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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 협상 (북한의 외교전쟁)
* 저자: 스코트 스나이더
* 역자: 이재봉, 안진환
* 출판사: 청년정신
* 가격: 12,000원

책을 산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2004.10.26이 찍혀있으니 거의 8개월만에 읽었군) 역시 또 시류에 혹하여 미리 사두었다가 오래 책장에 묵힌 뒤에 '이제 좀 읽어봐야지...' 하고 꺼내든 책이 되겠다. ㅋㅋ

작년 10월쯤에 남북관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책을 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아마도 점심시간에 교보문고 들렀다가 그토록 벼르고 벼르던 북한의 벼랑끝 외교전략에 대해 한번 제대로 이해해봐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책을 샀던 것 같다.

.............

어떤 사람이 미친 짓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 저 자식 미쳤다, 미쳤다...' 하면서 그 사람 주위를 피해가면서 불평을 하기도 하고 투덜대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현명한 사람은 그 미친 사람의 미친 행동을 일반인들처럼 '우연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패턴'으로 이해함으로써 그 미친 사람이 자기집 화분을 깨지 않도록 화분도 들여놓고 문단속도 잘 하고 하면서 나름대로 대책을 세운다.

북한을 보는 세계의 시선 역시 이와 같다.

위의 예에서...편의상 미친 사람을 북한이라고 하면, '저 자식 미쳤어' 하고 미친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기만 하는 사람은 미국 네오콘을 비롯한 강경론자들일테고 '미친 X의 미친 행동도 패턴이 있다'며 그 '미친 행동'을 사실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세우려는 사람은
이 책의 저자 스콧 스나이더와 같은 무리들일테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은 대학초년생의 리포트처럼 유기적이고 논리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즉, 1장에서는 북한이라는 사회와 북한외교의 틀을 이루는 북한 특유의 세계관과 문화의 형성과정을 밝히고, (빨치산 게릴라 전통, 일제식민지배와 독립, 사회주의, 유교사상, 주체사상 등)

2장에서는 북한의 협상팀, 북한의 대외언론보도, 예비회담, 본회의, 비공식접촉 등 북한과의 협상의 전 과정을 리뷰한다.

3장에서는 좀더 미시적이고 분석적으로 북한의 협상방식과 사용전술의 유형을 소개하며,

4장에서는 남북협상과 북미협상의 차이점을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5장은 사례연구에 해당되는데, KEDO를 통한 북미협상의 실례를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모든 학술서적들이 그러하듯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있되, 그에 대한 현실에서의 대처방안이 미흡하다는 것인데 (에필로그 부분에 간략하고 추상적으로 제시된다)

이 책의 집필목적이 거기까지는 의도하지 않았던 거라고, 비합리적이고 무모해보이기까지 하는 북한의 협상행태가 일단 어떠한 패턴을 갖는지, 그리고 실은 고도로 계획된 것이며 어느정도는 북한문화와 세계관을 반영한 당연한 결과물임을 밝히는 것, 거기까지가 이 책의 집필목적인 거라고 이해하면 북한의 벼랑끝 협상을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지 설명이 미흡한 것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을 거 같다.

...........

이 책은 사실 미국평화연구원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국가들의 협상패턴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한다. 즉, 각 나라는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에 맞는 고유한 협상패턴을 보여준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연구서라는 거다.

우리가 서점에 가서 '협상론'이라는 책을 펴들면 나오는 많은 이론들과 전략이 전세계적인 공통의 프로토콜(protocol)은 아니다. 사실 그것들은 전세계의 몇 안되는 민주국가들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합리적인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협상이론에 불과하며, 옛 소련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지만 서구 민주주의 문화권이 아닌 국가 역시 (서구이론을 반영한) 교과서적인 협상이론과 전략대로 공정하고 '말이 통하는' 협상을 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왜 그렇게 경직되고 우리(서구 민주주의 문화권)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협상테이블에서 보이는지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세계관을 직접 분석하고 그들의 그 이해못할 협상행태 그 자체를 그들 특유의 패턴으로 인정함으로써 대응책을 세울 수 있는 거다.

...........

그저 '북한은 왜그렇게 무모한 외교를 하는가'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던 게 처음의 마음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자 이렇게 '내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타자 입장에서 타자를 이해하려는 연구도 허용되고 출간되는 것이 강대국(여기서는 이 책이 출간된 미국)의 진정한 경쟁력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조금 들었다.

북한은 미쳤다며 북한을 여전히 한반도 미수복지역의 반란집단으로만 인식하고 통일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북한이 우리(=남한=서구민주주의문화)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엉뚱하고 대책없는 집단으로 미리 포기해버린다.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 남한은 분명 김영삼 정부 때까지 남북협상을 서로의 자존심을 세우고 한치의 양보도 인정치 않는 제로섬게임으로 이끌어왔다. 이러한 교착상태의 원인은 위에서 말했듯 '우리 방식이 세계표준이야, 우리 방식을 따르지 않는 너희들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어!'라며 북한의 방식을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 남한측에도 분명히 있다.

우리가 형님으로 모시는 미국에서도 이 책처럼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연구가 시도되는 마당에 (물론 이 책은 부시행정부 초기에 출간되어서 현재 미국의 대북외교와는 차이가 있다) 같은 민족이자 통일의 영원한 파트너인 우리 남한이 북한의 내부사정을 이해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이 책이 북한의 벼랑끝 외교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위에서 툴툴거리긴 했어도 나는, 그리고 우리 남한은 그러한 '대응전략의 매뉴얼적인 나열'이 없더라도 무엇이 북한과 잘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인지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300쪽이 채 안되는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ISBN 8987999254
2005/07/19 22:13 2005/07/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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