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머리의 고민들 2003/08/26 17:33
서독지역 사람들은 동독지역 사람들을 오시(Ossi)라고 불렀고
동독지역 사람들은 서독지역 사람들을 베시(Wessi)라고 불렀다.
동쪽사람, 서쪽사람이라는 뜻에서 온 것이지만
이 말도 역시 시대상황과 맞물려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게으르고 촌티나는 동쪽 놈,
돈만 밝히고 부르주아 같은(?) 서쪽 놈,
이런 식으로.
.........
한 국가가 영토상으로 재통일된 이후에도
통일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적 통일은
훨씬 더 어렵고 긴 시간을 거쳐야만 이루어진다.
종종 그것은 상대편에 대한 폄하와 멸시로 이어지곤 하는데
그 폄하와 멸시의 본질은 많은 경우,
경제적인 면에 닿아있다.
강북과 강남의 사람들이 서로를 백안시하는 것도
강원도 사투리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따지고보면 서로간의 경제적 격차 때문이다.
........
남북한이 통일되었을 때
과연 (통일되기 전의) 남한사람과 북한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렇다면 그것은 은어나 속어로
어떻게 나타날까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
조선왕조가 전왕조의 중심세력이었던
서경사람들을 '반골세력'이라며 멀리했던 것처럼
남한사람들이 북한사람들을 '잠재적인 반골/혁명분자들'이라고
정치적인 의미로 멀리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작아보인다.
나름대로 생각해내린 결론은
지금 남한사람이 조선족을 대하는 의식이
'연변총각'이라는 코미디 캐릭터에 표상된 것처럼
그러한 길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결론을 내리면서도
한가지 불안했던 것은
'남남북녀'라는 말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생명력을 유지해나가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통하여
그 실체를 확실히 드러내게 되었다.
.......
경제적인 무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상대를 성적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너의 경제권은 내가 틀어쥐고 있다'라거나
'돈도 없는 것이...' 같은 생각이 남성에게 개입될 때
여성의 성적 예속은 더욱 심화된다.
- 물론, 불평등한 성적 예속 그 자체가
경제적 예속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간 형태의 발현이라 볼 수도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북한 미녀응원단'에 대한 관심은
(상당부분 언론이 조장하는 측면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북에 대한 남측의 경제적 우월감을 넘어
성적 우월감을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여자응원단 숙소에 여성비하 낙서가 적혀있다는 사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몰라도
그게 진실이라면 이는
앞으로 통일 이후까지 계속될
'북한을 착취대상으로서의 여성'으로 바라보는
아주 골치아픈 문제의 시발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경제격차에서 통일이 된다하더라도
남북한사람들이 서로를 경제적으로 비하할 것은 자명한데
이제 그 '反사회통합적 비하'가
경제의 차원을 넘어 성적 착취라는
극단의 형태로 달려가버리고 있는 것이다.
.........
물론 정치외교적 교섭대상으로서의 북한이라는 실체에서
남한인들이 북한인들을 바라보는 이러한
'대상으로의 여성성'이 드러나거나 개입될 여지는 없다.
문제는 통일 후, 남한인과 북한인이 서로 섞여살 때다.
어쩌면 우리는
독일의 경우보다도 더욱 심각한
통일후 과정을 준비해야할런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부정적 잠재의식 중 상당수를 걷어내는,
지극히 어려운 일을 요구하는 것일런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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