 제자가 실려있는 걸 본 것과는
물론 다른 느낌이었다.
그 어머니 제자인 누나가
최고수학 내가 모르는 문제에
꼼꼼하게 해설을 달아준 착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데 반해
그 레스토랑 단골이다라거나
원래 그런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다라거나 하는
(루머겠지만) 긍정적이지 못한 소문
-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이 썼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는' 기사를 통해 보여진
그 전직 여기자 자신의 이미지는
그녀가 몸담고 있는 현재의 컨설팅펌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결국 사람이 우리 회사의 asset인 거에요'라는
리쿠르터의 안내설명에도
나는 설명회 내내 skepticism을 버릴 수 없었다.
설명회 끝나고 나오면서 어떤 학생이
'이 회사, 국문이력서를 내도 된다는 게 맘에 들어'라며
친구들과 농반진반으로 얘기하는 걸 듣긴 했지만
내겐 이 회사에 대해
그런 호의감까지 들진 못했다.
어쩌면
그렇게 '돈과 여유를 사랑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보인' 사람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호의감이 들진, 아니 호의감을 '내주지'는 못하겠다는 것은
취업전선과 자본주의 시장에 내 몸을 맡기는 이 순간까지도
내가 붙들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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